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 <베를린>은 개봉 전부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각자의 개성을 살린 연기로 인정받는 4명의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영화를 보니 <추격자> <범죄와의 전쟁> <러브픽션> 등으로 흥행 승부사 자리에 오른 하정우가 일명 ‘고스트’라 불리는 비밀요원 ‘표종성’ 역을 맡아 강렬한 캐릭터와 화려한 액션연기로 팬들을 매료시켰고, <쉬리> 이후 14년 만에 국가정보요원 ‘정진수’ 역으로 컴백한 한석규는 탄탄한 연기력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거기에 실력파 배우 류승범은 냉혈한 포커페이스 ‘동명수’로 등장, 오로지 그만이 소화해낼 수 있는 신선한 캐릭터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012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도둑들>의 히어로 전지현은 이중 스파이로 몰리는 가련한 통역관 ‘연정희’로 등장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베를린>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충무로에 혜성같이 등장한 이후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 <부당거래> 등을 감독한 ‘액션 무비의 1인자’라 불리는 류승완이 3년만에 스크린에 컴백해 감독을 맡았고, 전 세계가 인정한 ‘최고의 액션 디렉터’ 정두홍 무술감독 그리고 역동적인 동작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시각의 마술사’ 최영환 촬영감독, 한국 영화 OST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조영욱 음악감독까지 역할은 다르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최정상의 톱클래스들이 뭉쳐 만든 작품이다.
거대한 국제 도시 베를린의 웅장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살아가는 4명의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추격전을 담아내는 영화 <베를린>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바로 동서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을 배경으로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역사를 접목해 첩보 액션영화로 탄생시켰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오래전부터 베를린을 배경으로 비밀 업무를 펼치는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는 류승완 감독은 지난 2011년 방송된 MBC 특별 다큐멘터리 [타임-간첩 편]을 통해 실제 ‘간첩’을 찾아 나서며 이번 영화의 서막을 알렸고, 이후 치밀한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거쳐 베를린의 서늘하고 날 선 분위기 안에 ‘서로가 서로의 표적이 된’ 최고 비밀요원들의 이야기를 이 공간에 담아 무국적, 지문감식 불가의 북한 비밀요원 ‘표종성(하정우)’, 그를 국제적인 음모 한 가운데로 밀어 넣는 북한 권력자의 아들 ‘동명수(류승범)’, 이 음모들 사이에서 반역자로 의심을 받게 되는 통역관 ‘련정희(전지현)’, 그리고 제3자의 눈으로 그들을 추격해나가는 남한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라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을 더했다.
거기에 당성 시험을 거쳐 해외 공관에 파견되는 북한 요원들의 상황을 리얼하게 반영하고, 체제의 희생양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숨가뿐 추격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분단의 아픔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그야말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상황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들이다.
영화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묵직한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 중 하나는 단연 이국적인 풍경이다. 감독은 “냉전 시대를 거친 후 그 시대의 비극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베를린을 배경으로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비밀스러운 사람들이 이 도시에서 무언가를 하게 된다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베를린을 이 영화의 주 무대로 선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석규는 독일 베를린과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두 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해외 로케이션촬영을 진행했다.
영화의 스케일감과 웅장한 분위기를 더하며 영화 속 주요 액션장면으로 오프닝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베를린의 웨스틴호텔 액션 씬, 하정우의 숨 막히는 차량 액션 씬을 볼 수 있는 브란덴부르크 광장, 그 외 하케셔마크트 벼룩시장, 오펜바움 다리 등의 이국적인 풍경은 액션의 스케일감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키며 관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처럼 어려운 촬영을 위해 <베를린> 팀은 현지 프로덕션 팀과 사전에 로케이션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두 달 가량의 해외 촬영이 이어지는 동안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피로를 이겨내고 화려한 액션의 진수를 담아낸 이들에게 관객의 한사람으로 진심으로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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