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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간지 며칠되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집게봉을 들렀고, 일요일엔 백양사에서 약사암엘 1시간 남짓 다녀온 것이 전부다.
금주엔 술을 많이 마셨다. 나는 술에 중독이 되어가는가? 혼자 밥 먹을 때도 술을 마시니--- 종필이와 영대를 만나 많이 취했는데 다음 날도 또 마셨다. 어젠 배구의 땀 탓이었는지, 머뭇거리고 있는데 빗 속에 된장 장사를 하고 온 양용석이가 저녁을 사줘서 또 한 잔 먹고 왔다.
5일의 영광 10킬로 마라톤 물건이 왔는데, 받고 보니 내가 너무 건강에 건방져서 벌 받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고통을 받아도 싸다.
아침까지 비가 오고, 숙제(부모님께 편지 드리고 그 상황 글 써서 올리기) 안해 온 아이들 벌 주러 나갈 때만 해도 운동장 반쯤이 물이 벙벙하더니 퇴근길엔 물도 빠지고 하늘도 파래졌다. 등산복도 차에 둔지라, 집게봉을 갈까 하다가 만연사 앞에 차를 세운다. 옷을 갈아 입고 지팡이를 짚고 나서니 5시 35분이다.
묘지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니 어제의 호우에 길이 파였다. 능선의 사람길이 물길이 되었던지 길이 청소되었다. 사람의 발길이 물길도 잡는다고 생각하며, 이러다 먼 훗날 이 능선에 또다른 골짜기 생기겄다고 쓰잘데 없는 생각을 한다. 편하다 싶었는데 조금 오르자 산딸기 종류가 길을 덮고 경사도 만만치 않다. 다시 참나무에 물푸레 나무 숲이 나타나더니 능선의 끝에 사거리다. 6시를 넘겼으니 30분 가량 땀흘리며 올라왔다. 오른쪽은 만연산 정상으로 가고 뒷쪽은 숲에 가려 보이지 않은데 너릿재 넘어 2수원지쪽이겠지 짐작한다. 왼쪽으로 길을 잡아가니 부드러운 내리막길이다. 누군가 뒤따라오는 이를 위해서인지 나뭇가지를 꺾어두었다.
길은 좋은데 숲에 가려 주변을 볼 수가 없다. 옆 바위로 서서 무등을 보는데, 정상은 구름에 잠겨있고 새인봉과 집게봉이 모습을 보인다. 10여분 가니 삼거리에 '바람꽃'이라는 이가 수레바위와 향교를 화살표로 표시해 두었다. 향교쪽으로 길 잡아 오니, 만연 저수지 이정표가 또 있다. 정갈한 소나무 길 따라 선정암 가는 길이라고 짐작되는 곳에서 왼쪽으로 내려서 오니, 물소리 들리고 시멘트 길이 나온다. 운동 나온 이들이 산딸기를 따 먹느라 나무 아래로 가곤 한다. 차로 돌아오니 7시 5분쯤이다.한 시간 반쯤 걸었나? 어디나 그렇지만 숲이 좋다.
차문을 여는데 노년의 신사가 이 산에도 길이 있더냐고 물어 그렇다고 한참 나의 산행길을 설명하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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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아침에 엄마와 바쁘게 나오는데 엄마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시더니 하늘이 너무 파랗다고 하늘을 쳐다보시더라구요.. 저두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았는데 너무 예뻤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