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여행
구조라 해수욕장
초여름 어느 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 거제도의 풍광을 보게 되었다.
바다색이 무척 고왔고, 모래해변도 있고 자갈해변도 있는 것이 재미있었고,
출연자들이 '이곳엔 정말 집 짓고 살고 싶다'며 감탄하기에 이르자 그만 나도 꼭 거제도에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아직은 둘째를 떼어 놓고 여행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고, 둘째에게도 여행을 통한 여러가지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아서 가능하면 둘째를 데리고 다니려고 하지만 둘째는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곳이 아니면 나서려고 하질 않는다.
급히 둘째를 불러 함께 프로그램을 보고, 옆에서 "멋있지? 그치... 멋있지?" 부추겨, 결국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래도 지난 여름은 장마라 미루고, 집안 일이며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 또 미루며 결국 여름을 다 보내고 9월 말에 들어서서야 거제도 행을 결심하고, 함께 가주겠다는 언니와 어머니까지 모시고서 길을 나섰다.
중부고속도로로 대전까지 가서 처음으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통영을 지나 거제대교를 건너 거제도로 진입하니 바다를 끼고 달리는 거제 해안도로변에 노랑 코스모스를 풍성히 심어 놓아 섬의 첫인상을 화사하게 새겨준다.
삼일 동안 거제도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느낀 점인데, 이 곳엔 동백을 비롯하여 벚나무들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기도 하고 특이하게도 수국과 구절초, 꽃무릇(상사화)까지 도로변에 심어 놓아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계절에 찾아 오더라도 아름다운 꽃들을 실컷 구경할 수 있겠다 싶었다.
도로변에 심어져 있었던 꽃무릇(상사화)과
남부 저구에서 해금강으로 가는 도로변을 따라 줄지어 피어있던 수국의 일부
숙소에 일단 짐을 풀고, 오랜 시간 이동한 피로에 아직까지 제대로 볼거리를 구경못해 거제도가 하나도 멋있지 않다고 투덜거리는 둘째를 달래기도 할 겸 해질녘의 바닷가 구경에 나섰다. 지난 달에 완도의 구계등 해안이 검은 자갈돌로 이루어져 멋진 모습이었던 것을 기억하고 이곳에서도 유명한 자갈해안인 여차몽돌해안으로...
검은 자갈돌은 아니어서 구계등보다는 덜 인상적이었지만 바다색이 아름답고 주변경관이 멋져서 유명세의 이유를 알 듯도 했다. 여차해수욕장을 거쳐 해금강 해수욕장으로 가서 둘째가 좋아하는 생선회로 저녁을 먹었는데 잠자리와 먹는 것에 몹시 까다로운 둘째는 이것 저것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많은가 보다. 잘 먹지도 않고 툴툴 거리며 언제 서울로 돌아 가느냐고 계속 묻는다.
둘째날은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식단이 맘에 들지 않았던 둘째는 혼자 컵라면으로 떼우고...
거제도를 둘러 보기 위해 출발하여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던 중,
이번 여행의 목적이 일년간 두고 먹을 맛있는 다시 멸치를 구하는 데 있으셨던 어머니께서 그야말로 청정해역에서 건져올린 멸치를 말리고 있는 포구를 발견하시고는 거제나 통영의 큰 시장보다 이런 곳에 있는 직판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낫다셔서 결국 멸치 건조장에 들렀다.
굴 양식장 근처라 그런지 해안이 모레나 자갈이 아닌 굴껍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이 너무 맑아서 그만 이곳에서 잡고 말린 멸치를 사고야 말았다.
딸들 것까지 다시 멸치에다 국물이 잘 우러난다는 또 다른 다시 생선까지 모두 여섯 박스의 건어물을 사시고서야 어머니께서는 이제야 맘이 편하시다니, 연세가 드셨어도 오로지 식구들 먹일 생각이 첫째 관심사이신 살림꾼 어머니의 맘씨와 솜씨는 물려 받기엔 버겁고, 잊혀지기엔 안타깝고... 그런 마음이 든다.
청각도 깨끗하여 탐나신다 하시고, 전어도 궁금하시고, 멸치는 당연히...
맑은 바다 저 멀리 하얗게 떠있는 부표들이 있는 곳이 양식장
오전에는 고운 모래사장과 잔잔한 바다, 맑은 바다색이 무척 고왔던 구조라 해수욕장을 거쳐 장승포구로 가서 점심을 먹고 소매물도에 가기 위해 부지런히 저구에 있는 항구로 향했다.
구조라 해수욕장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서야 겨우 기분이 좀 좋아진 둘째는 유람선을 기다리다 발견한 해파리 때문에 갑자기 신이 나기 시작했다. 이후 여행 내내 바닷가에만 가면 해파리를 찾느라 바다를 유심히 바라보고는 발견하는 즉시 나를 불러 사진을 찍으란다.
매물도 유람선 선착장 소매물도 선착장 해금강 바다 속의 해파리
올 여름엔 해파리떼들이 무던히도 수영객들을 괴롭히고 양식에도 피해를 줬다는데,
수족관에서만 보던 해파리를 바다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둘째도 사실은 나도 무척 신기했다.
매물도 유람 후 이틀간 변변히 먹은 것이 없는 둘째를 위해 특별히 거제의 먹거리를 포기하고 거제 삼성호텔에 들러 파스타와 피자로 저녁을 먹었는데, 운 좋게도 이탈리안 주방장이 초빙되어 제공하는 특별기간이라 기대 이상으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둘째는 남은 피자도 알뜰히 포장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내일 점심'으로 먹을 계산을 미리 해두었고, 곁들어 나온 빵도 따로 '내일 아침'용으로 베이커리에서 사달라 하여 별난 둘째를 위해 주방에 부탁하여 버터까지 챙겨 받아 두었다.
까다로운 사람들은 그 별남과 고집스러움으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경향은 있지만 어딜가나 제대로 대접 받기는 한다. 다음날 아침에 버터나이프가 보이지 않아 그냥 스푼을 사용하여 빵에 버터를 바르라 했더니 기어이 둘째는 주방까지 찾아가서 버터나이프를 달라고 부탁하더니 결국은 작은 과도를 얻어다가 제대로 버터를 발라 먹고야 말았다. 이런 일들은 둘째와 함께 여행하다 보면 무수히 겪게 되는 해프닝이다.
세번 째 날에는 아침에 비가 뿌려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외도와 해금강으로 가는 유람선을 타야할 시간에는 그쳐 주어 다시 유람선에 올랐다. 해금강은 기대가 너무 컸던 때문인지 그 규모 면에서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경치는 그야말로 절경이었고, 외도는....
섬을 이루고 있는 수 많은 수종의 나무들과 꽃들도 감탄스러웠지만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원 구석구석, 나무며 꽃 한 그루 한 그루에 닿아 있는 '정성'과 그에 깃들은 '사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람이 허용된 한시간 반이 아쉬울 정도로 곳곳에 숨어있는 주인의 정성을 찾아 내는 일이 흥미롭고 유쾌했다.
유람선 관광 후 거제도를 떠나야 하는 아쉬움에 일부러 크게 반바퀴를 드라이브하며 해안도로를 끼고 경치를 구경하고서 다시 신 거제대교를 건너 통영을 거쳐 진주에 잠깐 들러 점심을 먹고 서울로 돌아왔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그리고 해금강과 외도는 따로 기록해 두어야 할 것 같아서 거제도 이야기만 먼저 기록하기로 한다.
거제도에서 가장 여유롭고 멋진 장면이었던...
소매물도 선착장 근처에서 낚시하는 아저씨와
주인 아저씨의 곁에서 한가롭게 노닐던 하얀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