다들 몸 건강히 잘 지내시는지요?
l.house keeper입니다....여러분에게 드리는 첫 편지군요..
지금쯤이면 시험은 다 끝났을테고(물론 잘 보셨으리라 믿어요.)
우리 좀머씨 까페도 활기차게 활동하고 잇을테지요. 우리까페는
방학때 강하잖아요.
입대한 후 세번째 맞는 토요일입니다. 아, 저는 이곳28사단 신병
훈련소에서 훈련 및 교육을받고 있습니다. 태풍부대라고 파주시에
있는데 비피해가 나면 대민지원 나가기로 유명하지요.
아마여러분도 tv에서 여러번 보셨을 거에요.
음 신병훈련은 여기서 받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는 것은 아니구요,
자대는 7포병여단이라고 구리시에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구요.
다시 토요일......이곳에서의 토요일은 굉장히 여유롭습니다.
한가하다 못해 무료할 정도로 말이지요.
주중과는 달리 주말은 교육이 거의 없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정신교육 두시간이 있고 점호까지 전부자유시간입니다.
일요일은 하루종일이구요. 자유시간이라고 해도 할 게 있어야지요.
밀린 빨래나, 편지쓰기, 장기 같은거 정도 밖에는 이렇다 할 게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은 앉아서 꾸벅꾸벅 좁니다. 자유시간에 자는 건
허락되지 않거든요.
일요일엔 종교행사가 있지요. 그나마 다행이지요.
군대에서는 '1인1종교 갖기'라고 해서 종교 활동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기독교,불교,천주교 가있습니다.아 일명 '오리온교'
라고 해서 초코파이를 주는 곳이라면 성당이든 법당이든 어디든
가는 무리들도 있지요. 이번주까지 사격을 배우고 다음주 부터
각개전투를 배웁니다. 사격은 재밌지만 합격을 못하면 일명 p.r.i
(우리는 원어의 뜻과 상관 없이 '피나고 알베기고 이갈린다'라고
부릅니다.)자세를 약 1시간동안 하는데 죽을 맛입니다.
음, 이곳에서의 생활은 그리 삭막하지는 않습니다.생각보다 말이지요.
우선 훈련소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위경관이 좋을 뿐더러 공기도
매우 맑습니다. 밤에는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가 다 보일 정도지요.
아름다운 산 능선들을 바라보고 있을때면 마치 캠핑이라도 하러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입소동기들과도 서로 별명을 지어줄 정도로 친해졌고...저두 별명하나
얻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별명을 맞추는 분께 소정의 상품대신 답장을 보내드립
니다. 정답을 아시는 분은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적암리 사서함 92-28
제 28사단 신병 교육대 4중대 3소대 150번 훈련병 이진범'앞으로 보내
주세요. 7월 27일 도착한 편지까지 유효합니다. 그날 훈련소 퇴소
거든요.<-편지 받으려고 쇼하는 중입니다.)
밥도 먹을만하고(여기선 햄버거에 딸기잼 발라 먹습니다.) 옷도 주고...
하지만 아직은 그곳 여러분과 함께한 좀머씨 까페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이곳의 동기들과 친해졌다고해도 가끔 농담 따먹기나 할
뿐(허풍과 과장을 뒤섞어서 말이지요)진정으로 마음을 터놓기엔
아직은 어렵더라구요.입대 전 정모때 체리님 말마따나 스티커 사진이라
도 찍어서 가져올 걸 하는 후회도 들더라구요. 가끔 선잠으로 꿈을
꾸면 어김없이 사제꿈을 꿉니다.
깨고 나면 현기증나는 울렁임...하루종일 감상적이 됮요....
독일의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시간의 걸은걸이에는 세가지가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날아가는 화살처럼 빠르고 과거는 영원히 멈추어져 있다"라고..
정말 그렇습니다. 입대한 후 언제 훈련소 퇴소하고, 언제 100일 휴가
나오고, 언제 전역하나 하지만 하루하루는 정말 금방갑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한 시간은 항상 그대로 있고.....
음 횡설수설하네요...이해바라고....담에 또 쓸게요...몸건강히 그리고
알찬 방학 맞이하시길 바래요....
2001.6.30
l.house keeper
p.s. 편지 좀 봰주세요.
무심코 보낸 편지에 저의 두눈에선 감동의 눈물이...
늦어도 7월 27일까지 보내주셔야 합니다.
퇴소하거든요. 음 염치없는 부탁을 하자면 우표도 덤으로..
또 편지지도....에궁 우표가 없거든요..
p.s.2 체리님 걱정대로 의과사제대 될 일은 없을 듯 해요.
알고 보니깐 나름대로 건강하다는..... 우리 소대 오래 달리기
3등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