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통영에는 동갑내기 친구가 없는데, 부산에는 친구들이 꽤 있다 보니 술 한잔 하고 싶으면 부산에 종종 놀러가곤 합니다. 올해만 해도 벌써 열번은 더 다녀 왔네요. 게다가 작년 말 부터 배우기 시작한 슬라럼 보드에 재미가 들려서 부산 낙동강에도 종종 가다보니, 부산과 더 가까워 지는 듯 합니다.
이틀 전, 친구들도 잠시 볼겸, 낙동강에서 배도 탈겸, 겸사겸사 장비를 바리바리 싸들고 부산으로 출발했습니다.
FF 슬라럼 보드 한대, 로프트 6.8, / 7.8 리그 그리고 스타보드 팬텀 레이스보드 한대.
생각해보니 제 차 전장이 3,595mm인데 3,800mm인 레이스보드를 싣고 3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렸군요....
잠깐 친구들을 만나고, 부산에서 신나게 오버세일링을 하여 온몸에 알이 배긴채, 지인을 만나 석식을 즐긴 후 편안한 잠자리에서 하루 밤을 보냈습니다.
이튿날, 아침 7시에 부산에서 출발하여 9시 즈음에 도착한 울산 진하 해수욕장은 이미 기분 좋은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업무로 인해 부산을 경유해 통영으로, 약 두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운전해야 하기에 오랜 시간 머물 수는 없었으나,
배울것이 너무나 많은 무대였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개인적으로 두시간 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전 챔프, 장신의 Arnon Dagan
아논에게 배울것은 그의 마인드었던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닐프라이드,Z-fins,RRD 그리고 이제는 Futrefly 의 헤드 디자이너 및 테스터, 자국 RS;X코치 등... 여러 모로 윈드서핑업계 <종사>하는 그는 윈드서핑의 '발전'을 위해 정말 많은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마인드도 매우 긍정적이지요. 어제 포일레이스에서는 부정 출발로 DQ를 당했는데 "오랜만에 부는 바람에 너무 신나서 출발 신호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라는? 말로 웃어 넘기더군요. 저라면 얼굴이 붉어져서 하루종일 꿍해 있었을텐데요. ㅎㅎ
사실, 엄청난 무풍에서 진행된 프랑스,일본 PWA에 이어서 열린 PWA 코리아는 이들이 제대로 된 <슬라럼>경기를 한 첫 대회입니다. 프랑스에서는 1주일간 오직 한 경기만을 치뤘고, 일본에서는 포일 레이스밖에 하지 못했으니, 이번 한국 대회는 PWA선수들에게 올해의 시발탄이 된 경기라서 의미가 더 깊습니다. 오전에 파스쿠치 카페에서 여러 선수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많은 선수가 <한국에서 올해 첫 바람을 맞아본다> 라며 짤막한 한국 찬양?을 하는데, 아무것도 아닌 제가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으쓱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친구의 부탁으로 찾은 노르웨이캠프의 헬레와 그녀의 어머니. 요즈음 Kiran, Dorian, Ivan, Nico 등... 수 없이 많은 RS;X 선수들이 포일에 도전을 하는데, 헬레 선수 역시 테크노와 RS;X를 즐기는 엘리트 선수 입니다. 한국 나이로 고2 정도의 어린 선수이죠.
그럼에도 불구, 일본에서 열린 Foil Race 에서 5위에 랭크한 매우 멋진 선수입니다.
시간에 쫓겨 헬레 선수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헬레 선수야 말로윈드서핑의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살아 있는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PWA 선수층은 '연령'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선수층이 참 두텁습니다.
당장 위에서 본 아논만 하더라도 우리 나이로 40대 중반인데, 어느 스포츠가 10대와 50대 까지 한 무대에서 달려 볼 수 있을까요? 이게 윈드서핑의 참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몇몇 나이가 지긋한? 선수들과 대화를 해보아도
"아무리 젊어도 내가 이길 수 있다" 라며 자신의 체력과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는 모습은, 그리고 그들과 공정하고 치열하게 선두를 겨루는 모습은, 참으로 멋집니다.
지금 PWA 에서는 헬레 선수가 윈드서핑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PWA 남성부 Elimination 진행중.
확실히 월드 클라스급 선수들은 코스,범장,장비의 선택,기술. 모두 뛰어났습니다.
여기서, 롱보드를 타는 분들이 종종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롱보드가 숏보드보다 더 많은 근력을 요한다>는 것 입니다.
사실 두 종목은 근육이 조금 다르지요. 프로 윈드서핑인 슬라럼은 많은 근력이 필요합니다. 레이스보드 보다 더 많은 '파워'를 내는 근력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PWA 선수들은 상당히 체구가 우람합니다. 키가 작은 선수들은 대부분 엄청난 근육질이지요. 물론, 프리라이드 보드에 g10핀을 꼽아 즐기는 동호인은 해당 사항 없겠지요!
레이스보드 및 RS;X는 높은 심폐지구력과 근 지구력을 요하지요. 사실 펌핑을 잘 못하고 잘 안하는 동호인 수준이라면, 역시 위 둘 모두 크게 필요가 없는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제대로'타려고 노력하면 항상 슬라롬 쪽이 훨씬 근육이 쉽게 지칩니다. 높은 무게와 부력이 세일의 힘을 'De-power' 즉, 가감시키는 레이스보드와 달리 슬라럼 보드는 보드와 핀의 힘이 몸으로 바로 전달되고 이를 매우 섬세하게 컨트롤 해야하기에, 정말 많은 힘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특히, 슬라럼은 실력이 늘 수록'오버 세일링'을 해야하는데, 이것을 잡는것이 여간 많은 근력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이 부분은 꼭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숏보드 - 그중에서도 슬라럼 보드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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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성 PWA 선수, 임윤희 서퍼와도 짧게나마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 했지만요.
제주도에서 서핑을 하는, 우리나라의 슬라럼 대표 선수인 임윤희 선수에게 인사를 건내니 영광스러움과 동시에 약간은 당황스럽게도? 저를 알아봐 주어 몇몇 짤막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마린 스포츠에서 스폰서링을 받는다고 하던데, 우리나라도 이 스폰서링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임윤희 선수는 뙤양볕에 셋팅해둔 마스트가 부러지는 <액땜>까지 했네요~ 올 한해 모든 일이 술술 풀릴것 같은 감이 옵니다.
점심식사는 마우이 스포츠의 윤해광 프로님께 인사를 드리고 마우이 스포츠의 <금손>, 황재훈 서퍼와 함께 했습니다. 물론, 얻어 먹었지요. 그것도 아주 맛있는 매운탕을 ㅎㅎ
마우이 스포츠에서도 여러모로 배울 부분이 많았습니다. 임윤희 선수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샵을 찾고는 했는데, 이에 여러 조언을 줄 수 있는 '실력'이 있었고 장비를 판매하면서도 무조건적인 구매를 권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이것 저것 알려주며 통영에 있는 <엑조세> 라이더 분들의 장비를 잘 챙겨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을 정도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많은 신경을 써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주먹손인 제가 '챙길' 수 있는 부분은 없겠지만요. ㅎㅎ
끝으로, 아주 개인적으로 이번 PWA '대회' 자체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던 점도 적어보려 합니다.
우선 매우 좋았던 점은 실시간 중계 아나운서와 드론이 화면 송출이 있었던 점 입니다. 여타 스포츠와 달리 지상에서 보기 힘든 윈드서핑의 특성상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죠. 결국 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이고 그 엔터테인먼트는 관객들이 만들어 가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동호인 시합도 중개 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진과 매채를 통한 컨탠츠 배포를 조금 더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회에 많은 예산이 투입 되는데, 그 홍보 효과가 미비한것같아 사실 많은 아쉬움을 느낍니다.
반면 아쉬운 점도 몇가지 있었는데, 두가지만 꼽아보자면.
1. 관객의 부재 아, 나름 세계 대회인데 너무 관객이 없더군요. 정확히 6명 있었는데, 이 마저도 대회 관계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어요. 외국 PWA는 관객이 꽤나 있던데, 우리나라 울산 대회는 너무 심각한 수준 이었습니다. 스키는 아마추어 <인터스키>와 <스키 레이싱>은 종목 자체가 다르지만 정말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데, 슬라럼 무대에 6~7명의 관객은.... 조금 더 적극적인 홍보와 우리 <아마추어>들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마추어>의 어원에 따른 뜻이 <사랑하는 사람>이듯, 윈드서핑을 사랑하는 우리의 관심이, 좋든싫든 윈드서핑을 선도하는 PWA에 조금은 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중계의 질. 중계자의 목소리와 톤은 매우 좋았습니다. 헌데 조금 더 윈드서핑에 대해 잘 알고, 윈드서핑 선수들에 대해 잘 알고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좋았을거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아, 파란세일이 선두네요. 아 주황색 세일이 추월을 했습니다>..... 게다가 국가를 표시하는 세일넘버중 GBR이 어느 나라인지 몰라서
<아 GBR 선수가 선두를 탈환했네요. GBR, 어느나라죠? 독일인가요?>라는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영국!!!!!> 이라고 소리를 쳤네요 GBR -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윈드서핑에는 항상 사용되고 다른 종목의 스포츠에도 자주 사용 되는 용어인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짧고 굵게 PWA를 보고, 정말 많은것을 느끼고 듣고, 배우고 왔습니다.
가능하면 내일도 방문하여 선수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아쉽게도 업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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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다음 PWA대회 에는 우리가 다른 지역의 대회에 참가하듯, 협회차원에서 시간을 내어 단체로 방문을 하면 어떨까요?
우리가 다른 지역 대회에 참석 및 참가하는것이 일종의 '인사'이고 '경사'에 대한 축하의 의미를 띄듯, 우리나라에 초대한 외국 선수들을 환영해주는 것도, 시합을 개최하는 호스트, 즉 주인의 입장에서의 '도리'이자 통영을 명문협회로 이끌어나가는 견인차가 될거라 확신합니다!
첫댓글 재미있게 표현하여 흥미가 진진.
아니 어찌 된 거야 ?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김한울이 울산 PWA경기장에 왔었단 것인가 ? 참 이상하네. 언제 왔었다가 갔는가.?
기록을 보면 은 2019년 5월 22일로 되어 있는데
그날 22일 임윤희 선수도 만나 보았다고 기록이이 되어 있는데
나는 22일 하루 종일 임윤희 선수 경기를 지켜보며 임윤희와 함께 있었고
또 저녁식사는 선수식당에서 임윤희 김덕룡 이재혁 선수와 함께 같이 식사를 하였고
23일 아침에 인사를 하고 서울로 출발을 하여 방금 도착을 하였는데.
도대체 언제 왔다는 말인가 ?
저는 22일 08시경에 가서 일정상 오후 두시즈음 출발했습니다. 저도 고문님 뵙고 인사라도 드리려 레이스 오피스에 문의도 했었는데, 아쉽게도 엇갈린것 같습니다. 제가 아쉽게도 우리나라 선수분들과는 아직까지 일면식이 없다보니 외국 부스에 있어서 그런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