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송영훈 초청 인천시립교향악단 제297회 정기연주회 감상기
첼로의 맛과 관현악의 빛깔
2010년 2월26일. 한 주간 중에서 가장 부담 없는 요일. 금요일 밤 연주회이다.
아직 겨울 찬 기운이 감도는 날이지만, 봄의 생명력을 감지하는 계절이다.
오랜만에 인천시향의 연주회장을
퇴근 시간 러시아워에 맘 졸이며 숨 가쁘게 찾았다.
특히 송영훈의 첼로 연주도 잔뜩 기대를 품게 한다.
게다가 연주곡목도 맘에 든다.
레스피기의 ‘변주곡풍의 아다지오’는
미샤 마이스키(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 협연 DVD)를 통해서
그 매력적인 풍모에 대한 느낌을 알고 있던 터라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변주곡’과 함께 ‘라이브(Live)'의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얼마 전 음향시설을 대폭 리모델링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 공연장에서 듣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이 뿜어내는
생명의 화려한 빛깔도 궁금했다.
사실 공연장을 찾을 때 우선 레퍼토리부터 본다.
많은 연주 단체들이 ‘식상한’ 곡으로 메뉴(?)를 차리면
우선 공연 단체의 실력을 가늠하기 전에 이미 실망하기 때문이다.
칼 마리아 폰 베버의 ‘오베른’ 서곡은 사실 그런 면에선 이미 ‘식상’하지만,
그것을 상쇄할 많은 요소가 있어 일단 편한 마음으로 연주회를 즐기기로 했다.
‘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다)라 하지 않는가.
내가 전에 청소년오케스트라와 함께 지휘대에 서면 반드시 공연 전에 청중에게 부탁하곤 했다.
‘심사’하지 말고 ‘즐겨 달라’고.
오늘은 내가 즐기기로 했다. 가족들과 함께.
지휘자 첸 주오황에 대한 인천 음악 애호가들의 평가는 참으로 다양하다.
나는 사실 실제 보고 들은 적이 없어 그 모호한 잣대를 인정할 수 없었는데,
이번 연주회를 보고나니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기억났다.
그는 첸 지휘자의 지휘 능력이 ‘좋다’고 했다.
그의 지휘봉은 빈틈없이 움직였고, 때로 냉정하게, 때로 열정적이기도 했다.
교향악단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 카리스마도 생각 이상이다.
그러나 교향악단 단원들로부터 감성적 연주 열기를 충분히 뽑아내는데 어려움이 있어보였다.
사실 그 문제는 딱히 지휘자의 탓이 아닌 경우도 많다.
하여튼 일단 ‘오베른’은 이날 연주회에서 다음 연주곡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첼리스트 송영훈은 일단 잘생긴 풍모로
예고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있는 둘째 딸에게 인기가 높다.
(휴식시간에 어느새 사인도 받고,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어 올 정도로)
다재다능한 그 연주자는 자유 분망하면서도 절제된 연주로
레스피기는 여유로운 ‘여행자’처럼, 차이코프스키는 ‘가슴이 뜨거운 선생님’처럼 연주했다.
두 곡 모두 첼로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곡이다.
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악기,
악기 중 가장 음역 폭이 넓은 악기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는가.
이런 연주를 음악 전용 콘서트홀에서 만났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있고.
휴식이 끝나고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4번을 만났다.
관악기 소리로 시원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다.
그 생명의 고동을 우리는 살면서 느껴야한다.
교향악단 연주회를 가끔 다녀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은 가을바람을 어께 시리게 몰고 오기도 하지만,
차갑석(차이코프스키)의 4번 교향곡은
전체적으로 보면 약간은 소심한 여성적 정서를 보이기도 하지만,
화려한 꽃향기를 뿌리는 5월의 꽃바람 같다.
1만원의 입장료로 즐기는 최고의 혜택이다.
올해 들어 인천시향의 첫 번째 무대였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중년을 넘기는 나이지만,
틈나는 대로 이 자리를 다시 차지하고 앉아
피곤한 영혼에 생기 불어놓는 즐거움을 누려야겠다.
이번 연주회의 보너스(앵콜)는
차이코프스키의 동성애적 정서가 가득한
‘현을 위한 세레나데’중에서 ‘왈츠’였다.
2010년 3월 고 춘 (콘체르트아트하우스 대표)
Art-In 2010.3월호 게재.
첫댓글 씨디로 가끔 즐기긴 하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느낌 외에는 잘 알 수 없는 데 그래도 알려고 하기 보다는 즐길려고는 하고 있습니다.
잘 안돼서 그렇지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