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50대로 접어든 `왼손 골프 마법사` 필 미컬슨(미국)은
US오픈에서 우승 없이 준우승만 6번을 했다.
마스터스, 디오픈 그리고 PGA 챔피언십까지 모두 정상에 섰지만
US오픈 타이틀만 없어 평생의 숙원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US오픈이 열리고 있는 윙드풋 골프클럽에서
14년 전 역전패당한 아픔이 더 쓰라릴 것이다.
더블보기를 범한 마지막 홀에서 파만 했어도
2006년 US오픈 우승컵은 미컬슨 몫이 될 뻔했다.
우승과 준우승은 1타 차로 갈릴 수도 있지만
골프 선수들이 느끼는 정도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우승은 기쁘고 준우승은 억울하다.
우승자 이름은 오래 남아도 준우승자는 금방 잊힌다.
미국프로골프(PGA) 통산 44승을 거둔 미컬슨이지만
그에게도 툭하면 준우승을 하던 때가 있었다.
우승 횟수에 맞먹는 37차례나 준우승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준우승 징크스를 넘어서더니 우승을 더 자주 하는 선수가 됐다.
`준우승 DNA`를 가진 선수들이 있다.
`8자 스윙`으로 유명한 짐 퓨릭(미국)도 우승보다 준우승이 많은 대표적인 선수다.
17번 우승하고 31차례 준우승을 했다.
2012~2014년 3년간은 우승 한 번 없이 준우승만 7번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준우승보다 우승을 더 자주 하는 대표적인 선수가 궁금할 것이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로 그 선수다.
맞다. 타이거 우즈(미국)다.
우즈는 PGA투어 최다승인 82승을 거두는 동안 준우승은 31회밖에 하지 않았다.
골프 역사상 우승과 준우승 횟수 차이가 가장 큰 선수일 것이다.
`역전불패` 명성이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정말 종이 한 장이다.
1타를 덜 치느냐 더 치느냐로 우승과 준우승이 가려질 때가 많다.
심지어 동타가 나와서 연장전을 치르기도 한다.
대체로 우승보다 준우승이 많은 `준우승 DNA 선수`에게는 비슷한 점이 있다.
성격을 보면 아주 소심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매우 다혈질인 경우가 많다.
준우승 징크스를 넘어선 선수들은 대체로 그 비결에 대해 비슷한 이유를 댄다.
우승에 대한 집착을 내려놨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집착하게 되면 그게 오히려 몸을 더 움츠리게 한다.
또 한번 무너지면 그게 징크스가 되고 그로 인해 자신감을 잃는다.
물론 징크스 자체가 유리 멘탈에서 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준우승 DNA 선수들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걸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한번 그것을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장밋빛 인생이 펼쳐지기도 한다.
대한민국이 낳은 `골프 여제` 박인비 역시 프로 초반에만 해도
준우승 DNA를 가진 선수로 평가됐다.
2012년까지 우승 3회에 준우승이 8회나 됐다.
2012년에는 우승 두 번에 준우승을 6번이나 했다.
하지만 2013년 준우승 없이 우승만 6번을 하면서 대반전에 성공했다.
박인비는 2018년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통산 19승째를 올리고
다시 한동안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렸다.
하지만 준우승 다섯 번 끝에 올해 2월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마침내 20승 고지에 올랐다.
`박인비표 골프`가 더 대단해 보이는 것은 바로 그 불굴의 정신에 있다.
[오태식 스포츠 선임기자/ 매일경제]
첫댓글 US OPEN에서 그의 재림을 기대했던 팬들이 많았는데 ,
2 라운드 결과는 cut off 되고 다음 기회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