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세벌식 자판의 ㅓ, ㅐ글쇠 자리바꿈에 관한 연구
기존 공세벌 자판의 ‘ㅓ’= T, ‘ㅐ’= R 글쇠배치에 대하여 대안으로 제시된 ‘ㅓ’= R, ‘ㅐ’= T 배치는 왼손 집게손가락에 운지거리의 증가를 일으키므로 타당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1. 들어가며
2011. 11. 10.에 팥알 님께서 제안한 <공병우 최종자판 수정안>은 영문글쇠 R자리(이하 ‘R자리’)가 영문글쇠 T자리(이하 ‘T자리’)보다 검지손가락의 기본자리에서 거리가 더 가까움에도 한글 타자에서 빈도가 더 낮은 ‘ㅐ’가 배치되어 있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ㅓ’글쇠와 ‘ㅐ’글쇠를 서로 자리바꿈하고 있습니다. < http://pat.im/852 참조>
필자 또한 이에 전적으로 공감하여 같은 날부터 현재까지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서 ㅓ와 ㅐ자리를 맞바꾸어 실생활에서 적용해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말글에서 출현빈도가 매우 높은 두 낱자의 글쇠자리를 바꾸어 쓰는 것은 상상치 못한 오타율로 인해 스트레스를 불러 왔기 때문에 이러한 변경에 따른 효과가 과연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감수할만한지에 대해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열흘 동안 바뀐 자리를 사용하면서 기본자리에서 ㅓ를 바로 타자하게 되는 최초타자에는 편리함이 있으나 지속하여 이어치는 경우에는 오히려 더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어 그 이유가 궁금증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필자 역시 다각적으로 자판의 개선 방안에 대하여 연구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 개선안을 고안하게 되면 각종 자판의 입력효율을 비교분석하기 위하여 필자가 김용묵 님의 타자행동분석기를 고쳐 만든 분석기에 새로 고안한 자판 배열을 다른 자판들과 함께 넣어서 수치를 살펴보곤 합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팥알님이 구상한 ‘최종 수정안’이 ‘세벌식최종(391)’ 자판보다 운지거리가 길게 나오는 것입니다. 10메가바이트의 말뭉치에 대하여 최종 자판이 표준운지법을 기준으로 할 때 278,896m의 운지거리를 보인 데 비해 수정안은 279,243m로 받침 ㅈ과 ㄵ의 자리를 바꾸어 운지거리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거두었을 텐데도 운지거리가 347m(0.1%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최종 자판에서 ㅓ와 ㅐ의 자리만을 바꾸어 분석하여 보니 변경안은 279,516m로 최종 자판에 비해 620m(0.2%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2. 운지거리의 계산 방법
분명히 R자리가 T자리보다 기본자리에서 가까운데 왜 이런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먼저 운지거리를 어떻게 계산하는 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타자 교본에 따르는 초심자들의 타자행동은 한 타를 치고 손을 기본자리로 되돌리고, 한 타를 치고 기본자리로 되돌리고를 반복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하지만 타자 숙련자들은 다음에 올 글자를 치기에 현재 놓인 손가락이나 손 위치가 유리하면 기본자리로 되돌리지 않고 현 상태에서 바로 타자를 이어가는 경제적 타자 행태를 갖습니다. 예를 들어 ‘으슬으슬’을 타자하면서 ‘으’를 치고 검지를 기본자리로 되돌리고 다시 ‘슬’을 치고 검지를 기본자리로 또 되돌리며 타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문자생활에서 학습된 대로 초성-중성-종성의 한 음절을 타자의 한 흐름으로 파악하고, 중성의 경우라면 다음 음절의 중성이 무엇인지에 따라 현재 음절의 중성을 친 손가락을 그대로 둘 것인지 여부를 자연스럽게 판단하여 타자할 것이고, 필자는 이러한 경제적 타자가 다음 음절, 그 다음 음절까지 미리 2음절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온돌’은 1음절 뒤를 예상하고 ‘오디오’는 2음절 뒤를 예상하여 ‘ㅗ’자리에 놓인 손가락을 기본자리로 되돌리지 않고 타자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기초하여 타자행동분석기 가운데 필자가 고안한 운지거리 계산 영역은 위의 가정을 거꾸로 추적하여 1타 전, 2타 전, 3타전, 4타 전(초중종 낱자 하나를 한 타로 칩니다)에 입력된 글쇠를 순차적으로 확인하고, 현재의 타자와 같은 손가락을 사용한 타자가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현재 입력 글쇠로 이동하는 운지거리를 계산합니다. 4타 안에 현재 타자와 같은 손가락을 사용한 타자가 없었다면 손가락이 이미 ㅣ기본자리로 돌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기본자리로부터 현재 입력 글쇠로 이동하는 운지거리를 계산합니다. 이 방식을 곰곰이 따져보면 현재 중성의 1음절 앞과 2음절 앞 모두 종성이 없을 때에만 2음절 앞 중성을 비교연산하게 됩니다(중간에 공백이 있을 경우는 1음절 앞 중성만 비교연산). 사람의 처리능력을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자소단위로 보고 4개 자소를 미리 내다보고 타자한다는 가정에 의하여 작동하는 운지거리 계산기가 앞서 필자가 가정한 음절단위 경제적 타자 행태를 100% 정확하게 반영해 주지는 않으나, 어느 정도 실제에 근접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기에 근사 자료로 활용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다시 ㅓ와 ㅐ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 ‘엉엉’, ‘뱅뱅’ 등 같은 모음이 반복되는 경우는 글쇠 위치가 어디든 관계없이 운지거리가 같게 나올 것이므로 논외로 하고, ㅓ나 ㅐ와 어울려 이어지는 앞 음절 또는 다음 음절의 다른 중성들이 운지거리의 차이를 어떻게 만드는지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즉 ㅓ앞뒤 음절에 연달아 나타나는 같은 손가락으로 치는 중성이 놓인 글쇠와 나 ㅐ가 놓인 글쇠가 가까이 위치해 있다면 운지거리는 줄어들 것입니다.
3. 중성의 자소빈도 분석
위 그림은 공세벌 자판의 왼손 중성 부분만을 떼어서 그린 것입니다. R자리와 T자리에서 운지거리의 증가를 가져오는 것은 집게손가락의 이동 궤적이므로, 표준운지법의 경우는 ㅕ, ㅣ, ㅔ를 공운지법의 경우는 ㅕ, ㅣ를 제외한 나머지 자리의 위치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면, R자리에 더 가까운 ㅏ, ㅔ, ㅛ 글쇠와 T자리에 더 가까운 ㅡ, ㅗ, ㅜ, ㅑ 글쇠 그리고 R자리, T자리와 동일한 거리에 있는 ㅠ 글쇠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각기 R친화글쇠, T친화글쇠, 중립글쇠라고 칭하겠습니다.
그러면 ㅓ를 R자리에, ㅐ를 T자리에 놓았을 때 운지거리가 늘어나는 현상은 ㅓ 글쇠가 R친화글쇠나 기본자리에 근접함으로써 얻는 운지거리 감소 효과보다 T친화글쇠에서 멀어짐으로써 생기는 운지거리 증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R친화글쇠 빈도 |
R친화 |
T친화글쇠 빈도 |
T친화 | |||||
ㅏ |
ㅔ |
ㅛ |
합계 |
ㅡ |
ㅗ |
ㅜ |
ㅑ |
합계 |
843,863 |
155,541 |
30,635 |
1,030,039 |
498,842 |
346,894 |
230,732 |
25,929 |
1,102,397 |
우리글 말뭉치 880만 자소(낱자)를 대상으로 자소빈도(낱자잦음)를 분석하여 보면, ‘ㅓ’는 385,620번으로 전체 자소의 10.72%를 ‘ㅐ’는 158,993번으로 전제 자소의 4.42%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R친화글쇠의 자소들과 T친화글쇠의 자소들을 비교하면 T친화글쇠 쪽이 72,358번(7% 이상) 많이 나타나며, 표준운지법에 따라 R친화글쇠에서 ‘ㅔ’를 제외하면 T친화글쇠 쪽이 227,899번(26% 이상) 많이 나타납니다. ㅓ는 ㅐ보다 2.4배 이상 많이 나타나므로 T자리에 놓아서 우리글 타자에 R친화글쇠들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T친화글쇠들과 가까이 배치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집중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4. 다른 중성에 대한 친화도 비교
단순히 자소 빈도만을 살피는 것은 ㅓ나 ㅐ가 특정 중성과 짝을 이루는 비율이 높아 집중효과에 변동을 일으키는 부분을 반영해 주지 못하므로, ㅓ와 ㅐ가 다른 중성들과 얼마나 친화력을 갖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R친화글쇠와 T친화글쇠의 앞이나 뒤에 각기 ㅓ, ㅐ가 이어진 횟수를 말뭉치에서 뽑아냅니다. 편의상 앞과 뒤에 이어지는 경우마다 공백을 두고 붙는 경우와 공백 없이 바로 붙는 경우, 총 4종류의 상황만을 고려하였습니다.
|
R친화글쇠 |
R친화 |
T친화글쇠 |
T친화 | |||||
|
ㅏ |
ㅔ |
ㅛ |
합계 |
ㅡ |
ㅗ |
ㅜ |
ㅑ |
합계 |
□ㅓ |
29,115 |
17,682 |
1,907 |
48,704 |
32,945 |
11,673 |
25,250 |
486 |
70,354 |
ㅓ□ |
58,930 |
15,828 |
3,702 |
78,460 |
49,737 |
17,628 |
16,951 |
3,149 |
87,465 |
□_ㅓ |
20,031 |
8,630 |
269 |
28,930 |
42,029 |
12,129 |
5,676 |
370 |
60,204 |
ㅓ_□ |
22,185 |
1,500 |
576 |
24,261 |
6,134 |
9,874 |
7,953 |
351 |
24,312 |
ㅓ합 |
130,261 |
43,640 |
6,454 |
180,355 |
130,845 |
51,304 |
55,830 |
4,356 |
242,335 |
□ㅐ |
19,228 |
1,196 |
668 |
21,092 |
7,845 |
10,951 |
4,537 |
786 |
24,119 |
ㅐ□ |
37,107 |
4,671 |
1,810 |
43,588 |
14,940 |
12,963 |
9,293 |
2,261 |
39,457 |
□_ㅐ |
9,806 |
7,219 |
127 |
17,152 |
17,853 |
8,335 |
1,729 |
481 |
28,398 |
ㅐ_□ |
6,072 |
455 |
199 |
6,726 |
2,064 |
3,853 |
3,448 |
117 |
9,482 |
ㅐ합 |
72,213 |
13,541 |
2,804 |
88,558 |
42,702 |
36,102 |
19,007 |
3,645 |
101,456 |
위 표를 통해 분석해보면 ㅓ는 R친화글쇠보다 T친화글쇠와 61,980회(34% 이상) 더 어울렸고, ㅐ는 R친화글쇠보다 T친화글쇠와 12,898회(14% 이상) 더 어울렸습니다. 특히 표준운지법에 따라서 ㅔ를 제외하고 나면, ㅓ는 105,620회(77% 이상) ㅐ는 26439회(35% 이상) T친화글쇠와 더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즉 ㅐ보다 ㅓ가 T친화글쇠와 압도적으로 더 높은 친화도를 보이는 만큼 ㅓ를 T자리에 놓아야 운지거리를 줄이고 타자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5. 더 자세한 운지거리 분석 과정
마지막으로 타자행동분석기의 운지거리 계산에 오류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서 위에서 밝힌 운지거리 계산 방법과는 차이가 있으나, ㅓ와 ㅐ글쇠에만 국한하여 그 앞뒤에 이어지는 음절의 중성글쇠에 대한 이동거리를 합산하여 단순 운지거리를 계산하여 보고(키 눌린 깊이는 계산에 넣지 않음) 필자의 타자행동분석기와 동일하게 기존 배치가 대안 배치보다 더 짧은 운지거리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ㅓ, ㅐ가 포함된 음절 앞뒤에 이어지는 음절의 중성글쇠가 집게손가락을 이용하는 글쇠라면 R친화글쇠, T친화글쇠, 중립글쇠의 구분에 따라서 기본자리로 되돌리지 않고 바로 이동하는 거리를 셈하고, 그 이외에 앞뒤에 이어지는 음절의 중성글쇠가 집게손가락을 이용하는 글쇠가 아니거나 앞뒤로 공백 또는 기호가 둘 이상 어울려 쓰이는 경우는 집게손가락이 기본자리로 되돌려진 것으로 보고 기본자리로부터 이동거리를 셈합니다. 이동거리는 실제 키보드 키 간 간격을 1/10mm단위로 실측한 자료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로써 ㅓ, ㅐ가 각각 R자리나 T자리에 놓였을 때 발생하는 운지거리를 계산하였습니다.
|
|
R친화글쇠 |
T친화글쇠 |
중립글쇠 | ||||||
|
기본자리 (공운지) |
기본자리 (표준운지) |
ㅏ |
ㅔ |
ㅛ |
ㅡ |
ㅗ |
ㅜ |
ㅑ |
ㅠ |
R거리 |
197 |
197 |
197 |
384 |
213 |
305 |
407 |
506 |
343 |
213 |
T거리 |
238 |
238 |
238 |
449 |
343 |
197 |
384 |
407 |
213 |
213 |
|
|
|
|
|
|
|
|
|
|
|
ㅓ 타자합 |
184,413 타 |
228,053 타 |
130,261 타 |
43,640 타 |
6,454 타 |
130845 타 |
51304 타 |
55830 타 |
4356 타 |
3501 타 |
ㅓ R자리 |
36,329,361 |
44,926,441 |
25,661,417 |
16,757,760 |
1,374,702 |
39,907,725 |
20,880,728 |
28,249,980 |
1,494,108 |
745,713 |
ㅓ T자리 |
43,890,294 |
54,276,614 |
31,002,118 |
19,594,360 |
2,213,722 |
25,776,465 |
19,700,736 |
22,722,810 |
927,828 |
745,713 |
|
|
|
|
|
|
|
|
|
|
|
ㅐ 타자합 |
58,746 타 |
72,316 타 |
72,213 타 |
13,541 타 |
2,804 타 |
42702 타 |
36102 타 |
19007 타 |
3645 타 |
1303 타 |
ㅐ R자리 |
11,572,962 |
14,246,252 |
14,225,961 |
5,199,744 |
597,252 |
13,024,110 |
14,693,514 |
9,617,542 |
1,250,235 |
277,539 |
ㅐ T자리 |
13,981,548 |
17,211,208 |
17,186,694 |
6,079,909 |
961,772 |
8,412,294 |
13,863,168 |
7,735,849 |
776,385 |
277,539 |
|
|
|
|
|
|
|
|
|
단위: 1/10mm |
위 표를 바탕으로 ㅓ, ㅐ 글쇠의 자리에 따른 운지거리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
|
공운지법 운지거리 |
표준운지법 운지거리 |
기존방식 |
(ㅓ→ T, ㅐ→ R ) |
23,703 |
22,530 |
대안방식 |
(ㅓ→ R, ㅐ→ T ) |
24,068 |
22,967 |
|
|
|
단위: m |
표준운지법을 기준으로 할 때 ㅓ와 ㅐ의 자리를 변경하는 대안방식이 기존 최종자판 방식에 비해서 437m 가량 운지거리가 길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타자행동분석기의 운지거리 계산보다는 적은 차이지만 ‘대안방식의 운지거리가 더 길다’는 같은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타자행동분석기의 운지거리 계산에 중대한 오류는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위 표에 의한 운지거리 계산은 방법적 한계 때문에 앞뒤 1음절로만 분석 대상을 한정하였고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치는 종성글쇠로 인한 운지거리 변화는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자행동분석기의 결과와는 다소의 차이가 발생하였습니다.
6. 결어
과거 타자기 시절부터 뿌리 깊은 ㅓ의 T자리 배치는 집게손가락에 모든 모음을 배치하던 초기 모델에서부터 지금까지 60년이 넘도록 그 자리를 지켜 왔습니다. 고 공병우 박사님께서 1940년대 처음으로 타자기를 만드시던 때부터 집게손가락 부분에 모음을 배치하면서 우리 말글의 중성 빈도 순서에 따라 기본자리에서 가까운(치기 좋은) 순서대로 ㅏ, ㅣ, ㅡ, ㅓ, ㅗ, ㅜ 순으로 배치하였던 것도 놀라운 일이거니와, 이제껏 경로 의존성으로 인해 옮겨지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던 ㅓ 자리가 실제로는 그 위치를 유지하여야 할 크나큰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은 더욱더 놀랍습니다. 세벌식 타자기의 경우 모음 2열 배치에서 모음 3열 배치로 전환되는 와중에도 집게손가락에 놓인 글쇠에 변화를 두지 않았지만, PC용 키보드 배열을 다듬으면서는 그 간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용자들의 마찰을 빚어 가면서도 타자의 효율을 위해 과감하게 ㅣ와 ㅐ의 자리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어차피 새로운 판으로 높은 판올림이 이루어지는 마당이었는데 ㅓ 역시 기본자리에 가까운 위치로 옮길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은 이번 연구로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중효과와 친화도가 가져오는 운지거리의 감소 때문에 ㅓ는 ㅐ에게 기본자리에서 가깝고 편리한 R자리를 내어주고 T자리를 그대로 고수한 것입니다.
세벌식 최종 자판도 세상에 발표된 지 스무 돌이 넘어가는 동안 컴퓨터의 문화적·기술적 부분이 지속적으로 진보하면서, 프로그래밍이나 웹문서 코딩이 일반화 된 데 비하여 기호 부분에서 영문 자판과의 호환성이 부족하여 한글 낱자나 전혀 다른 기호가 찍힌 것을 보고 다시 지우고서 영문 전환을 하고 입력하여야 한다든지 문서작성 풀그림이 자동으로 변환하여 주는 것을 따로 여닫는 따옴표로 두어 아쉬운 글쇠를 묵혀두고 있다든지 하는 소소한 시대 부조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40여 년 동안 이어진 연구 성과이자 헤아릴 수 없는 열정을 지닌 한 인생이 우리에게 물려준 과학과 효율의 결정체로서, 세벌식 최종 자판은 세벌 글판의 우선적 권위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첫댓글 자세한 분석 고맙습니다.
공병우 자판의 뿌리 깊은 'ㅓ' 자리가 운지 거리에서 뜻있는 것임을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좀 걸리는 게 있습니다.
ㅗ, ㅔ처럼 아랫줄의 손 뻗음이 덜한 홀소리는 뒤에 받침이 오더라도 치고 나서 손가락이 그 자리에 머무르기 좋습니다.
하지만 B 자리(ㅜ)나 T 자리는 뒤에 받침이 오면 자연스럽게 바탕자리 쪽으로 손가락이 쏠립니다.
최종(3-91) 자판으로 '언약'을 친다면 ㅓ와 ㅐ를 이어 치는 운지 거리는 적겠지만,
받침 ㄴ을 치면서 집게 손가락은 받는 힘을 거슬러 더 뻗고 있어야 합니다.
ㅐ는 ㅓ보다 드물게 나오고 받침이 붙는 비율도 ㅓ보다 높기 때문에,
왼손 집게 손가락이 받침을 치느라 뻗는 힘을 줄이려면 ㅓ를 R 자리에 두는 것이 좋다고 보았습니다.
제 판단이 다 옳을 수는 없지만, 저는 ㅓ를 R 자리에 놓고 친 뒤로 집게 손가락에 힘이 한결 덜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어린이나 손가락이 유난히 짧은 이는 일반 성인보다 집게 손가락을 뻗어서 홀소리와 받침을 이어 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T 자리에 둔 최종 자판의 ㅓ 자리는 다음 낱내(음절)의 홀소리보다 바로 다음에 오는 받침을 더 의식하며 친다고 봅니다.
저는 손가락을 뻗는 정도도 손가락이 실제로 지는 부담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셈하는 방법은 아직 모르고 아직 생각해 내지도 못했습니다.
공병우 자판이 다른 자판보다 운지 거리가 길게 나오면서 손가락이 느끼는 피로감이 적은 것은
손가락만 뻗지 않고 아예 손목 또는 팔을 움직일 때가 많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운지 거리를 손가락 부담으로 의미 있게 셈하려면 이 점을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ㅓ, ㅐ를 자리바꿈을 하고 나서 저도 라온누리님처럼 저도 오타를 자주 겪었고, 지금은 더 나아지긴 했지만 오타는 여전합니다.
오타가 익숙함을 깨서 나는지, 최종 자판의 뜻있는 배열을 깬 벌인지는 아직 판단이 안 섭니다.
이 자리 바꿈이 옳은지는 저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여서 다른 분들의 의견이 궁금했는데,
라온누리님이 이렇게 자세히 의견을 내 주셔서 기쁩니다.
운지 거리로 분석하는 것은 엄밀하게 따져 보지 못했으니, 제 생각에 헛점이 있을지 모릅니다.
더 검토해 보겠습니다.
엄청 상세한 분석이군요 ㅡ3ㅡ; 오타 자체는 바꾼 지 얼마 안 돼 익숙치 못해서 그럴 것 같은데요... 운지거리상 더 길어졌다는 점은 특이하군요. ㅓ 하나의 위치보다도 그 근처에 빈도가 높은 모음이 모여 있는 영향이 큰 모양이군요.
바뀐 위치의 부적절함 때문에 오타가 생긴다는 것은 아니구요 만약 이 배열이 대표성을 지니고 개정안으로 보급이 된다면 자리바꿈을 한 효용이 기존 사용자들이 겪어야할 불편을 상쇄하고 남는지 명확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