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고교 은사님께 쓴 편지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우경이 엄마입니다.
우경이가 민 혜원 선생님과 담임과 제자의 연을 맺은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군요.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지요. 선생님이 담임으로 계실 때 말썽만 피우던 우경이가 지금은 상당히 미래가 밝아 보이는 젊은이로 변했습니다. 스쳐간 많은 선생님 중 우경이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분이 선생님이신 것 같습니다. 아들 기억속의 소중한 분이기에 그동안 우경이의 성장과정을 이해하실 수 있는 저의 수필집 <돌심방>과 지역신문에 기고했던 칼럼 몇 편을 보냅니다. 짬짬이 보시면 공감되는 부분이 있으실 겁니다.
선생님!
그동안 우경이는 약 5년 정도 유학 준비를 해왔답니다. 2년 전 필리핀까지 가서 외국 대학원 입학 시 필요한 GRE 시험도 봤고 TOEFL점수도 희망대학원에서 요구하는 점수를 거의 충족시켰답니다. 그리고 지난 연말 미 대학원 약 10여 곳에 원서를 내었지요. 처음엔 카이스트나, 서울 대학교, 포항공대 등에서 석사코스를 밟은 뒤 유학을 가는 방향도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미 대학원은 외국 석사 박사에게 바로 펀딩을 잘 안주는 풍토라는 것을 알고 힘들었지만 대학졸업 후 바로 미국으로 진학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준비를 했습니다.
4,000곳이 넘는 미국 대학교 중 공대 순위 30위권 안에 드는 학교 10여 곳에 지원서를 낸 뒤(그 중 한군데는 보험 드는 마음으로 좀 낮은 곳에 냈습니다)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처음엔 전부 떨어질까 봐 병원을 찾을 정도로 아이가 몹시 스트레스를 받았답니다. 저희도 ‘한두 곳만 합격해도 영광이다’는 생각으로 초조하게 발표를 기다렸는데 모든 예상을 뒤엎고 원서를 낸 모든 학교에 모두 합격을 했답니다.
우경이가 지원한 대학원들은 석사 코스 30명 내지 40명 뽑는데 대체적으로 세계 80개국에서 1,000명 이상 지원하는 곳이라 합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그래서 왜 모든 학교에서 서둘러(외사촌 여동생의 말에 의하면 욕심나는 학생은 미리 합격을 시킨답니다) 우경이를 합격시켰을까하고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부분은 미국의 교수들이 보는 기준으로, 아마도 우경이의 SOP(자기 소개서)중 특별한 스펙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세계 30여 개국이상 배낭여행을 한 이력, 카투사 군 복무 시절 시니어 카투사(선임 병장)로써 미군과 병사간의 가교역할과 리더역할을 잘한 점, 서너 달에 걸쳐 지, 덕, 체 분야의 우수군인을 뽑는 경진대회에서 그해 최고의 카투사로 선정 돼 여단장 표창장을 받고 한미 창립 기념식 날 남산의 하얏트 호텔 만찬장에 카투사 대표로 참석했던 이력,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우경이 전공인 컴퓨터 분야에 대한 남다른 열정, 다양한 봉사활동과 스킨스쿠버 자격증, 태권도 유단증 등, 이러한 스펙이 미국 교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지원자자가 발표도 나지 않았을 때 각 학교에서 비자 서류와 입학 서류를 항공 택배로 보내왔던 것으로 유추해 볼 수가 있습니다.
남가주 대학(USC)과 몇 곳의 대학에서는 당연히 자기 학교로 올 줄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정중히 거절을 했더니 역으로 어느 학교 가려고 하냐며 물어 보았으며 다른 학교로 가는 줄 알면서도 학교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는 스티커를 항공 우편으로 보내 왔답니다.
우경이가 합격한 학교는 UCI(UC얼바인), USC(남가주 대학), 로스캐롤라이나 주립대, UC 샌디애고 대학, 버지니아 공대, 유타 주립대, 팬실베니아 주립대, 텍사스 달라스대학, 텍사스 A&M(탐유) 등이랍니다.
그중 최종 텍사스 공과 대학원인 텍사스 A&M(탐유)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곳은 미 공대 순위 10위, 세계 공대순위 21위 정도인 학교입니다. 약 142년 전 개교한 학교로 제 2차 대전 때 많은 학생이 전쟁에 참여한 학교입니다. 그래서 현재 미국의 가장 많은 애국자를 배출한 학교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군인에 대한 예우가 대단한 학교인 것 같습니다. 해군 장교 출신인 부시대통령과 그 외 노벨상 수상자도 서너 명 배출한 학교로 학교 자산이 약 5조 정도 됩니다. 학교 규모는 강서구 3개 정도를 합한 크기라서 강의실 이동도 평균 3KM 내지 4KM를 차로 이동해야 된다는군요.
저희 부부가 알아 본 정보로는 학교 예산이 5조 정도라 그런지 석 박사에 대한 연구 지원비만 한해에 약 6,000억 정도 쓴다는군요. 세계적인 교수진에 풍부한 연구비, 그리고 남부 특유의 끈끈한 인맥, 해양과 원자력, 도시개발과 조경분야, 컴퓨터 공학과 컴퓨터 과학 분야, 농 생명공학분야, 석유화학과 세일가스분야(세계 석유가를 움직이는 사람이 거의 탐유 출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에서 유명한 학교로 학교 내에 유전이 있답니다. 또 미 군수품 공장이 거의 텍사스 주에 있고 주 재정이 미국에서 가장 풍족하기에 마음 놓고 좋은 연구를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 학교를 선택하게 된 것은 현재 미국의 조지아 대학교에 정교수로 있는 우경이 이모(저의 외사촌 여동생)의 조언이 많이 참고 되었답니다.
박사과정은 펀딩을 받아서 하기에 부담이 덜하지만 석사과정은 일 년에 약 1억 정도 드는 타 학교보다, 장학금을 받으면서 생활하면 생활비와 차량 유지비를 다 합해도 타 대학의 절반도 넘지 않으니 저희 같은 셀러리맨 생활에 많은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보셔도 무방하답니다.
하지만 미국은 박사 펀딩 받기가 무척 힘들다더군요. 탐유에서도 석사 중 35%만 박사 펀딩을 받고 나머지는 탈락한답니다. 석·박 코스를 대부분 같은 학교에서 취득하는 우리 풍토와는 달리 미국은 석사와 박사를 때로는 타 학교에서 공부하며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보편화되어 있다더군요. 박사 과정이 너무 진입하기 힘들고 버텨내기 힘든 장벽이라 학위 받는 자체가 힘들어 수료만 하고 귀국하는 사람도 많고 때로는 자살률도 높다고 합디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원도 한도 없이 놀아본 우경이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어 하고, 또 가장 좋아하는 분야의 연구를, 야망을 가지고 갈망해서 가는 길이기에 꼭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 좋은 조언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컴퓨터 공학과 컴퓨터 과학 분야의 석사, 박사의 험난한 길을 걸어가면서 선생님의 작은 격려일지라도 아마도 우경이 에게는 그것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경이 편에 책을 보내드릴까 생각하다가 제 생각이 이 부분에 미치자 오늘 급히 우편으로 선생님께 먼저 책과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고 급하게 몇 줄 올립니다.
선생님!
카투사 군복무 시절 저가 선생님을 한번 찾아뵈라고 얘기했더니 우경이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어린 시절 두 형제 모두 누구나 부러워 할 정도로 똑똑했지요. 그 시절과 비교하면 완전히 망가졌다고 생각한 자신의 모습에서 오랜 시간 무척 상처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미 대학원의 최종 입학 허가서를 받고 나서 우경이가 그러더군요. 이제 뭉개진 자존심이 좀 회복 되었다고요. ㅎㅎㅎㅎㅎ
아침에 급히 글을 써다보니 중구난방 문맥이 왔다 갔다 합니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우편물을 좀 부탁해야 할 것 같아서 예서 이만 그칠까 합니다. 지금 우경이는 필리핀 여행 중이며 다음 주 화요일 저녁에 돌아옵니다. 그럼 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좋은 제자 많이 배출하시고 선생님 주변에 늘 좋은 일만 일어나길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해피 주말 되시길!
2013년 7월 5일 안우경 엄마 드림
첫댓글 담주 목요일(25일) 둘째가 미국으로 험난한 유학길을 떠납니다. 하루 너댓시간 정도만 자고 매일 연구에만 매달려도 버텨내기 힘들어 반 이상은 탈락한다는데.... 물론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세계 각국의 인재들과의 경쟁에서 그들을 물리치고 석사 학위를 받고 또 박사 학위에 도전하여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의 유수기업에 스카웃되는 포닥과정까지 가는것이 첩첩 산중인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한번 결심하면 포기란것을 모르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해 내던 녀석이니 모든 일이 잘 풀리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아들의 본적은 경남 의령군 부림면 손오리니... 얘도 걍 입산 출신으로 할까요??? ㅋㅋㅋㅋ
선배님!
잘지내 십니까?
의령군 부림면 손오리 난동 이라
자랑스럽 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ㅎㅎㅎ 경암후배! ㅋㅋㅋ 서울서 나고 자라도 본적은 경남 의령군 부림면 손오리 658번지! 정겨운 경암 후배의 본적이랑 같지요? 고기 깨꾸리 덤바꾸(?) 랑 그동네 뒷쪽 산세 덕을 좀 본거나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구먼요. 주변에 고산제도 있고... 후배도 잘 지내요. 건강하게...
잘 키운 아드님이 지구촌의 중심지, 미국으로 떠나는 군요.
큰 성공을 하면 작은 성공은 뒤따라오게 마련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큰 성공을 위해서는 모든 곳에서 다 이길 필요는 없습니다.
키 크고 코 큰나라, 그 나라의 중심을 목표로 전력을 기울려 정진 하시길 바랍니다.
모범생이 이리됐다면 별로 기쁘지 않았을텐데...그 반대로 말썽부리고 선생님이 다루기 들어 하던 애가 변했으니... 기쁘긴 기뻐요. 우리 엄마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참 좋아하셨을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하도 호기심 많은 어린 녀석을 보고 < 꼭 박사가 되어라>하시면서 안박사! 하고 부르기도 했거던요. 암튼 고마워요. 울 아들 격려해줘서..... ㅎㅎㅎㅎ 지기님도 좋은 일 만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