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원미동 | 최초 작성일 : 2004 11 19 | 최종 수정일 : 2006 5 26
세꼬시는 광어나 도다리 같은 물고기의 새끼를 머리와 꼬리, 내장을 발라낸 후 얇게 썰어 뼈채로 먹는 것을 말한다. 세꼬시란 말 자체는 일본말 'せごし' 에 그 어원을 두고 있으나 가늘게(細) 썰어 꼬치고기처럼 먹는다 해서 '세꼬치' 가 세꼬시로 변했다라는 주장도 있다. 어떤 게 맞는 말인지는 아직 뚜렷하게 입장이 나온 바는 없으나 아무튼 세꼬시는 어린 물고기나 뼈가 연한 물고기를 얇게 썰어 뼈채로 먹는 회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다.
본 기자가 세꼬시를 처음 맛본 것은 대학 2 년 정도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 형과 포장마차를 들렀는데, 그때 시킨 전어회가 내가 맛본 최초의 세꼬시였다. 차가운 소주 한 잔에 초고추장 묻힌 탱탱한 전어살과 등뼈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냈다. 얼마 전 출간한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선 자살직전에 갔던 사람도 되돌아 올 정도의 위력을 가진 것이 가을 전어의 맛이라 표현되었다. 설마 그럴 정도까지야 되겠냐만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별미중의 별미라고는 본 기자도 생각한다.
세꼬시가 가진 별미는 탱탱한 살과 함께 조금 나중에 씹히는 뼈맛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개 치어이거나 뼈가 연한 생선을 먹는 것이기에 사실 먹는데 크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 데다가 씹을수록 고소함을 맛볼 수 있어 시원한 소주 안주로 더 없이 좋다. 하긴 주당들에게 안주로 안 좋은 것이 머 있겠냐마는...
하여 이번엔 가자미 세꼬시 막회로 시내 넥타이맨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는 영덕막회를 지인의 소개로 찾아가 보았다.
막회란 얇게 썰은 세꼬시에 무, 배, 양파, 쪽파, 깻잎, 당근 등을 썰어 넣어 초고추장이나 막장에 마구 비벼 먹는 회를 말한다. 아삭아삭 씹히는 야채와 알싸한 깻잎, 그리고 세꼬시의 맛이 버무려져 매꼼달콤고소한 아주 복합시런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이렇게 먹는 물가자미 세꼬시를 '미주구리 막회' 라 하는데, 이는 경상도 지방의 어민들이 물가자미를 '미주구리' 라 불러 이와 같은 방법으로 먹었던 데에서 유래한다.
이 가게의 미주구리 막회는 보기에 매우 심플하다. 무를 깔고, 가자미 세꼬시를 얹고, 그다음 양파와 쪽파 그리고 배를 얹고 미역을 놓았다.
각자의 접시에 먹을 만치 덜어 초고추장을 뿌려 비벼 먹으면 되는데 같이 나오는 파래김에 싸서 먹으면 또다른 별미다. 김과 미역에서 느껴지는 진한 갯내음이 입안에 퍼지면서 세꼬시의 고소함을 더한다.
초고추장의 맵고 시큼한 맛이 강해 회맛을 가릴 수가 있는데 이런 분은 참기름과 된장, 마늘과 버무려 먹어도 맛이 좋겠다. 물론 이도 마늘과 된장이 강하면 마찬가지 결과를 낳겠으니 적당히 자기 입맛대로 잘잘.. 드시기 바란다.
가자미 세꼬시는 물회로도 먹는데, 오이, 부추, 무, 배 등 야채를 잔뜩 세꼬시와 썰어넣어 물을 부어 초고추장을 풀어 수저로 훌훌 입에 털어 넣으면 몇 번 안 씹어도 꿀꺽 넘어간다. 하지만 물비린내가 조금 강해 민감한 사람들에겐 별루 권하고 싶지는 않다. 본 기자 입맛엔 미주구리 막회 쪽이 더 나았다. 게다가 물회는 물에 만지 오래 되면 맛이 변해 좋지 않아 바로 바로 바닥을 내는 것이 좋겠다. 물회엔 밥과 국수가 나오니 다 건져먹고 국물에 말아드시면 되겠다.
미주구리 막회 12,000 원부터 中 15,000 원 大 20,000 원, 물회정식 7,000 원.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사이길로 주욱 가다가 우측 골목으로 들어서자 마자 좌측에 자리하고 있다. 755-9792
요기쯤... ^^ (네이버 지도 검색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