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칼럼]
인천시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지연, 예견된 일이었다.
-노동조건 개선을 급여에 집중한 준공영제는 지속할 수 없다.
-노조와 업체의 명분 없는 반대가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가.
처음부터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이 되었다. 광역시 단위 중 마지막인 2009년에 준공영제를 최초로 도입한 후 15년 만에 민영제 광역버스에도 준공영제를 시작하려고 했던 인천시의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원래 7월에 시행되어야 함에도 무기한 지연되는 까닭은 임금 협상의 결렬인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조에선 기존 금액의 56%에 해당하는 520만 원을 주장하는 반면에 인천시는 380만 원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엔 일반 준공영제 시내버스의 급여가 최대 500만 원을 초과하기에 광역버스도 동등하게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480만 원대 후반에서 조금씩 인상하는 대안도 제시했으나 좀처럼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협상이 계속 결렬된다면 파업까지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수도권 시민들의 발이 끊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과연 준공영제만이 광역버스 노동자의 근로 여건이 개선되는 해답인지, 혹은 이번 현안이 속된 말로 노조와 업체의 짜고 치는 각본 속에서 이어지는 연출인가를 판단해야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인천시 광역버스 논란은 한 가지로 치부될 것이 아닌 삼화고속 사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당시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데다 임금 체불까지 겹쳐 파업으로 연결되었다. 그 후 2017년에 삼화고속이 광역버스 사업을 전부 철수하였고, 다른 업체들이 인수했는데 현재까지 매듭을 못 지었다.
7년째 광역버스 문제에 허덕이는 인천시
사실 광역버스 이슈는 송영길, 박남춘 전 시장부터 이어졌다 해도 어색하지 않다. 박남춘 시장 시절엔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했던 노조를 향해 “전체 광역버스를 인천교통공사로 넘기겠다.”라고 엄포하여 파업이 일단락되었다. 만약 전 노선이 인천교통공사 소속으로 이관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민간 업체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기에 인천시의 걱정이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곧 ‘준공영제’가 아닌 ‘공기업 직영’ 체제로 유지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선포만 있었을 뿐 민선 7기에서도 애매하게 종결되어 결국 이번 상황까지 넘어왔다.
그렇다고 노조의 입장을 전부 이해할 순 없다. 원래 삼화고속 노선을 인수한 업체들은 준공영제 해당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인수했고, 2016년에 광역버스 요금을 2,650원으로 인상했을 당시엔 서울시, 경기도와 다르게 모든 노선을 초승 거리비례로 전환하여 이미 한 차례 시민들의 부담을 안겼으며 작년 10월 추가 인상으로 기본요금은 3,000원까지 올라갔다. 그나마 국토교통부 M-BUS 노선은 별도 요금제로 인상되지 않았으나, 현재 광역버스 거리비례 최대 요금이 송도~서울 구간을 기준으로 3,500~3,6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표준운송원가 산정과정에서 인천시가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을 리는 만무하다.
여기에 지난 코로나 때는 종사자들의 인력 유출과 적자를 핑계로 감차까지 진행했는데, 광역전철의 확충까지 맞물려 배차 간격이 길어지는 것을 넘어 언제 올지 모를 정도기에 시민들은 광역버스를 외면했다. 또한, 준공영제를 앞두고 전 업체들이 노선마다 운행 횟수를 줄이거나 회차지에서 10분 이상 기다리다 출발함과 동시에 막차 시간을 단축하고 있음에도 무조건 급여만 맞춰 달라는 논리는 합리적이지 않을뿐더러 어불성설에 가깝다. 이미 광역버스 업체 중 ‘인강여객’이라는 업체가 월 450만 원대를 버스 외부에 부착한 공고문으로 못을 박은 상황에서 말이다.
광역버스 종사자 임금을 혈세로 부담해야 할 명분이 없다.
오히려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광역버스 준공영제가 누구를 위해 시행해야 하며, 정책으로 혜택을 누려야 할 대상이 시민이라는 점을 노조와 업체에서 인지하는지 말이다. 따라서 노조가 업체에 대한 비판 없이 급여만 따지는 건 명분을 찾기 어려울뿐더러 준공영제에서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급여를 지자체가 떠안아야 하는 점에 대한 정당성도 없다. 하여 노조와 업체가 해야 할 일은 인천시에 파업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 충원을 이행하여 파행으로 외면한 시민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노선을 정상화하는 과정부터 이행하는 것이 순서다. 만약 그런 과정을 생략한다면 광역버스 준공영제 지연을 노조와 업체의 입맛대로 구성된 각본에서 시작되었단 점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인천시 역시 광역버스로 장거리를 통근하는 시민들에게 피해와 혼란을 초래했다는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사모펀드에 인수된 업체들이 광역버스를 별도로 분리한 배경엔 시내버스와 별도로 광역버스에도 준공영제가 추가될 것을 대비하여 부수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꼼수라는 점을 파악해야 함에도 그러지를 못했기에 결과적으로 민간 업체에 의존하다가 시간만 낭비한 채 끌려다니는 모습을 연출한 인천시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
이미 한차례 광역버스의 정상화와 노선조정 없는 준공영제를 철저히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현안은 누구의 귀책사유라 할 수 없으며, 광역버스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거나 미미하게 끝낸 인천시와 준공영제를 빌미로 파업까지 거론하며 이익만 취하려는 연출에 동조하는 노조와 업체 모두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는 사이 광역버스는 지역마다 보이지 않는 차별을 조장함은 물론, 시민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광역버스를 힘겹게 타고 있다. 조금만 시야를 넓게 비추면 현실을 볼 수 있음에도 외면하기에만 급급하니 답답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