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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편 연속이에요! 로딩이 조금 걱정되는;
29
6년. 이 집을 떠난 지 벌써 6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호기심에 힐끔거리는
어린 하녀들을 보며. 흘러간 세월을 체감했다. 허나 누군가에게 그 세월이 무척 짧은
듯. 아네트를 알아보고 그녀가 저지른 과오를 재빨리 되살려내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는 하녀들도 있었다. 그녀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왜, 저런 여자를 전하께선
직접 만나주시는 건지. 브리의 편인 하녀들은 저 못된 여자가 이 저택의 응접실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천인공노한 죄를 지은 것처럼
괘씸하게만 느껴졌다.
그것은 후안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그의 귀국 파티 후 한번도 보지 못했던 얼굴.
아니 다시 볼 것이라고 생각해 보지도 않은 얼굴이다. 그것도 비쩍 마른 모습으로,
얼굴엔 초조한 낯을 한 채.
“용건만 간단하게 해주십쇼, 루야드 부인. 마침 아내와 중요한 얘기를 하려던
참이라서요.”
그는 평이한 어조로 말했다. 또다시 아네트를 아네트로 대접하지 않고, 그는 존칭을
쓰며 끝내 ?루야드 부인. 이라고 칭했고. 이미 한번 겪어 봤지만, 여전히 낯선
아네트는 흠칫한 얼굴로 머뭇거렸다. 하지만 곧 후안의 얼굴에 슬슬 짜증이 나타나자
아네트는 ‘지금은 시몬만 생각하는 거야.’ 라고 생각한 뒤 그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곤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꼭 도와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염치없고,
뻔뻔하단 것을.. 하지만 제가 믿을 사람은 오직 전하뿐이라.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어조는 차분했고, 목소리엔 기품이 묻어 나왔다. 아니 기품이 있는 건 비단 목소리뿐
아니었다. 긴장한 탓인지 쥐었다 폈다 하는 하얀 장갑을 낀 손과, 꼿꼿한 허리와 한껏
감싼 어두운 보랏빛의 드레스, 보랏빛 큰 모자에 빠져 나온 탐스러운 머리카락에서도.
그녀는 어느새 기품 있는 귀부인이 되어있었다. 아이를 죽일 정도로. 그토록 원하던.
허나, 그녀에게서 이전의 아네트를 찾아 볼 수 없듯 기쁨도 보이지 않았다. 목숨보다
더 원하던 것을 이루었기에 그녀의 열정도 다한 것일까? 변했다. 아네트도. 그래,
내가 이 여자를 사랑했었지. 마치 먼 옛날의 동화처럼 낯설게만 느껴지는 사실에
후안은 허무함을 느꼈다.
“말씀해보세요. 들어는 드리겠습니다.”
그는 애당초 아네트의 말엔 흥미도 없는 듯 보였다. 그녀의 방문을 허락한 건 단지
숙녀를 위한 예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것을 아네트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여지없이 얘기해야겠다 마음먹고 드레스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얼마 전 제 남편이.. 연유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반 미치광이가 되어서,
수소문 해본 결과 그분이 왕의 감옥에 갇혀 계시단 걸 알게 되었어요. 흑..”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막기 위해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작은
어깨가 들썩이나 후안은 움직일 생각도, 달랠 마음도 없어 보였다.
“잘못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 국왕폐하와의 일은 그분과 얘기하세요.”
“슬프게도, 폐하께선 전 만나주지도 않아요. 그러니 전하를 찾아온 것입니다. 차라리
이유라도 알면 속이라도 시원하지. 제 남편은 한번도 국왕폐하의 심기를 건드린 적이
없으십니다. ”
후안의 말에 몸을 일으킨 아네트는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고는,
진정을 위해 심호흡을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거짓 눈물이었지만, 이미 터져
나온 눈물은 걷잡을 수 없었고. 후안은 그녀가 눈물을 수습할 때까지 기다리려
했으나,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에게 집히는 것이 있었다.
“원래 사이가 나빴던 것이 아니고요?”
눈물을 닦으며 아네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관심을 끌었다. 아네트는 ‘내가 미리
던져놓은 것이 있으니까. 일이 수월할거야.’ 라는 시몬의 말을 떠올리곤 새삼 그의
기지에 감복했다. 후안은 언젠가 시몬이 찾아와 그에게 왕이 후안, 자신을 노린다는
말을 건넨 것을 떠올렸다. 그는 누차 이것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알리는 것을
강조했고. 당연히, 그의 말을 그저 헛소리로 들었던 후안은 자세히 듣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왕이 후안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고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이상 이미 몇 달 전 그것을 예견한 시몬의 말은 후안에게 있어 높은 비중을 갖게
되었다.
그런 그가 왕의 감옥에 있다. 그가 유서 깊은 루야드가 임을 생각하면 아네트가
수소문해서 찾은 것도 설득력이 있다. 믿어야 할까? 후안은 아네트를 지긋이
응시했다. 울고 있는 그녀는 슬픔에 젖어있다. 수척해진 모습이 점점 그녀의 말에
설득력을 갖게 했다. 하지만 후안은 신중한 사람이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네트의 눈이 그를 따라 움직인다.
“부인께서도 아시겠지만, 전 부인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이미 우리 사이의 신의 라는
건 자취를 감춘 지가 오래니까요. 딱히 드릴 답변이 없군요. 다만 부인의 정성을
생각해서. 제가 부군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면 따로 서신을 보내겠습니다. 몸이 다
녹으시면 서둘러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그는 아네트의 대답은 듣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녀에게 등을 보이고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자리한 넓은 복도로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불안함에
젖은 아네트는. 혹시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이 아닌지, 심히 고민에 빠졌다. 실패한
것일까? 시몬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네트는 좌절했다. 자신을 봐달라는 시몬의 말이
떠올랐다.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 아네트는 곧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인 이 곳을 감회에 젖어 바라보다. 문득 그녀가 저질렀던 일을 생각하고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되었다.
◈
“뻔뻔도하지. 그럼 후안에게 부탁을 하러 왔단 말이야?”
“예. 방금 아이들이 듣고 왔답니다. 그 뻔뻔한 얼굴을 쳐들고 부탁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입죠.”
“세상에, 그럴 수가.”
에르웬에게 전해들은 어이없는 소식에 브리는 미간을 구겼다. 그녀의 품엔 막 젖을
다 먹고, 브리에게 안겨 등이 쓰다듬어지는 로잘린이 있었다. 자신의 품에 꼭 안긴
아기를 보며, 소름 끼치는 기억을 떠올린 브리는 창백한 얼굴이 되어 ?그 모습은
묘하게 아름다웠다- 허공을 응시했다. 그리고 곧 그녀와 마주하고 있을 후안을
떠올리며, 묘한 질투와 후안에 대한 동정이 일었다. 들은 소리론 아네트는 백작부인이
되었다고 했다. 그녀의 남편은 시몬 데 루야드라는 젊고 유능한 장군이었고. 루야드
가문은 명예 있는 가문이기에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후안은 그런 그녀를 노려 볼 수도
없을 것이고 화를 내거나 하다못해 뺨을 때릴 수도 없을 것이다.
“무슨 부탁이래?”
브리는 체통도 잊고 물었다. 에르웬은 여과 없이 아이들에게 들은 대로 전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루야드 백작이야기 인 것 같았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최근에
유산을 했다니 관련된 문제일지도 모르죠. 전하께선 그저 지루한 얼굴로 듣고
계셨답니다. 왜 그 얼굴 있잖습니까. 언제 끝나냐-. 하는 졸린 얼굴.”
에르웬의 말을 미간을 구기며 듣고 있던 브리는 유산이란 단어에 화들짝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그럼 유산을 했던 몸으로 남편문제로 후안을 찾아온 거야?”
“뭐.. 종합해보면 그렇네요.”
“무슨 일일까.. 후안이 내게 얘기해 줄까?”
브리의 말에 에르웬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긴, 그녀의 말이 옳다. 후안은 절대
바깥일은 말하지 않았으니까. 가끔 저택을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해 브리가 물으면
후안은 “공주님이 아실 만큼 건전하고 훌륭하지 못 해.” 라며 넘겼다. 허나 이번엔
무척 궁금했다. 특히 아네트의 문제이다 보니, 안 그래도 호기심 많은 브리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그런 호기심은 어느덧 엉뚱한 방향으로 전환되었고.
로잘린을 토닥이던 브리의 손에 알게 모르게 힘이 들어가버렸다.
‘뭐야, 그럼 나도 모르는 일을 두 사람이 공유한다는 거 아니야?’
곧 다시 미간이 구겨졌다. 유산, 이라는 단어에 조금 동정심이 일었던 그녀의 마음은
어느덧 분노가 차 올랐다. 차라리 알리시아면 모를까. 상대는 아네트다. 그 못된
아네트. 그리고 언젠가 후안이 사랑한 적이 있던 아네트.
“응애애-”
갑작스럽게 이어진 로잘린의 울음에 브리의 생각은 멈췄다. 아마 그녀가 토닥이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어리고 작은 등이 아픔을 느꼈나 보다. 브리는 곧 천사 같은
어머니로 돌아와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 그런 브리를 보며
에르웬은 감격스럽게 말했다. “세상에 마님처럼 모성애가 강한 부인들은 없을
거예요.” 두 손을 맞잡으며. 그리고 뒤를 이어.
“그래, 에르웬이 옳아.”
후안이 나타났다. 에르웬은 화들짝 놀라 후안을 바라보며 공손하게 예의를 갖췄고.
그런 에르웬을 보며 브리는 빙긋 웃었다. 팔짱을 낀 채 문에 기대있던 후안은 곧
팔짱을 풀고 로렌초가 누워있는 요람으로 향하더니, 어느새 잠에서 깨 그 작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로렌초를 안아 올렸다. 이젠, 아이를 안는 것이 많이 익숙해진
후안의 폼은 꽤 그럴싸했다.
눈치 빠른 에르웬은 곧 다른 하녀들을 이끌고 브리를 향해 싱긋 웃으며 아기방을
빠져나갔고. 브리는 곧 후안을 바라보며, 마침 잘됐다는 듯 물었다.
“아네트와 무슨 얘길 했어?”
그녀의 말에 후안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다 다시 로렌초에게 시선을 돌려,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 그래도 반 루앙과 얘기하고 오는 길이야. 지긋지긋 해.”
“그래도. 난 알 권리가 있어.”
“이건 내 일이고 바깥일이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로렌초가 후안을 바라보며 방긋거리며 웃었기에, 후안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아이의 구름처럼 부드럽고 작은 손에 짧게 키스한 후안. 그런 그를 바라보며
또 짧은 감동에 젖은 브리는 문득 생각 났다는 듯 고개를 돌리곤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싫어. 아네트랑 후안만 아는 얘기는.”
“아냐. 반 루앙도 알아.”
어이없는 그의 대답에 브리는 따지려 했으나, 곧 로렌초를 다시 요람에 넣어두고,
작은 장난감을 흔들며 아이와 놀아주는 후안의 모습을 보고 포기했다. 그는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는다.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브리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다. 섭섭함이 밀려왔다. 적어도 부부인 이상, 서로 사랑하는 사람인 이상, 두
아이의 부모인 이상. 허물없는. 하나와도 같은 사이가 되고 싶었다. 후안은 브리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브리는 그렇지 못하다. 물론 후안의 사업얘기는 골치가
아프겠지만. 이해는 못해도 듣고는 싶었다. 허나 그 마음을 후안은 모른다. 야속한
후안은 곧 대답 없는 그녀를 두고 말했다.
“자자, 이 얘긴 그만해. 난 할 얘기가 있어 온 거니까. 아까 하다만 그 이야기.”
어느새 체념한 브리가 물었다.
“..아이들을 보려고 온 게 아니라?”
“물론, 쌍둥이들도 보고 싶었어..”
후안의 말에 그가 기특한 브리는 짧게 웃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아네트와
나누었던 대화를 알려주지 않았던 건 괘씸했기에, 곧 그 미소는 사라졌다. 그런
그녀를 보며, 귀여워 죽겠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인 후안은 털썩-, 하고 그녀의 곁에
앉았다. 곧 로잘린이 후안을 알아본 듯 그를 보며 방긋거렸고. 아이의 볼을 귀엽다는
듯, 살짝 꼬집은 후안은 여지없이 말을 이었다.
“내 유모를 데려오자. 제제부인 말야.”
그 말에 화들짝 놀라 딱딱하게 굳은 브리는 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후안을 바라봤다.
그는 언제나처럼 늘씬한 두 다리를 보기 좋게 꼰채 소파에 폭신히 기대어 있었고,
시선은 로잘린을 향해있었다.
“제..제제부인을?”
“왜. 싫어?”
“아..아니 싫은 건 아닌데.”
브리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자 후안은 의아해했다. 그의 생각에 그녀가 저렇게
당황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브리는 하녀들에게 함구령을 내리면서까지
자신이 숨겨왔던 제제부인의 죽음을 떠올렸고. 아네트와의 대화를 숨긴다고 화를
냈던 자신을 모순이라며 책망했다. 허나, 지금은 책망할 시기가 아니었기에 그 생각을
접은 브리는 여전히,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며 후안을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싫어?”
후안이 말했다. 그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셨다. 브리는 재빨리 답했다.
“아냐. 난 싫지 않아.”
“그럼 그 얼굴은 뭐야? 그래 뭐 싫지 않다니까. 오늘 당장 사람을 보낼게.”
“뭐?”
“제제부인의 고향으로. 그래야 아이들을 맡기든 말든 하지.”
제제부인의 부재를 의아하게 여긴 후안에게 그녀가 고향으로 갔다고 둘러댄 후,
헤렌부인이 디에고의 시신을 거둬 그것을 화장하고 유골 함을 가져간 사실을
고자질함으로써 그의 관심을 헤렌부인에게 돌린 브리는 ?그 후 헤렌부인의 원망 섞인
서신이 왔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분은 날 훌륭하게 길러주셨어. 훌륭한 놈이 되진 못했지만, 사실 둘을 돌보기엔
너무 힘들잖아. 아이 둘에게 젖을 모두 먹이기엔 네 몸은 너무 약해. 제제부인은
루엥으로 돌아오면서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된 튼튼한 부인도 데려올 거야.”
“싫어.”
“도대체 왜?”
단호한 브리의 말에 후안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녀의 어조가 너무 단호했고, 차갑게
느껴졌기에 후안은 곧 삐질 듯한 어린 소년의 눈으로 브리를 바라봤다. 샐죽 나온 입.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 잠시 웃으며 그를 응시한 브리는 곧 웃음을 거두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후안은 제제부인을 죽은 것을 모른다. 만약 제제부인이 그런 식으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후안이 알면, 얼마나 슬퍼할지 충분히 헤아릴 수 있기에.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브리의 마음과 다르게 상황은 조금씩 더 악화되어갔다.
후안의 표정은 점점 더 변했다. 그는 왜냐고 좀 더 강한 어조로 따지고 싶은 마음을
애써 꾹꾹 누르는 얼굴이었다. 이제 브리는 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답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브리는 시선을 돌리며 어눌한 어조로 말했다.
“내 손으로 직접 기르고 싶어.”
“설마 했는데.”
그녀의 대답이 나오자 후안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자못
심각한 어투로 말했다.
“포기해 브리. 힘들 거야. 이 두 녀석을 혼자 어떻게 기른다는 거야? 새벽에 깨서
아이들을 먹이는 거야 네 쪽에서 좋아하는 일이고 지금이야 어리니까 에르웬이
도와주면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고 쳐. 하지만 더 자라면? 말을 하기 시작하고 조금
더 많이 먹게 되면 어떻게 할거야? 저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정말 혼자서
기를 자신이 있어?”
후안의 말에 브리는 주눅이 들었다. 안 그래도 이번 주만 지나면 유모를 부를
참이었다. 하지만 그 유모가 제제부인이라면 곤란하다. 이미 죽은 사람인데, 어떻게
불러온단 말인가? 브리는 다시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내가 기를 거야.”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문장이 끝나갈수록 잦아들었고. 후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는 턱을 괸 채 브리를 바라봤다.
“황소고집. 역시 왕족이라니까?”
후안은 비꼬듯 말했다. 예쁘긴 하지만 어른의 얼굴을 하고 샐죽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후안은,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었기에 브리는 그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금새 웃음을 거둔 브리는 단단한 표정으로 후안을 바라봤고. 후안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날 위해서도 해줄 수 없어? 난 제제부인한테 내 손자까지 맡기고 싶어. 그녀가
그때까지 살아 준다면.”
그런 그를 보며 측은지심이 든 브리는 로잘린을 토닥이던 손으로 그의 부드러운
상아빛 머리를 쓸어 내렸다. 후안이 제제부인에게 있어 자신의 자식과도 같았듯,
후안에게 있어 그녀는 죽은 어머니 대신이었다. 이런 그에게 그녀의 죽음을 말할 수
없다. 안 그래도 하루하루가 바빠 겨우 주일에나 숨을 돌리는 후안인데. 그녀가 입을
열지 않으면 그는 평생 모를 것이다. 다행이 두 사람의 문제는 독단적으로 처리하지
않는 후안이니 멋대로 제제부인을 찾아 부를 일도 없으니 말이다.
“미안. 하지만… 그녀에게 부탁할 수 없는걸.”
“제제부인이 아니라면 난 절대 유모를 불러주지 않을 거야. 하다못해 보모도.”
“뭐? 그건 너무해. 유모면 몰라도.”
“그럼 제제부인을 불러. 제발 안 된다는 소리는 그만하고 동의해 줘.”
“안 돼.”
어쩜 이렇게 고집을 피울까. 브리가 제제부인을 의지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녀가
괘씸하게 느껴진 후안은 그만 기분이 상해버렸다. 왜 그렇게 싫다며 고집을 피우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단단히 삐쳐버린 후안은 그녀의 대답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따라 브리도 일어났지만 후안은 저벅저벅 걸어 방을 나서버렸고. 그의
냉정한 등을 보며 브리도 새침하게 입을 비죽 내밀었다. 물론, 제제부인의 죽음을
모르니 브리를 탓하겠지만, 브리 스스로가 그에게 숨기려고 한 일이지만 어쩐지
섭섭하고 서운했다. 그렇다고 유모도 도우미도 불러주지 않겠다니.
“미워 죽겠어 정말.”
아기의 작은 트림소리가 들렸지만 후안이 나간 곳을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는데
여념이 없는 브리는, 품에서 풀려나고 싶어 낑낑거리는 로잘린을 더욱 끌어안으며
소파에 앉았다.
◈
아네트의 부탁은 덫 혹은 진심이었다. 덫에 가깝다는 것에 후안과 반 루앙은
동의했다. 이미 왕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한번쯤 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도 서로 오차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몬이 왕의 더러운 속셈을 후안에게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 정도로 친분, 혹은 선의가 있어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후안은 반 루앙을 통해 사병을 루엥의 전 지역으로 보냈고, 은밀한 수사가 일주일은
펼쳐졌을 때. 왕의 감옥의 위치가 적힌 지도가 후안에게 전달되었다.
두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브리가 -정확히는 보모를 불러줄 수 있게 해달라며 한참 조른 뒤- 곤히 잠에
빠져들었을 때. 후안은 저택을 빠져 나왔다. 녹슬지 않은 날랜 솜씨로 말을 타고 저택을 빠져 나온
후안은, 텅 빈 거리에 속속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자신의 사병들을 직접 이끌었다. 그가 직접 가겠다는
말에 반 루앙은 기겁했다. 그의 신변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허나 후안은 자신이 꼭
가야 한다고 우겼다. 어쩌면 그가 감추는 호기가 꿈틀댄 것도 이유이긴 하겠지만, 무엇보다 그가 가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했다. 만약, 사병들이 서툴러 그의 구출에 실패한다면 그 일을 사주한 것이
후안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허나, 성공할 경우.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기에 왕은 아무런 시비를 걸지
못할 것이다. 왕의 감옥에 사람을 빼오는 건 후안에게 있어서는 식은죽 먹기였다. 3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전쟁터에서 보낸 시간들은 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지도에 따르면 이쪽입니다.”
낮은 목소리의 한 사병이 말했다. 달빛에 소복이 쌓인 눈이 빛났다. 인적 없이 드문 밤. 그리고 유난히
날이 추운 밤. 후안은 사병들과 함께 섞여, 지도가 가리키는 곳을 찾아 한참을 달렸고. 그로부터 거진 한
시간이 지난 후. 비록 졸업은 못 했지만, 언젠가 후안이 다닌 적이 있는 플로라 왕립학교가 나타났다.
지도에 확인하면, 학교의 지하통로 끝에 감옥이 있다. 이런 곳의 왕의 감옥이 자리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지며 웃을 때가 아니다. 후안은 안으로 들어섰다. 언젠가 그가 소년시절을
보냈던 그 곳에.
해가 뜰 때쯤 숫자가 줄어든 그 무리에 섞인 후안의 말에 또 다른 사람이 올라 있었다. 시몬 데 루야드.
그였다.
30
비밀을 품었을 것 같은 검은 밤이 서서히 가셨다. 어느덧 공기는 새벽을 알리고 있었고. 창 밖의 세상을
바라보던 시녀는 낮게 한숨을 내쉬고 왕비를 바라봤다. 원래 이 시간이라면 여전히 시녀들의 방에서
잠자느라 정신이 없을 때지만, 왕비가 심상치 않았기에 시녀 장은 그녀에게 왕비전하의 곁을 떠나지
말라는 명을 내렸다.
왕비는, 정상이 아니었다.
“이제 해가 뜨려고 해요. 어서 주무세요 비마마.”
왕비를 위하기 보다. 자신을 위한 말이었다. 이제 시녀에게도 한계가 찾아왔다. 시녀 장은 그녀에게
왕비전하를 밤새 지켰다고, 일을 제해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하루가 시작되는 일곱 시가
되기 전까지 하다못해 한 시간이라도 잠을 자고 싶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왕비는 말
한마디 없이, 그 멍청한 눈을 하고 ?마치 죽은 사람과도 같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아
허공만을 응시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예고도 없이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는 것이 반복되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런단 말인가. 다녀간 의사의 말로는 출산일이 다가오니 더욱 우울증에 시달리시는
것이라며 곁에서 상냥하게 잘 돌보면 나을 것이라 했지만, 도통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진다고 말하는 것이 옳았다. 창백하디 창백해지는 얼굴, 핏기도 찾을 수 없는 피부.
왕비에겐 병적인 아름다움이 더해갔다.
“졸리면 가서 자.”
느릿한 목소리의 비앙카가 말했다. 그녀의 싸늘한 눈빛이 자신에게 꽂히자 번뜩 잠이 깨버린 시녀는
물끄러미 비앙카만을 바라보았다. 허락을 의미하는 듯 지긋이 눈을 깜빡인 비앙카. 은은한 미소가
지어진 얼굴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왕비는 정말 이상한 여자다. 시녀는 지어지지 않는
억지 미소를 진 후 곧 빠른 걸음으로 아치 문을 벗어나 침실의 바깥으로 향했다. 졸리기도 했지만,
왕비와 한시라도 더 있다간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비앙카는 문득 통증을 느꼈다. 이른 새벽부터 반복되던 고통이다. 출산에
대한 짧은 지식에 따르면 곧 뱃속에 있는 ‘그게’ 태어난 다는 것을 뜻한다. 후회. 고통에 미간이
찌그러졌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너무나도 억울했다. 원하지 않는다. 아이 따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니, 아이뿐 아니라 가드미온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가 그녀의 남편이 될 것이라곤.
“으읏…”
점점 통증의 강도가 더했다. 창백한 얼굴에 식은땀이 흐른다. 부른 배 위를 꾹 쥔 비앙카는 문득 아치
문을 바라봤다. 사람의 형상이다. 분명 그녀의 출산을 알아차리고 온 시녀일 것이라 생각한 비앙카는.
그를 확인하고 고통도 지워진 새하얀 얼굴로 응시했다.
붉은 머리에 깔끔한 정장차림의 그는 단정한 얼굴로 비앙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치 문에 기대어,
진통에 고통스러워 하는 그녀를 보며. 기쁨도, 미움도 없는 얼굴로. 생전의 큰 키와 늘씬한 몸을 하고.
짙은 녹빛의 눈으로. 언젠가 비앙카에게 사랑한다, 고백한 적이 있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그의 시선이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유령이라도. 혹은 환상이라도.
괴로웠다. 마치. 그 눈은. ‘그것 봐.’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맞아, 난 어리석은 여자야. 이 저주받은 아이는 태어나겠지. 이 아이가 태어나면 난 널 배신한 게 돼.
복수를 한답시고 다른 사내에게 안겼어. 이게 배신이지 바로 뭐겠어?”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가까스로 사라진 진통에 비앙카는 겨우 숨을 골랐다.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숨죽여 지켜보듯이. 그런 그에게 비앙카는 고백하듯 말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운 고통이
그녀의 이성의 균형을 깨어버린 것이 그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솔직해졌다.
“가끔은 궁금하기도 해. 과연 이것이 사랑일까. 네가 떠난 후 난 스스로 나를 나락에 넣어 너에게
사죄하며 후회할 일만 만들어. 이상하게, 그러면 난 너무 편안해져. 관둘 수가 없어. 죽을 때까지. 난
후회해야 하고 널 위해 울어야 하니까. 관둘 수가 없어. ………난 미쳤을까?”
그는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표정 없는 얼굴이다. 그는 구부정한 자세로 벽에
기대고 비앙카를 바라본다. 비앙카의 얼굴은 더욱 애절해 졌다. 다시 시작되는 진통은 더 이상 괴롭지
않았다.
“아니면 네가 날 벌하는 거니..?”
비앙카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아니면 이런 게 사랑인 거니?”
그녀의 얼굴에 묘하게 미소가 인다. 벨스의 얼굴은 더욱 차가워져. 마치 금방 사라질 것만 같았다.
이번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진통이 비앙카를 덮쳤다. 어느덧 어스름하게 해가 떠오르고 어두웠던
침실이 서서히 밝아졌다. 벨스는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렇다면….”
이를 악물고 참아가며 비앙카는 말을 이었다.
“…사랑해.”
그녀가 말했다. 정신이 아찔해진 그녀는 그만 배를 움켜쥔 손을 놓아버렸다. 창백한 손이 의자의
팔걸이를 따라 떨어졌다. 흔들 흔들. 허공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그 손. 구부정한 자세로 벽에
기대어 비앙카를 바라보던 가드미온은. 후안이 덫에 걸렸다는 그 즐거운 소식을 목구멍으로 다시 밀어
넣었다.
“벨스가 아니라서 미안하군.”
그는 말했다. 아마 그녀는 듣지 못할 것이다. 가드미온은 쓰러진 그녀를 돌보지 않았다. 단지 그대로
걸음을 되돌렸고. 침실로 돌아가는 중 시녀를 불러 세워 왕비의 진통을 알렸을 뿐이다. 시녀는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이 되어 서둘러 왕비의 침실로 향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가 언제였더라? 그래. 누님이 12살이 되던 생일날이었으니 그가 11살 생일을
앞두고 있을 즈음이였다. 그때부터다. 그녀만을 기다린지 10년. 그토록 기다리던 사랑해 라는 소리를
죽은 자의 모습을 빌어 들었다. 그녀는 약해져 있었다. 가드미온을 벨스로 착각할 만큼. 비단 진통 탓은
아닐 것이다. 변화가 있음이 확실하다. 가드미온은 그녀에게서 후회를 봤다. 그리고 여전한 죽은 자를
향한 사랑도. 자신도 비정상임을 알고 있는 그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후안을 죽일 수
있는 확률을 커졌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이 없다. 제 아무리 왕이지만 인간. 그는 죽은 자를 다시 죽이는
법을 알지 못한다. 죽은 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달래는 법도.
그 날 오후. 델프라의 왕자가 태어났다. 결혼한지 1년만에 왕은 자신의 후계자를 갖게 된 것이다.
스타니슬라스라는 이름을 얻은 왕자는 일주일 뒤 세례식을 받도록 정해졌고. 그 소식에 루엥은 어느덧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그로부터 3일 후.
“감사합니다.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후안이 시몬을 빼내 왔을 때.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옷은 며칠이나 갈아입지 않았던 것인지 쥐똥
냄새가 코를 찔렀고. 쉰 치즈냄새가 그의 온몸을 감쌌다. 어디 그 뿐일까. 얼굴 곳곳엔 딱딱한 검은
딱지들이 훈장처럼 자리했고 퀭한 눈의 그는 며칠이나 굶은 것인지 저번에 봤을 때보다 흡사 10키로는
줄어 보였다.
다행히, 가족들을 만난 뒤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보이는 시몬은 직접 데스칸테 가의 저택까지 방문했다.
깔끔하고 정갈한, 예의 바른 모습으로. 아이를 돌보는데 정신이 없는 브리는 아네트가 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 보였고. 후안은 은혜를 준 자의 오만함이 섞인 얼굴로 그를
만났다.
서재 밖. 반 루앙은 자신이 대화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 퍽 기분이 상했는지 미간을 잔뜩 구긴 얼굴로.
언제나처럼 허리엔 장검을 찬 채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서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일을 대비하고 있었고.
벽난로가 타닥거리는 서재 안에선 이야기가 한참이었다. 시몬은 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그런 저런
이야기를 한껏 늘어놓았고 그의 이야기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이어질 때 참다 못한 후안이 말했다.
“용건만 간단히 합시다. 백작께선 어떤 연유로 그 감옥에 갇혔죠?”
푸른 눈이 시몬을 바라봤다. 저 눈을 가진 소년을 미워하던 또 다른 소년을 시몬은 알고 있다. 아주 먼
옛날. 모두가 겨우 소년과 소녀에 불과했을 때. 과연 후안은 이 눈앞에 있는 남자가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여자를 망쳐버린 사람이라는걸 알고 있을까? 하긴, 이제 안다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묘한 인연이다.
“그건.. 제가 무언가를 누설하여. 하마터면 그의 일을 그르칠뻔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전하.”
“…나와도, 관련이 있는 겁니까 백작?”
후안의 말에 시몬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척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의 왕이
써놓은 각본대로. 처음엔 그저 흥미로운 스캔들이라도 듣는 듯 여유로운 표정이던 후안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시몬은 힘든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 듯 연기를 했고, 그가 전하는 말에 후안은 미간을 구기고
물었다.
“그러니까 왕은 이미 왕위에 오른 순간부터 내 죽음과, 이 가문의 멸족을 위해 헐몬공작까지 죽여가며
머리를 썼다는 거?”
공작이 덫에 걸렸다.
그러나 그는 마치 덫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불쾌한 얼굴을 하고 시몬에게 말했다. 그리곤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삼류소설에나 어울릴 이야깁니다.”
하지만 이미 왕은 그에게 선언했다. 당신을, 적으로 두어도 좋다고. 시몬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후안은 턱을 괸 채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곤 여전히 시몬을 바라보지 않은 채,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하며 말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세요.”
그리곤 소파에 기대어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시몬도 덩달아 심각한 듯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힘들어 보이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문을 향해 걸으며 승리자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왕자가 태어나고 일주일 동안 이어진 축제 동안. 알리시아는 라이넌과 함께 이곳 저곳을 다녔다. 더
이상 남장을 하지 않고. 눈치 볼 사람도 없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알리시아는 라이넌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라이넌도, 그런 그녀를 곁에 꼭 끼고 떨어뜨리지 않았다. 다른 연인들처럼. 하지만,
“라이넌? 자기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요?”
사람의 틈바구니 속에, 고약하게도 조세핀을 만나고 말았다. 그녀는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라이넌을
바라보다 아름다운 알리시아를 바라봤다. 명랑한 웃음을 지운 조세핀은 라이넌을 바라봤다.
“사촌 인데, 이번에 루엥에 올라왔어.”
거짓말에 능숙한 장사치답게 라이넌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알리시아는 그를 잡은 손을 놓았다.
“아, 그렇구나. 반가워요 난 조세핀이에요. 내 얘긴 많이 들으셨죠? 후후”
자신의 가문에 라이넌과 자신의 약혼소식이 한때 이슈였듯, 그러리라 생각한 조세핀은 물었다.
알리시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와 악수는 하지 않았다. 덕분에 무안해진 자신의
손을 재빨리 감춘 조세핀은 익숙하게 라이넌의 곁에 서 팔짱을 꼈고. 벙찐 얼굴의 알리시아는 마치
자신의 것을 뺏긴 어린아이의 눈을 하고 있었다.
“가시죠 알리시아 양.”
그때였다. 낯선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는 조세핀과 일행이자, 라이넌의 숙부였다. 그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얼굴로 알리시아를 내려다 봤다. 마치 발가벗겨진 것 같은 기분에 수치심이 들었다. 사내의
팔에 팔짱을 낀 알리시아는 먼저 앞서가는 라이넌과 조세핀을 바라봤다. 문득 라이넌이 고개를 돌렸다.
알리시아를 바라보고 ‘미안’ 이라 입모양을 낸 라이넌은 숙부와 눈이 마주치고 곧 다시 앞을 바라보며,
조세핀의 약혼자 노릇에 충실했다.
31
우연히 만났다고 치기엔 타이밍이 너무 훌륭했다. 라이넌은 알 수 있었다. 이 만남의 그의 숙부가
의도한 것이란 것을. 그를 증명하듯, 숙부는 알리시아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라이넌이
알리시아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처럼.
"이렇게 아리따운 사촌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어. 라이넌도 참. 왜 내게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어?"
여자의 직감일까? 아니면 단순히 알리시아의 미모에 대한 질투일까. 조세핀의 어투엔 질투가
서려있었다. 알리시아는 그쪽도 어디 빠지는 미모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라이넌은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숙부는 은연중에 라이넌을 노려보며 감시, 를 하고 있었고. 조세핀은
알리시아가 너무 예쁜 것을 질투하고 있었다. 그리고 알리시아는. 라이넌에게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딱딱한 얼굴을 하고 마치 돌을 씹는 것처럼 괴롭게. 입에 음식을 넣고 있었다. 그것은 라이넌도
마찬가지다. 이 새우의 소스가 라임이라는 것도 그는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조세핀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줄 위에 서있는 기분으로 초조했다. 뭐 다른 사람의 속은 들어가지
않아 모르겠지만, 적어도 라이넌 그 자신은. 경계하듯. 그는 숙부를 바라봤다.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조세핀과 라이넌의 약혼을 깰 리 없는 그이기에 만약 결정적인 한마디를 한다면
알리시아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싫다.
그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그저 시시껄렁한 이야기들, 웃고는 배기지 못하는
이야기들 듣지 않아도 될만한 사교계의 스캔들 따위. 조세핀은 깍지를 끼고 그를 바라보며 명랑하게
깔깔거렸지만, 알리시아와 그의 숙부는 그렇지 못했다. 조세핀만 눈치 채지 못했을 뿐. 라이넌은 분명
오버하고 있었다. 그 자신을 넘어, 마치 무언가를 감추듯.
“에헴.”
그때. 숙부가 헛기침을 했다. 일동은 모두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알리시아만은 마치 죄를 진 사람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녀를 힐긋 바라본 그의 숙부는 곧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세핀 양, 오늘 라이넌에게 할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조세핀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라이넌을 바라봤다. 거칠 것 없이 쾌활하고 그저 명랑한
그녀가 부끄러워할 일이 뭐가 있을까? 라이넌은 불안함을 애써 감춘 채 그녀를 바라봤다. 라이넌이
불안해하고 있음을 눈치 챈 알리시아도 긴장된 얼굴로 조세핀을 바라봤다.
그녀는 힘든 얘기를 꺼내는 듯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곧 다시 명랑한 웃음을 짓고 말했다.
“너무 좋아서 기절하진 말아요. 우리 아버지께서 드디어 날짜를 정하셨어요.”
“…날짜라니?”
“어머, ”
그녀는 문득 알리시아를 바라봤다. 어쩌면 이럴 수 있냐는 얼굴로. 알리시아는 그에 맞장구 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색한 미소였다. 조세핀은 다시 라이넌을 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 결혼 말이에요.”
저택에 도착한 후 라이넌의 서재로 향한 알리시아는 무작정 라이넌의 바를 뒤졌다. 그리고 보드카를
꺼내어 맥주잔에 들이부었다. 그야말로 술독에 빠지기로 작정했는지, 그녀는 여지없이 그것을 들이켰고
곧 반정도가 비워지자 ‘탁’ 소리가 날만큼 탁자에 내려두었다. 촉촉해진 입가를 스윽 닦은 알리시아는 곧
자신을 따라 바에 들어온 라이넌을 바라봤다.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녀를 말려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행동에 옮기기가 힘들었다. 알리시아의
커단 검은 눈이 분노에 질투에 차 라이넌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그렁그렁 맺혀버린 눈물. 서로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낼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알리시아에겐 그와 대화할 여유가 없었다. 그가 나타나자 다시 한번 들이킨 알리시아는 탁자
위에 잔을 내려두었지만, 빗나간 잔은 그만 소음을 내며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아무 말도 하지 마.”
주룩. 흐른 눈물을 쓰윽 닦은 알리시아는 곧 서재를 떠났다. 용감하게 보드카를 맥주잔으로
들이마셨지만, 그녀는 가엾게도 술이 약했다. 비틀거리며 겨우 난간을 쥐고 곡선 계단을 오른
알리시아는 비틀 비틀, 복도의 벽에 의지하며 겨우 자신의 방으로 도착했다. 알리시아가 이 저택을
떠나지 않고, 라이넌의 곁에 머물기로 결심했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라이넌이 건네주던 이 방과 열쇠.
철없이 그저 좋아했었지. 쓴웃음이 났다. 그 둘이 결혼한다고 해도 이 방에 계속 있을 수 있을까? 지금 이
사태는 예견이 되어있던 일. 어차피 생겨야 했던 일. 수없이 생각했던 일. 하지만 실제로 닥친 상황은
알리시아를 생각보다 더 힘들게 만들었다.
힘겹게 방문을 연 알리시아는 닫을 생각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고, 곧 침대위로 쓰러졌다. 머리가
아팠다. 그렇게 심하게 아픈데도, 마음속의 질투와 머릿속의 더러운 생각들은 잊혀지지 않았다.
알리시아는 생각했다. 만약, 그 여자가 없어진다면? 갑자기 마차사고가 나서 다신 걸을 수 없는 불구가
되거나 혹은 죽어버린 다면. 희망처럼, 그것은 알리시아의 마음을 채웠다. 하지만 불현듯 과거가 떠오른
알리시아는 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자신을 그토록 괴롭히던 공작부인. 라이넌은 알리시아에게 말했다.
[그녀를 이해해. 나쁜 여자는 절대 아니야. 오히려 순하고 순하며 착해. 공작에게 아까울 정도로. 단지,
예전에 공작이 측실을 들인 일이 있는데. 그 결과가 더러워서 무서워하는 것뿐이야.]
그저 임신 때문에 머리가 미쳐버렸다, 고 속으로 생각했던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리시아는 드디어
깨달았다. 같다. 지금의 자신과. 후안을 자신에게 빼앗겨버릴 까봐, 행복이 사라질 까봐 자신을 증오하던
공작부인과,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조세핀과 결혼해야 하는 라이넌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과.
밉다. 그 미움은 같았다. 만약 세상에서 이 사랑을 알게 된다면 알리시아를 손가락질 하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라이넌이 사랑하는 건 알리시아다. 그런데 조세핀이 오래된 약혼을 빌미로 그녀에게 라이넌을
뺏으려고 드는 것이다!
감당할 수 없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질투를 넘었다. 못된 년! 그 년을 어떻게 한담? 알리시아는 곧
침대에서 내려왔다. 술이 확 깨어버렸는지, 자신의 책상으로 향한 그녀는 곧 라이넌의 서재에서 가져온
책들을 한 켠으로 밀어버리고 서랍을 뒤져 양피지를 꺼냈다. 거위깃펜의 촉에 잉크를 묻히고 그녀는
서신을 써 내려갔다.
“친애하는 데스칸테 공작부인께……”
라는 서두로 시작하는 서신을 한참 써 내려가던 알리시아는 곧 깃펜을 던져버리고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브리에게 편지를 써 봤자, 이득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알리시아가 라이넌에게 떠남으로써 걱정거리를 없앴고, 다시 그 천사 같은 공작부인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상냥하고, 자애로우며 남을 해치는 것은 하나도 모르는 그런 원래의 모습으로. 증오로 가득한
서신을 보내봤자, 그저 그녀에겐 “미울수록 당신이 괴로울 거에요. 포기해요 알리시아, 남의 것을 뺏는
건 옳지 않아요. 그리고 후안이 당신을 무척 찾고 있는데…” 라며 이야기를 늘어 놓을 것이 뻔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분노를 어떻게 삭여야 할까? 해답이 없다. 오히려 괴로움이 더했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고 흐느끼며 등을 굽었다. 한참 울음소리가 계속되었을 때, 문득 그녀의 어깨를 누군가가 감쌌다.
알리시아는 고개를 들었다. 라이넌이 그녀를 안아주고 있었다. 따뜻하다. 모든 분노가 그의 손길에
승화되어 쓸모 없는 먼지처럼 날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었다.
눈물을 닦고. 알리시아는 라이넌의 품에 벗어나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휘청거렸지만 라이넌의
손길을 뿌리치고 홀로 벽을 딛고 몸의 균형을 잡았다.
그는 무슨 말을 꺼내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곧 힘든 듯 다시 닫아버렸다. 그의 말이 기다려졌다. 어쩌면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자고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숙부에게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조세핀과의
약혼을 깨겠다는 말. 허나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이별을 고하는 말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차라리
그가 입을 열지 않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리시아는 그의 말을 가로막기 위해 입을
열었다.
“드디어 그 때가 온 거야. 당신이나 나나 피하려고 했던 그 때가.”
“결혼은 어떻게든 늦춰볼 수 있어.”
“늦춰도 어차피 하게 될 결혼이잖아. 우리 둘을 위한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결혼은 나와 조세핀만의 문제가 아니야. 그 사이에 방법이 생길 거야.”
“방법? 그럴 리가 없어. 그랬다면 진작 약혼은 깨어졌을 테니까. 나를 위로하기 위한 말은 하지 마.
현실은 차가우니까…”
그녀의 말에 라이넌은 묘한 얼굴이 되었다. 의외의 차가움에 놀랐을 수도 있고, 자신의 알지 못했던
알리시아의 냉철한 태도에 질려버렸을 수도 있다. 6년의 시간을 후안과 보내며 그녀가 닮아버린
점이라는 것은 둘 다 알지 못했다. 알리시아는 곧 자신의 차가움을 후회하며 라이넌의 품에 안겼다. 그의
옷자락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사랑해. 항상 당신 곁에 있고 싶어. 그래 난 욕심쟁이야. 하지만 누구도 날 욕하지 못해. 당신이
사랑하는 건 그 여자가 아닌 나니까.”
그녀의 말에 라이넌은 곧 끌어안았다. 헤어지지 않을 것처럼 강하게. 그러나 알리시아는 그의 품을 빠져
나오고 그의 손에 짧게 키스한 뒤 말했다.
“하지만… 나 확실히 하고 싶어. 결혼을 미루면 어쩔 건데? 어차피 반복될 거야. 나 이런 고통 두 번은 못
겪어.”
그녀의 말에 의아한 듯 바라보는 라이넌.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알리시아는 말했다.
“택해. 나야 조세핀이야?”
그 말을 마친 뒤, 알리시아는 다시 주룩주룩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지도 못한 채 라이넌을 바라보다 곧
이어진 두통에 침대에 누워버렸다. 얼굴을 묻고. 알리시아는 괴로워했다. 그녀의 머릿속엔 자신의 말을
듣자마자 혼란스러운 얼굴로 담배를 꺼내든 라이넌의 표정이 가득했다. 라이넌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일생에 처음으로 닥친 선택에 부담, 그리고 혼란을 느꼈다. 사랑하는 건 알리시아. 그러나
현실은 조세핀이다. 알리시아를 선택하고 그가 이 곳을 떠나버린 다면 페로 상단은 숙부가 알아서
일임하겠지만 죽어가는 순간까지 라이넌을 찾으며 상단을 꼭 이으라고 유언을 남긴 아버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만약 조세핀과의 약혼을 깨버리고 알리시아를 부인으로 맞는다면? 분명 알리시아는 행복해 할 테고
본인도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조세핀의 아버지는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여러 귀족들에게
자신의 향수를 대고 있고. 그의 향수는 인기가 많다. 사교계에 이렇다 할 인물은 되지 못하지만 여러
곳에 연줄과 친분이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페로 상단의 고급 손님들이 줄어들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건
곧 매출과 직결된다. 지금처럼 상세가 미친 듯이 솟아 올랐을 때엔 사활이 걸린 일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리시아를 저버릴 수도 없다. 그녀를 사랑한다. 과거, 공주를 사랑했던 것 보다 더욱.
그때 공주에게 매달렸던 열정이 아까울 정도로. 알리시아를 이렇게 늦게 만난 것이 못 견디게 슬플
정도로. 저 여자는 소중하다. 그의 인생의 전부라고 말 할 수 있을 만큼. 그러나 그는 아직 스물 넷의 어린
나이에 비해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다.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했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현실의 벽은 가혹했다.
“나가 줘.”
차가운 목소리의 알리시아가 그렇게 말했기에, 라이넌은 바보처럼. 변변한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방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 밤. 알리시아는 저택을 떠났다.
반 루앙과 긴 이야기 끝에 시몬을 믿기로 마음을 굳힌 후안은 홀가분한 마음이 되었으나. 곧 왕과
비앙카가 떠오르자 다시 복잡해졌다. 마음에 뒤숭숭할 땐 언제나 그랬듯, 그는 브리를 찾았다. 그녀는
아이들의 방에 있었다. 달콤한 카라멜 냄새를 기분 좋게 들이마신 후안은 철이 자석에 끌리듯,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두 녀석들은 기분 좋게 잠이 들었고 가끔 배냇짓을 했다. 그 귀여운 모습을
보노라면 악동 같은 심술이 발동해 자꾸만 괴롭혀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참았다. 우선 다른 목적이
있었으니까.
아이들의 시트를 더욱 단단하게 덮어준 다음, 후안은 은밀한 미소를 지으며 브리에게로 향했다. 브리는
소파에 에르웬의 무릎을 배고 누워있었다. 아이들이 잡고 늘어지는 통에 엉망이 된 머리를 손질하려다
피곤함에 잠시 눈을 붙인 것인 듯, 그 밑엔 그녀의 머리장신구 여럿이 떨어져 있었다. 에르웬도, 퍽
피곤했는지 ?한 시간 간격으로 울어대는 두 아이를 돌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소파의
팔걸이에 턱을 괴고 곤히 자고 있었고. 그 둘의 모습을 보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에르웬 리드.”
곤히 자는 사람을 깨우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었다. 주인이 부르는 소리에 직업정신으로
눈을 뜬 에르웬은 곧 두 눈을 비비고 후안은 바라봤다. 후안이 그녀의 무릎에서 곤히 자는 브리를
가리키자, 알아 차렸다는 듯. 에르웬은 조심스럽게 브리의 머리를 들고 슬쩍 빠져 나왔고 ?거구인 체격에
상당히 힘든 일이긴 했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지, 브리는 다시 입을 다시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후안을 바라보며 싱긋 웃고 서둘러 방을 빠져 나가는 에르웬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후안은 곧 한쪽 무릎을 꿇고, 브리를 바라보았다. 천사처럼, 잠에 빠져있는 브리는 요람에 잠든 두
아기에게 나는 카라멜 냄새가 났다. 긴 속눈썹이 자리한 감은 기다란 눈에 입을 맞춘 후안은 곧 도톰한
입술에 키스를 했다. 혀를 넣어 보았지만 아무런 대응이 없다. 깊게 잠이 빠져든 것이다. 잠자는
사람과의 키스는 재미가 없었다. 후안은 곧 흥미를 잃고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처럼 육아에 열심이인 공작부인은 없을 거야.”
그리곤, 다시 사랑스러운 자는 얼굴에 키스를 했다. 잡아 먹을 사람처럼, 입술을 탐닉하던 후안. 다시
넣은 혀를, 브리의 혀가 감쌌다. 어느새 잠에 깬 브리는 후안을 끌어안고 그의 키스를 기쁘게
받아들였고, 곧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땠다.
“엉큼해.”
“이해해 줘. 난 짐승이거든.”
자신의 타액으로 촉촉해진 그녀의 입술을, 다시 한번 집어삼킨 후안은 그녀의 드레스를 끌어내렸다.
단지, 키스뿐 인줄 알았던 브리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그는 그녀가 놀랄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를 밀쳐내려고 애를 쓰는 그녀. 그러나 가엾게도 후안에게 통하진 않았다. 곧 입술을 때고 그녀의
동그란 어깨에 입을 맞춘 후안은 따지려 드는 브리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유모 불러. 원하는 만큼, 열명이든 스무 명이든.”
“그 정도는 필요 없어. 아 그건 그렇구, 뭐 하는 거야?”
“뭐 하는 거냐니? 몇 개월이나 내가 굶었는지 알아?”
“구..굶다니.. 뭐..뭘말야. 아..아이들 앞에서 무슨 짓이야.”
얼굴이 붉어진 브리의 말에 피식 웃은 후안, 그녀는 아이들 쪽을 한번 바라보곤 후안이 끌어내린
드레스를 다시 가슴위로 올리고 팔꿈치까지 덮는 어깨 끈을 다시 쓸어 올렸다.
“아직 너랑 나랑 구분도 못하는 젖먹이 녀석들이야.”
“그치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얼굴의 브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후안에게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어느덧 소파에 오른 후안은 혹시 그녀가 도망가버릴 일을 대비해 가냘픈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흐트러진 탐스러운 금발머리와 함께 손에 쥐었다. 아직, 젖먹이인 아이들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아이들 앞에선 부끄러웠다. 비록, 이쪽은 바라보지 못하지만.
“알았어, 알았으니까. 침실로 가. 응?”
어느덧 애원조다. 그녀가 그럴수록 더더욱, 애욕에 불타고 장난기가 발동하는 후안이다. 원래는 침실로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들을 힐끔거리며 아랫입술을 깨무는 애타는 모습의
그녀는 그를 더욱 자극했다. 다시 브리의 드레스를 내리고 그 새하얀 가슴을 깨문 후안은 곧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싫어.”
그리곤 풍성한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거칠게 거둬버리고, 그녀의 인형 같은 새하얀 허벅지를 훑었다.
그의 손길이 닿을수록 브리에게 전해지는 찌릿한 느낌은 어느덧 그녀의 아래가 젖게 만들었다. 손길
하나에 벌써부터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아이들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람? 브리는 다시 한번 애원하듯
말했다.
“침실로 가.. 응? 침실로 가지 않으면 나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손이 결박된 지금 그녀가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손길을 피하려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후안을 더 자극했다.
“내숭 떨지 말고. 엉덩이 들어,”
명령조의 말. 브리는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후안은 다시 피식 웃어버리곤, 짓궂은 어조로
말했다.
“난 말야. 자는 네 모습을 보면서 벌써 달아 올라버렸어. 싫다고 해도 범할 거야. 다시 한번 말하는데
엉덩이 들어. 안 그러면 거칠게 다룰거야”
브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허나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의 후안은 그녀의 목에 짙은 키스 자국을 남기며
그녀를 자극했다. 어느덧 그의 손이 드레스 속에 감춰져, 보일 듯 말 듯 브리의 은밀한 곳을 향했다.
그리고, 다시 새하얀 가슴을 애무하는 그. 브리를 결박한 손을 푼 후안은 곧 시트를 꾹 쥐었고, 브리의
손도 어느덧 그의 등을 감쌌다. 가느다란 신음이 이어졌다. 차마 큰 소리는 낼 수 없는지, 곧 후안의 등을
끌어안은 브리의 손톱에 더욱 날이 세워졌고 후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그가 어찌나 얄미운지, 브리는 그를 꼬집어 주고 싶었지만. 이어지는 쾌락에 고개를 위로 젖혔다.
그리고 아찔한 듯 눈을 감았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지만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그와 동침하긴
싫었다. 하지만 그 반면 어서 그가 자신을 그가 말했듯 거칠게 안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모순적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후안이 선사하는 쾌락이 그녀를 점령해갔다. 어느덧 모순은 저 멀리
던져버린 채 후안을 받아드린 브리는, 아주 오랜만에 그녀의 안으로 들어오는 그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 뒤로도 몇 번 그녀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농락한 후안은, 해가 져갈 즈음에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기진맥진해진 브리를 보며 만족스러운 악마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인 후안은 좁은 소파에서 지친 그녀를
끌어안고, 작은 어깨에 짧게 키스를 했다. 정말 못된 남자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브리도,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의 느껴보는 그였다. 만약 몸이 피곤하지만 않았다면 다시 그가 달아오르고, 그의 물건이
단단해지길 기다렸을 지도 모른다.
그녀의 풍성한 머리칼에 얼굴을 묻은 후안은 곧, 그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아이들에게 수유하는 건 그만 둬. 아까 말했듯이, 몇 명이든 유모를 불러.”
“..갑자기 마음이 바뀐 이유가 뭔데?”
자신을 끌어안은 후안의 커단 손에 키스한 후 브리가 말했다. 몸을 돌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브리는
부드럽게 느껴지는 그의 옷의 금실자수를 손으로 쓸어 내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야, 셋째를 낳아야하니까.”
“..뭐?”
“셋째. 몰라?”
“그러니까. 벌써… 벌써 다음아이를 낳으란 말야?”
“왜. 안돼?”
화들짝 놀란 브리는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좁은 소파에서 그만 뒤로 넘어져버린 브리. 후안도
벌떡 일어나 앉았고, 거친 그를 받아내느라 안 그래도 미미한 통증이 느껴졌던 아래의 고통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더해지자 브리의 눈엔 짧은 눈물이 고였다. 후안은 그런 그녀를 보며 여전히 그 악마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사람의 감정이 하루 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처음엔 아이들 앞에서 그녀와 섹스를
시도하는 후안이 짐승처럼 보이다가 다시 사랑해 마지 않았는데, 이젠 밉다.
“너무한 거 아냐? 나 아이를 낳은 지 두 달도 안됐어.”
“아이들에게 젖먹이는 걸 관두면 빨리 가질 수 있어.”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소리를 지른 뒤, 두 아이가 깰까봐 요람을 바라본 브리는 곧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후안이 건넨 손을
잡고 일어섰다. 어찌나 거칠게 다뤘는지, 일어서자 또 통증이 느껴졌다. 후안을 노려보며 그가 인도하는
것에 따라 그의 무릎에 살포시 앉은 브리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말했다.
“너무해. 쌍둥이들을 임신하는 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야 나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난 네가 다른 여자들처럼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는 모습은 보기 싫고. 또
이 집을 아이들로 잔뜩 채우고 싶어.”
“그냥 하녀들로 가득 채워. 그리고 말야, 뒤치다꺼리라니? 우리 아이들이야. 엄마가 그 정도 하는 건
당연해.”
“넌 엄마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내 아내이고, 공작 부인이야. 아이들을 돌보느라 이 구름처럼 부드러운
손이 거칠어지고 피부도 팍팍 늙어버린 다면. 그건 비극이야 브리.”
결국 그의 말은 그녀의 아름다움이 상하는 건 비극이라는 뜻이었기에, 기분이 조금 풀린 브리는 후안의
목을 끌어안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그녀가 꼭 돌보고 싶었다. 물론 세 번째 아이도 언젠가는
낳아야겠지만. 그 때는 적어도 로잘린과 로렌초가 말을 하고 걸어 다니며 어느 정도 인간의 행동을
시작할 그 때이다.
“너무 성급해. 내가 수유까지 안 하면서 다른 여자에게 두 아이를 맡겨버린 다면. 사람들이 모성애가
없다고 흉볼 거야.”
“모성애를 자랑하고 싶으면, 엄청난 아이들을 낳고 자선행사에 더욱 열심히 참가 해. 쌍둥이들은
유모들에게 맡기고.”
“그치만.. 안돼.”
브리는 다시 한번 거부했다. 까놓고, 그건 후안의 욕심이다. 더욱이 브리는 몸이 약하다. 특히 아이들을
낳은 뒤로는 더더욱. 그런데 또 다시 아이를 가지라니. 그건 그녀에게 있어서 형벌이었다. 하지만, 다시
악마로 짐승으로 변한 후안은 그녀의 입술을 다시 덮쳤고.
“어디 거절할 수 있으면 해봐.”
라고 짓궂게 말하더니. 다시 브리의 풍성한 드레스자락을 걷어 올렸다.
※
이렇게 늦어졌는지 몰랐는데, 와 6일이나 늦었더라구요;
비축분이 없는것도 아닌데;;; 너무 죄송해요 ㅠㅠㅠ
요즘 느므느므 게을러서..... ☞☜ .......
그래도 3편들고왔으니 이쁘게 봐주세요 *-_-*;;
(경훈님 감사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문구 제가 안했슴다 ㅋㅋㅋ
이거 은근히 야해 ㅋㅋ
어머>_<♡ 델프라의 상인 넘 좋아요~~~ 오늘 학교 안갔어요!!! 쉬는날~~ 오히~ 3편이나 한번에 읽을수 있어서 좋았어요!! 앞으로 1주일동안 못읽을걸 생각했는데~ 히히>_< 알리시아랑 라이넌(후훗! 이번엔 맞춰서!!) 이어저라!~ 그리고 저리가라 아네트! (알리시아가 좀 아네트다워지는듯?)
좋아해주시니 흐흐 느므 감사드려요. 다음글도 3편들고왔답니다! 그 다음부턴 2편씩일것같지만.. 한편씩 느리작 한것보단 빠르지 않나 싶어용. 감상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애가 참 잘들어서죠?;; 어쩌다보니 셋이네요 하하 ㅋㅋㅋㅋ 감상감사해유~ㅋㅋ
아아♡너무 사랑하는 러브모드♡ . 근데 아네트 이 나쁜xx!!!! 목을 꺾어버릴테다!! 아아.......이젠 오히려 비앙카와 가드미온이 불쌍해지는군요.
저도 러브모드가 가장 좋답니다. 쓰면서도 흐뭇해요, 두 녀석들 서로 좋아하는 모습보면... 하지만 가끔 염장질이 되기도.... ㄱ- (쏠로제이.) 감상감사합니다.♡
드디어..드디어!!!올라왔다요!!ㅠ_ㅠ!!♡~~!!!왜 이제야 오셨어요.~ 그래도 3편이니까 넘어 갈게요 ㅎㅎ<..죄송-┏너무 좋아요.!! 항상 화이팅!!
죄송해요. 이번에도 늦은것같삼 ㅠㅠ 그래도 폭탄아닙니까. 이뻐해주세용 -_-* (응?) 감사해요 매번♡
아까 낮에...위에 두분 있을때 읽었었는데 몰컴 중이어서 댓글 못 구 컴터 껐어요 엄마가 갑자기 오길래 죄송하구용>_< 앞으로는 몰컴 안하는 꼬마악녀가 되겠습니다 힘주실꺼죠 히제이님 요즘 너무너무 재미있어지네요 제제부인일은 어떻게 될지...그리구 후안과 브리 그리고 로잘린과 로렌초는 나중에 사는지... 꼭 살아야 되는 거 알죵>_< 근데 비앙카는 도대체 왜 그러는지ㅡㅡ정말실타 우와오랜만에 엄청 많이 쓰는 거 같아용>_< 저 착하죵 히제이님 화이팅이구요 건필하시구 정말 입니당 후안하구 브리하구 오랫동안 살게 해주세요
읽어주신것만으로도 정말 감사드리죠. 몰컴, 음 걸리면 혼나니까 ㅠ_ㅠ 초큼씩만하세요. ^^; 악녀님 혼나시면 내 맴이 아파 ㅠ_ㅠ ㅋㅋㅋㅋ 점점 더 재밌어지신다니, 와 다행이에요. 히히 예, 열심히 건필할게요. 매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후안하고 브리와 백년해로~~~ 음... 과연 그렇게 될까요? 감사해요 ^^
위에 손글씨 대게대게 이뿌네요
경훈님이 해주셨어요♡
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델프라의상인 히제이님 힘내시라구 써봤어용 어떠세요 댓글은 필수
하하, 감사합니다♡
그냥 깜짝 놀라브렀어요 ㅋㅋㅋㅋㅋㅋ
이제 그만 쓸께용 나 너무 많이 썼나뵤ㅠ_ㅠ
하하 수고하셨어요♡
늠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기쁘셨다니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
우히히 ㅎㅎ 안녕하세요 ^^ 내일 저희 학교 체육대회랍니다 ~ 저는 중학생이고요 ㅋㅋ오늘 발야구 예선전을 했는데 무승부로.. 선생님이 화가나셔서 끝나버렸다는... 화가나신 이유가.. 상대편 여자애들이 저희반 편만 든다고 따져대서 그만둔거예요 !! 내일 다시 한다고 들었긴 했지만.. 뭐하러 따지는건지.. 자신들이 이길수 있는 상황인데도 .. 마지막 공격에서 저희는 점수 1점도 못냈고 동점이었는데 상대편이 1점만 더 냈어도 저희가 지는 상황이었걸랑요.. 게임을 뛴 애들한텐 미안하지만.. 저희에겐 좋은 기회인지도 몰라요... 이길수 있으니까요 ,ㅎㅎ
항상 그런 경기뒤엔 타반이랑 싸움나는것같아요, 저도 중학교다닐때 1년에 한번씩은 꼭 반끼리 쌈붙던데 그 구경도 쏠쏠 ㅋㅋ; 선생님이 화날정도면.. .와우; 상황이 장난아니었겠어요. 댓글이 많이 늦었는데; 결과가 좋았길 바랍니다. ^^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그런짓을 - -* 어우 ~후안 - -* 아하핫 ㅎㅎ 너무너무 기뻣어요 ~ 3편 묶어서 읽으니까 기분도 더 좋네요 ㅎㅎ 6일동안 않올려주시다니 ㅠ ㅠ 너무하셔요 !! ㅠ ㅠ 그리도 다다음주에 저희 중간고사라는 ㅋㅋ 지금은 학원에서 시험기간에 들어갔구요, 그래서 토,일,수 요일밖에 컴을 못햇어요..아무튼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저희 추석 지나고 시험봐요 ;; 추석엔 학교를 6일동안 쉬는데..절반은 학원간다는 -_-;
다음글도 3편 묶었어요!ㅋ 지루하시지만 않으시면야 앞으로도 여러편 묶어서 올릴려구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공부도 해아할때 해야지, 안그러면 나중에 후회하게되더라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히제이님 글 정말 잘쓰시는거같아요-_-* 왠지 부럽습니다ㅜ 그런데 후안 너무*-_-* 기다렸던만큼 왕창올라오니까 히제이님 쵝오'3'! 알리시아 왠지 불쌍하네요; 라이넌하고 잘되게 해주세영! 제길!! 저희학교는 이상하게 시험을 추석끝나고 본대요-_- 후아ㅜㅜ 나의 황금같은추석이-_-.. 건필하세요!! 아잉~ ....ㅈㅅ
에이, 잘쓰긴요. 어디 명함도 못내밀 수준인걸요. 이번편 너무 강했나요-_-* 알리시아, 잘되게 해주시라 했는데 다음편보면... 음 둘은 인연이 아닌거죠~ 하필 시험을 추석끝나고 보나요; 선생님들 진짜 센스없네요; 저도 학교다닐때 그런거 정말 짜증났다는ㅋ; 감사합니다 매번,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