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은 보기도 전에 약간의 고생을 하였다. 강남구청역에서 서울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과 반대쪽으로 걸어가는 바람에 추운 날씨에 30분동안 걸어 가까스로 도착하였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팜플렛을 보고 이번 공연은 처음엔 전통적인 클래식한 국악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았고, 뒤로 갈수록은 요즘 세대들에게 익숙하도록 서양악기와 어울어져 현대적인 음악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첫 번째 곡 조원행 분의 ‘해무(海霧)’는 시작에 단소소리가 이렇게 맑게 들릴 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하였다. 가야금와 단소의 조화로 아무도 없는 고요한 새벽바다를 그릴 수 있게 하였다. 중간쯤의 빠르게 흐르는 선율은 또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두 번째 곡 김만석 분의 ‘달의 환상’은 잔잔한 가야금 선율이 감미로웠다. 중간에 반복되는 음은 약간의 심오한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는 중 마지막 부분에 익숙한 달타령이 듣게 반가우면서 왠지 모르게 정감을 느끼게 하였다.
세 번째 곡 전인평 분의 ‘거문고가 보이는 풍경’은 약간의 지루하고 나의 정서에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심벌즈를 비롯해 타악과 마지막에 3가지의 거문고 속주는 뜮고 튕기는 거문고의 어울리는 화음과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하였다.
네 번째 곡 오윤일 교수님의 ‘6월 어느 날’은 홍콩이나 중국 영화에서 많은 들을 만한 음악이었다. 그건 아마 얇고 높은 음의 해금과 가야금의 조화에서 들린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건반이 곡에서 웅장한 느낌을 메워 주었고, 어떤 면에서는 평온하고 여유로운 날에 정자에서 풍류를 즐기는 느낌을 주기도 하였고,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떠나보내 기다리는 느낌을 받게 하는 애절한 느낌도 받았다.
다섯 번째 곡 유문식 분의 ‘인연(因緣)’은 이날 공연 중 가장 다양한 전통악기들이 사용된 곡이었다. 여러 악기가 어울려서 감미로운 느낌을 주었고 너무 감미로워서 뒤로 가면서 졸리며 지루해졌다.
여섯 번째 곡 김은경 분의 ‘어머니’는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느끼게 하고 그리움을 일깨워 주는 음감인 곡이었다. 건반이 현대적인 감각을 주었고, 자식들을 위해 온갖 희생을 마다하고 인생을 바치는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였다.
일곱 번째 곡 최훈 분의 ‘moonlight’는 전통적인 가야금에 현대적이며 서양악기의 세션과 베이스를 사용하여 요즘 세대에 맞게 맞춘 음악은 공연 중에 가장 인상 깊었다. 처음에 베이스가 나오지 않아 공연 중 해프닝을 보이기도 하였지만, 베이스가 가미된 후의 곡은 더욱 멋있었다. 흥겨운 분위기와 기타 못지않고 오히려 기타보다 아름다운 선율을 보여준 가야금이 서양음악과 이렇게 잘 어울릴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여덟 번째 곡 김대진 분의 ‘그녀의 결혼을 축하하며...’는 청혼해주는 남성의 감미로운 분위기와 로맨틱한 색소폰을 대신하여 훌륭하게 대신한 피리는 그전에 생각한 피리에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기회를 가지게 하였다.
마지막 아홉 번째 곡 계성원 분의 ‘란을 위한 노래’는 동양란처럼 모습은 소박해 보이지만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곡이다. 은은한 분위기와 잔잔하고 요정이 나오는 것 같은 동화속의 풍경을 생각하게 하였다. 대금의 맑은 소리가 인상 깊었고, 자신의 딸을 위해 곡을 지은 작곡가 계성원 분의 능력이 참으로 부러웠다. 팜플렛에 딸의 태명(계란)에 대한 글은 한번 크게 웃게 하는 재미있는 글이었다.
저번학기에 기숙사를 쓰면서 국악대학 1학년들과 같이 쓴 적이 있었다. 그때 애들이 방에서 연습을 하거나 컴퓨터로 음악을 들려주곤 하였다. 그때 가까이서 국악을 처음 들었고 악기에 대해 설명도 들으며 신기하였다. 특히 피리를 전공한 친구가 색소폰 세션에 맞춰서 피리를 분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그 친구가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나도 악기를 하나 배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였다. 그 계기로 이번학기에 국악의 이해를 수강하는데 보탬을 주기도 하였다. 이번 학기 수업을 들으며 솔직히 이론적인 면은 지루한 부분도 많았지만, 현재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직접 앞에서 연주를 보여주고 자신이 전공하는 악기를 설명해주는 수업은 참으로 참신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크게 도움을 주었다.
이번에 국악공연도 처음 보았지만, 이번 계기가 앞으로 국악과 더욱 가깝게 해주는 역할을 해준 것 같다.
첫댓글연주회날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려서 고생했지요.^^ 저도 많이 걱정되었지만 공연을 보고 좋은 경험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수업시간에도 충실하게 강의를 듣고있는 모범학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중국영화음악은 좀^^ 이번공연은 대체로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된 연주회였습니다.
첫댓글 연주회날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려서 고생했지요.^^ 저도 많이 걱정되었지만 공연을 보고 좋은 경험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수업시간에도 충실하게 강의를 듣고있는 모범학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중국영화음악은 좀^^ 이번공연은 대체로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된 연주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