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가을
흰 구름 흘러가는
파란 하늘만 바라보아도
가슴이 확 넓어지고
삶의 근심걱정 사라진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코스모스 춤추는 들길을 걸으면
발걸음 깃털같이 가볍고
사랑하는 사람이 문득 그립다.
+ 초가을 풍경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산들바람 분다
새벽녘 잠결에 문득
찬 기운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햇살
보통 매서운 게 아니다.
한나절 쩌렁쩌렁하던 매미
울음소리 잦아들고
어디에서 가냘픈
풀벌레 소리 들려온다.
한철 푸르던 나뭇잎
슬금슬금 단풍 물든다
몇몇 성미 급한 잎들은
벌써 낙엽이다.
과일가게 바구니에
소복이 담긴 빨간 햇사과
갓 시집 온
수줍은 새색시 얼굴 같다.
+ 초가을 햇살
여름 햇살은
사정없이 따가운데
초가을 햇살은
은은히 따뜻하다.
긴긴 여름 땡볕 아래
서서히 익어온 곡식과 열매에
그윽한 맛과 향취를 더해주는
섬세한 배려의 손길 같다.
빛 고운 햇살
온몸에 받으며 들길을 걸으면
가슴속 오랜 슬픔의 그늘도
한순간 사르르 사라진다.
+ 초가을 햇살
오늘 햇살은
너무너무 좋다
티 없이 맑고 푸른
저 높은 하늘에서부터
먼 길 달려온
고마운 햇살이다.
산과 들의
오곡백과를 위하여
또 내 가슴속 오랜
고질적인 우울병을 고치려고
하늘에서 몸소 내려온
은총의 햇살이다.
+ 초가을의 기도
아침저녁으로 부는
산들바람이 시원합니다
한낮에는 여전히
따뜻해서 참 좋습니다.
여름과 가을을 잇는
징검다리
초가을은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삶의 기쁨과 슬픔
한데 엮어
나의 생도 계절같이
천천히 깊어가게 하소서.
카페 게시글
좋은글
초가을의 시모음(정연복시인)
언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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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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