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에 꾼 꿈 이야기를 가족에게 했더니 모두들 반응이 제각각이다.
아침에는 도대체 그 꿈이 무슨 뜻일까 고개를 저어하고 더 이상 말이 없더니
저녁 식사 후 티비 뉴스마다 호랑이 해에 걸맞는 호랑이 그림을 보여주니 다시 꿈 이야기가 입질에 오른다.
"아빠 올해는 모든 일에 조심하세요"
"호랑이 해에 호랑이 목을 졸라 죽였으니, 분명 안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작은 놈이 한마디 하니
"그래 아빠는 들어온 복도 걷어찬 거나 마찬가지야, 아마 누가 도와준다고 해도 도움을 거절할 거 같아"
큰 놈도 한 마디 거든다.
대부분 안 좋은 쪽으로 해몽을 하니 나름대로 방어를 한다고
"그게 왜 나쁘냐 호랑이가 달려드니 목을 움켜쥐고 꽉 잡았으니 좋은 꿈이지"
"그래도 호랑이 해에 호랑이를 죽였으니 안 좋지"
"그럼 너는 호랑이가 머리를 무는 데 가만 있냐 목이라도 졸라야지"
호랑이를 죽였으니 안 좋다는 아이들과 내가 좋다 아니다 토닥거리고, 마눌은 옆에서 그저 말없이 빙그레 웃기만 한다.
그런데 참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안 좋다는 말을 자꾸 들으니 갑자기 짜증이 솟구친다.
아이들은 아빠가 걱정되어 염려 섞인 목소리로 조심하라 말을 하는 것은 알겠는데,
좋은 말도 한두번 자꾸 들으니 정말 그럴 것 같은 또 그렇게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에
"아 그만해! 아빠 꿈이 나쁜 게 좋겠니"
버럭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지르니 순간 어색하고 썰렁한 기운이 감도는데 자기가 한 소리가 미안했던지 아니면 어색한 공기가 싫은지
작은 놈이 화제를 돌린다.
"아빠 그거 태몽 아닐까? 혹시 엄마 임신한 거 아니야"
꿈이 계시라면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뭔가를 하면 되고,
나쁜 것은 나쁜 것 대로 대비하는 것이 꿈풀이를 하는 이유라면
아이들의 꿈 해몽이 원 뜻에 더 맞을 수 있는데도
양약은 고구며 충언은 역이라 한 그 말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화를 냈으니
아직도 크려면 한참 멀었다.
아마도 그 꿈은 그런 나를 돌아보라는 뜻이었나 보다.
첫댓글 꿈은 반대라는데.... 호랑이해 호랑이가 복가져다 주겠네요.
호랑이를 때려잡았으니, 뭔가 대단한 일 벌이시는거 아닌가? 호랑이는 아무나 때려잡나?
호랑이꿈은 태몽인데...ㅎㅎ 그런데요 청한님, 아직 호랑이 해 안됐어요. 음력으로는 입춘까지 소띠 해거든요. 그래도 암튼 꿈에 호랑이를 목졸라 무찔렀으니 올해 예감이 좋습니다. 호랑이로 상징되는 경인년은 청한님 손안에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