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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스크랩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11
두발로 추천 0 조회 182 08.03.23 21:08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Day 10~14 (2007년 1월 26일 ~ 1월 30일)

“당신의 품속으로 다시 오겠습니다.”


페리체 - 남체 - 루클라 - 카투만두


Day 10 (2007년 1월 26일)

새벽녘 너무 배가 고파 잠에서 깨었다. 통 먹지 못한 어제의 고된 산행으로 속이 텅 빈 모양이다. 부스스 일어나 간식을 먹어야겠다는 의식은 있는데 몸이 생각을 따라주지 않는다. 보온용으로 침낭에 넣어둔 물병을 열어 벌꺽 벌꺽 물을 마셨다. 물로 속을 채우니 허한 기운이 좀 가시는 것 같다. 그리곤 또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상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 제일 먼저 무릎을 점검해 보았다. 씻은 듯 나아있었다. 통증도 없고 걷기에 불편이 없다. 신의 보살핌인지 어제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칼라파타르를 올랐다는 성취감, 이제는 잃을 것 아무것도 없는 자유만 남았기 때문인가? 식욕이 돋아 아침을 배불리 먹었다. 컨디션도 최고다.


시시각각 변하는 찬란한 쿰부의 풍경을 가슴으로 느끼며 남체로 향했다. 영혼이 살아 있는 순수한 이곳에 언제 다시 돌아 올 수 있을지 아쉬운 허허로움이 가슴 가득 쌓인다. 머리를 돌려야 내려 갈 수 있는 법, 에베레스트가 사라지고 로체가 사라지고 아마다블람이 사라진다. 그리고는 자꾸만 자꾸만 속세가 가까워졌다.


오늘 일정은 남체까지다. 2일을 걸어 올라온 길인데, 고도를 낮춘다고 해서 결코 쉽게 내려 갈 수 있는 코스가 아니다. 자그마한 언덕과 깊은 계곡을 계속하여 올랐다 내렸다 하여야 하고 지루하게 산 능선을 돌고 돌아야한다. 8:16분 페리체를 출발, 소마레와 팡보체를 지나고 디보체를 거처 12:31분 탕보체에 도착하였다.

 

 

 

 

오늘 점심은 매식이다. 고산에 좋다는 마늘스프와 감자수제비를 주문하였다. 먹을 만 하다고 했는데, 맛이 별로다. 쿡이 해주는 한국 음식을 계속 먹어서 인지 아직 네팔 음식에 길들지 못한 모양이다. 맛만 보고, 일행이 주문한 삶은 감자로 점심을 함께하였다. 두 사람이 먹어도 양이 많아 남겼다. 머슴밥처럼 이곳 식사는 질보다 양이다.


캉주마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뒤돌아 내려 온 길을 올려다보니 아마다블람의 머리 위에 떠 있었던 동요 속의 반달은 사라져 버렸고, 에베레스트와 로체의 산정을 푸근히 덮고 있었던 구름들이 붉게, 붉게 타고 있었다. 그 풍광이 가슴 가득 잔잔한 감동으로 쌓여간다. 말로 표현 못 할 황홀감이 온 몸에 충만하였다.

 

10시간을 소요하여 6시28분 남체에 도착하였다. 오늘도 역시 쉬운 일정은 아니었다. 저녁 후 일행은 더운물로 샤워를 하였다. 8일 만의 상쾌함, 몸이 날아갈 듯 하단다. 그동안의 고통을 보상하는 히말라야의 선물이다. 나만 하지 않았다. 상쾌함의 극치를  카투만두에서 느끼겠다고 말하고, 사실은 게으름을 묻어 버리려는 핑계였는데,


Day 11 (2007년 1월 27일)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의 마지막 날이다. 아쉽지만 원시의 생활을 끝내고 내일이면  다시 문명으로 돌아 가야한다. 호박 된장국으로 맛있는 아침을 하고 8시14분 루클라로 향했다. 마침 오늘이 토요일이라 남체에 장이 서는 날이다. 해발 3,450m에서 서는 장의 모습은 어떨지 남체 토요시장을 둘러보고 하산키로 하였다.

 

 

아침 일찍 인데도 장이 한창이다. 우리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다양한 종류의 농산품과 공산품이 땅 바닥에 진열되어 있었다. 왁자지껄한 저자거리는 생동감과 활기로 가득했다. 우리의 시골장터와 흡사한 모습이다. 이곳 장터에서도 우리의 장터와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냄새가 곳곳에서 솔솔 풍겨오고 있었다.


시장을 둘러보고 고개를 돌아 아래로 내려가니 쉬엄쉬엄 걷는 발걸음에 푸석푸석한 흙들이 날리며 먼지가 시야를 가린다. 수건으로 코를 막고 걸었다. 먼지는 먼지지만  햇살이 봄날같이 따뜻하다. 속세로 돌아가는 마지막 여정에 따뜻한 날씨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무사한 일정의 대단원을 축하하는 히말라야의 고마운 선물인 모양이다.

 

 

“초모롱마”와 마지막 안녕을 고해야 하는 View point에 도착하였다. 8일전 이곳에서 가쁜 숨을 쉬면서 첫 대면을 하였는데, 벌써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다니, 부푼 가슴이 사라진 아쉬움에 못내 서운하였다. 내가 정말 저 산 아래로 올라는 갔었는지, 멀고 험한 길을 걷기는 걸었는지, 지나간 일정을 회상하니 또한 놀랍기도 하였다.


언덕길을 내려와 다시 두드코시를 만났다. 이곳부터 루클라까지는 험한 코스가 없어 비교적 쉽게 걸을 수 있다. 지금부터는 초모롱마와 아마다블람 등 쿰부의 멋진 설산을 바라 볼 수가 없다. 힘들게 바라보았던 풍광들을 머리 속에 그리며 가벼운 발걸음에 위안을 삼고 내려가면 된다. 여유로운 마음이 생겨 증명사진을 찍었다.

 

검게 탄 얼굴, 깍지 않은 수염, 부르튼 입술, 기름으로 끈적끈적한 머리카락, 흡사 사진에서 보아왔던 설파족의 모습이다. 입향순속(入鄕循俗)이라는데, 풍속은 따르지 못해도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성격 탓으로 모습이라도 닮고 싶었던 모양인지, 히말라야를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싶은 아집이 형성된 모양인지, 그 모습이 친밀해 보였다.


12시12분 밴크라에 도착 점심을 한 후 한가롭게 휴식을 하였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여유로운 휴식이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고도에 따라 우리의 신체가 느끼는 엄청난 차이를 느긋하게 즐기면서, 웃음소리도 크게 들렸다.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삼겹살에 소주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입맛을 다시기도 하였다.

 

 

내려오는 길에 동네가 많아 어린이와 자주 마주쳤다. 사탕이나 선물을 주면 사진을 찍도록 포즈를 취한다. 해맑게 웃는 웃음은 프로의 모습이다. 환경에 길들여진 인간의 본능인지, 그렇게 추억을 만들며 성장하는 모양이다.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옛날이 그리워지는 것은 늙었다는 증거라는데, 어린애를 보니 다시 젊고 싶어졌다.


부푼 가슴을 안고 올라왔던 길이 이제 1시간 남짓이면 끝이 난다. 비우고 가겠다는 화두로 출발을 하였는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고 가는지? 어둠이 서서히 내리는 쿰부의 길을 걸으며 내 평생 처음으로 문명을 등지고 원시로 돌아간 새로운 경험,   산속에서 보낸 지난 10일 동안의 일정을 되돌아보았다.


 

재잘 되는 새소리와 안식을 위해 집을 찾아가는 좁교들의 방울 소리가 정겹다. 옛 시골 정경같이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 저녁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루클라가 보이는 언덕에 서니 하루가 끝나고 있었다. 6시6분 루클라에 도착하여 히말라야롯지에 여장을 풀었다. 오늘도 10시간이 소요된 긴 여정이었다.


이 밤은 그동안의 피곤을 모두 잊어버리고

나의 샹그릴라 ! 히말라야를 다시 찾으리라 맹세하면서

쿰부의 마지막 밤을 달콤한 정말 달콤한 잠으로 지새우리라.


Day 12 (2007년 1월 28일)

5시25분 시계의 알람소리에 잠이 깨었다. 어제 닭백숙으로 저녁을 제공하고 주방팀원과 포터들은 모두 철수를 하였으나, 오늘이 아내의 생일이라 주방장 “니마”가 혼자서 미역국을 끓었다. 미역국 1그릇이 생일상의 모두인데도 여기가 히말라야여서인지 아내의 얼굴엔 행복한 기운이 감돈다.

 

 

포터들이 작별 인사차 롯지로 왔다. 모두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흰 카타를 걸어주었다. 포옹을 하고 악수를 나누니 눈시울이 찡하다. 정이라는 것인가? 험한 고산에서 함께한 일정이 결코 짧지 않아서 인지, 그들의 흔적이 우리의 가슴 한 부분을 차지한 모양이다. 기념사진을 찍고 모양 나는 이별을 하였다.

 

 

이곳 날씨는 쾌청한데, 카트만두의 안개 때문인지 비행기가 도착하지 않았다. 아무 정보도 없다. 막연히 기다려야한다. 안개 낀 카트만두 공항이 생각났다.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운이 좋아 오늘 돌아가면 좋을 텐데, 막연히 공항주위를 배회하기도 하고 롯지 난롯가에 앉아서 옛 이야기로 웃음꽃도 피웠다.


11시경 뚜~우 하고 사이렌이 울렸다. 카트만두에서 비행기가 출발했다는 신호란다. 여기저기서 환호와 함께 박수소리가 들린다. 무료하게 트레커를 기다리던 포터들의 눈에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주위가 갑자기 바빠졌다. 새벽부터 지루하게 비행기를 기다리던 승객들도 기분 좋게 탑승수속을 하였다.

 

행운이었다. 우리들이 탑승한 경비행기가 루클라를 이륙하였다. 카트만두에서, 루클라에서, 기다림 없이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행운이 너무 고마웠다. 겨울철에는 안개로 인한 결항이 빈번하여 운이 나쁘면 귀국 일정이 지연되는 불상사가 참 흔하다는데, 좋은 기상을 선물한 쿰부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무사히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밤에 도착하여 새벽에 빠져 나갔던 지난번과는 달리 도시의 모습을 똑똑히 보면서 시내로 들어왔다. 낡고 지저분한 거리와 행인들의 차림새는 우리의 5~60년대를 연상시킨다. 내가 체험했던 과거였기 때문인지 낮이 설지 않은 풍경이다. 아련한 추억과 향수가 가슴 가득 쌓인다.


 

 

호텔욕조에서 그동안의 원시생활을 청산하였다. 땀과 먼지로 어지간히 절었던 모양인지 옷을 벗으니 몸에서 쉰 냄새가 났고, 3번의 삼푸로 겨우 머리에서 거품이 났다. 수염도 깎고 몸을 속세의 모습으로 환원하였다. 쉽지 않은 의식을 끝내니 날아 갈 듯 가뿐하다. 명예보다 소유보다 지금은 상쾌함이 최고다.


Day 13 ~14 (2007년 1월 29일~30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만두를 안주삼아 그들의 민속주 뚱바를 마셨다. 타멜거리에서 쇼핑도하고, 카트만두의 최고급 식당에서 식사도 하였다. 민속춤을 관람하고, 보우더나트와 퍼슈퍼나트, 그리고 숴염부나트를 구경하였다. 옛 왕궁거리인 더르바르 광장을 걷고, 지도와 히말라야 사진도 구입하였다.

 

 

 

그리울 텐데, 꼭 다시 와야지 ! 늦은 밤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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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3.24 00:00

    첫댓글 연재 ~~감사이 감명깊게 잘읽었습니다

  • 08.03.25 09:45

    Trekking의 의미를 이제야 이해 할것 같습니다. 태초의 숨길이 아직도 살아 숨쉬는 그곳에서 트레킹을 하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 08.03.24 16:22

    고맙습니다. 넘부럽구요.늘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 08.03.24 16:59

    부럽습니다 님의 건강과 정열이 , 모쪼록 계속 건강하시고 금전적인 문제도 원만하여 다시 가셔서 여행기 올리실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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