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말은 아니고, 재빈으로 고생(?)하고 있는 저희 아들이 한 말입니다.
재빈이란 판정을 받았을때는 "제발 우리 아들과 오랫동안 같이 살게 해 주세로"라고 매일밤을 기도 했었는데, 어느덧 생일도 맞아 10살이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어린나이에 먹고 싶은것 참아가면서 아침저녁으로 많은 약을 복용 하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였을텐데, 불평안하고 잘 이겨 준 우리 아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오늘(12/31) 2020년의 마지막 외래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12/18에 외래 및 한달에 한번 있는 펜타미딘 iv를(면역력 저하로 인한 폐렴방지) 위해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만, 12/24에 레볼레이드(프로막타, 엘트로봄팍)를 끝내면서 혈중 사이클로스포린의 농도를 다시 측정하러 오늘 혈액검사만 하고 왔습니다. 이 결과에 따라서 사이클로스포린의 복용농도에 변화가 있을거란 닥터의 메세지가 있었습니다.
3월달에 응급실에 가서 혈액질환 이라는 소견만 받고, 두달동안 병명과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여러가지 검사와 수혈, 5월달에는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가정하에 면역치료를 시작 했습니다. 5월, 이때만 하더라도 이 병원의 원인이 유전적인것인지 환경적인 것인지도 몰랐지만, 중증이였기 때문에 빠른 판단으로 치료를 진행 시켜 준 아이의 팀닥터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재까지의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괄호안의 수치는 가장 낮았을때의 수치입니다).
헤모글로빈 11 (3.8)
혈소판 281 (3)
호중구 4 (0.2)
아래의 그래프에서 괄호안의 수치는 정상적인 아이들의 평균수치입니다.
확실히 헤모글로빈의 수치가 올라갈수록 아이의 목소리는 커지고, 까부는 정도도 심해 졌습니다. ㅎㅎㅎ. 헤모수치가 올라갈수록 확실히 집안은 더 시끄러워지네요ㅎㅎㅎㅎ.
호중구에 ER(응급실)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열이 38도를 넘어가서 응급실에 가서 측정한 수치 입니다. 열이 난다는 것은 뭔가에 감염이 되었단 것이였고, 몸속에 침투한 병원균과 싸우기 위해서 호중구들이 열일을 했기 때문에 수치가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인해서 ER에 갔다 왔다는 수고는 했었지만, 면역치료 후에 혈구세포들이 제대로 반응을 한다는 좋은 판단근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측정한 호중구 수치 "4"는 보통 열이 38도 이상 올라갔을때 보이는 수치였는데, 열도 안나면서 수치가 올라가서 의아해 했었습니다. 두번의 ER이후로 ABC주스를 마실때는 생비트를 갈아서 마시지 않고, 멸균된 병에 파는 주스를 껍질을 깎은 사과와 함께 마십니다. 사실 이게 싸지는 않지만 앞으로 가족들 먹는것에 있어서는 돈을 아끼지 않기로 결심 했습니다.
지난 6개월간 음식은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단, 야채와 같은 날(생)음식은 절대로 안먹었고, 라면이라 밀가루 음식도 그냥 신경안쓰고 먹고 싶은대로 먹었습니다. 아침에는 주로 달걀 후라이와 밥, 김 정도로 해결했고, 수치가 많이 좋아 진 이후로는 아침식사 후 항상 후식으로 냉동블루베리나 냉동베리믹스등을 먹었습니다. 주로 점심은 햄버거, 샌드위치, 서브, 라면, 피자등이 주를 이뤘었습니다. 저녁은 주로 고기를 넣은 파스타, 찌게종류, 구이종류, 고기를 넣은 카레등이 주를 이뤘던것 같고 지금도 계속 이런식으로 먹고 있습니다. 저와 와이프도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음식 하기가 많이 힘들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냉동만두나 파스타가 주를 이뤘던것 같습니다. 이렇게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코로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 입니다. 코로나 덕분에 와이프는 재택근무였고, 저도 여유롭게 출퇴근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6개월간 가장 조심 했던 것은 약을 먹는 시간이였습니다. 약 복용 시간이 오전8시, 저녁8시였기 때문에 이시간은 꼭 어김없이 지켰고요, 특히 저녁 6시 30분 이후로는 (약먹기 2시간 전)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레볼레이드 복용주의사항에 "약 복용 2시간 전, 4시간 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쓰여져 있었기 때문에 그리 한것입니다.
12월 24일부로 레볼레이드를 끊으면서 아이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약을 한창 복용 할 때는 자면서 뭔가에 괴로워하는 소리를 지르곤 했었는데, 약을 끊고나서는 그런것들이 전혀 없어졌습니다. 아이에게 물어봐도 확실히 레볼레이드를 끊고 잠이 편하다고 하네요.
그리고, 2020년 우리집에서 또 좋았던 것 중에 하나는 앞뒤 마당이 있는 넓은 집으로 7월달에 이사를 했습니다.
아이가 면역 치료 후 한창 병마와 싸우고 있을때 집도 팔면서 새로운 집을 보러 다녔었는데,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것인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사를 하고 난 뒤, 마당이 있는 더 넓은 집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잘 했다는 생각을 했고 가족 모두가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이사를 하고 드는 생각은, 혹시 지난번에 살던 집이나 인근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여러번 했습니다. 지난번에 살던 집은 새로 지은 집이였고 동네도 새로지은 단지였습니다. 모든 전선은 땅속으로 지나다녔고, 개발되기 전에 어떤식으로 사용이 되었는지 정보가 없어서 그런식으로 의심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새로 이사온 집은 주위에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지금의 집에서는 이전에 했던 쓸데없는 근거없는 걱정은 안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우리아이와 오랫동안 같이 못 살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왠지 오랫동안 같이 살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 희망을 이 카페에서 보게되었고요, 여러가지로 이 카페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조금이나마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글이 쓸데없이 또 많이 길어 졌습니다.
2021년에는 좋은 일 많이 많이 가득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2020년 한해를 정말 열심히 살아오셨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이두 보호자님두 모두 칭찬해드리고 싶네요. 찌짱님 덕분에 치료 방법은 다르지만 새로운 정보도 많이 알게되었네요. 2021년엔 우리 모든 환우들 다 좋아지는 해가 되고 코로나도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치료결과 다시 축하드리고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수치가 넘 좋아요.아들과 오래오래 아름다운 추억 만들 시간들이 많을꺼예요 2021년도도 화이팅입니다 ~~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면역치료에 더 많은 분들이 반응하여 완치되면 좋겠어요!!!
아이도 부모님도 많이 힘드셨을텐데 결과가 좋으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저희 애는 2주 후 똑같은 치료를 시작합니다. 좋은 기운 받고 갑니다
아드님이 건강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행복한 2021년도 되세요.
힘들었던 시기를 모두 이겨내신 가족분들 넘 축하드립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들로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좋은소식 축하 드립니다
수요일에 골수검사 결과 들으러 가는데요
재빈 판정 받을거 같아 마음이 무거워요
치료결과 좋다는 글 보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도 마음에 위안이 생기는듯 합니다
2021년에도 모두 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병원은 어디를 다니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지금 성모 다니는데 아무치료도 없으니 넘 답답해요.ㅜㅜ
지금 저희는 미국에 살아요. 워싱턴 디씨에 있는 Children’s National Hospital에 다니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좋은소식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