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그리고 그리움
저녁 같이할래? 저녁 식사를 차리면서 전화를 받았다. 생각할 것도 없이 그렇게 하자고 시간 약속을 했다. 그녀가 마음이 고파서 밥 먹자고 한다. 나도 가끔 마음 고파 밥 먹자고 누군가에게 전화하고픈 날 많았다. 그런 날에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와 피자를 함께 먹으며 마음을 채워주던 사람이 있었다. 회 초밥을 먹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채워주던 친구도 있었다. 나는 누군가 허기져서 찾아오면 두말할 것 없이 나간다. 내가 고프다고 투정할 때 말없이 달려왔던 사람들이 나에게 가르쳐준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나라로 보내는 일은 슬픈 일이다. 영원히 가슴에 묻고 살면서 가슴에 멍하나가 문신처럼 새겨지는 일이다. 부모님을 보내고 가끔 혼자라는 것이 무서울 때가 있다. 길을 걷다가도 바람처럼 아버지를 불러보고 엄마를 불러본다. 따스한 손 한번 잡아보고 싶은 애달픈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는 날 많았다.
팔공산 갓바위 가는 길 <박 터지는 흥부네>에서 점심을 먹었다. 주인장의 미소가 더없이 맛있는 반찬이다. 늘 가는 곳은 편안해서 좋다. 반갑게 맞아주고 챙겨주고 보듬어 주니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밥상이다.
경주로 여행을 떠났다. 솔거 미술관으로 향해서 달려갔다. 경주는 그녀가 좋아하는 도시다. 그녀의 추억이 많은 곳인지도 모른다.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솔거 미술관은 데이트하기에 좋은 아름다운 곳이다. 전시실 벽면에 액자처럼 유리 창문을 만들어 놓았는데 풍경이 그대로 들어오는 감성적인 전시실이다. 누구나 그곳에서 추억을 찍는다. 솔거 미술관은 시 같은 풍경을 가슴에 안고 돌아오는 곳이다. 에너지가 방전되었다고 투정을 부리면 함께 가주었던 친구가 창가에서 그날처럼 멋있게 웃고 있었다. 커피 한잔할래?
그녀가 저녁까지 먹었는데 노래방을 가자고 한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가슴이 아팠다. 손을 잡고 추운 겨울밤의 골목을 기웃대며 노래방을 찾아다녔다.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그녀를 위해서 오늘 밤 완전히 망가져서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나도 그녀도 우리는 그림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는 뜨거운 여자들이다. 우리 뜨겁게 사랑하면서 살아가요. 언제나 당신 편입니다. 2020년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