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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펠트부산 트라이애슬론팀에서 운동하고 있는 26살 김유지입니다.
4월1일 중국 서남쪽에 위치한 광시성, 류저우(유주)에서 열린 아이언맨70.3대회에서
여자 에이지그룹 25-29에서 1등을 하게되어 2017년 하와이월드챔피언십 슬롯을 받게 되었습니다.
류저우대회 스케치 및 후기를 쓰기 전 저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먼저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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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적 부터 운동이란 것을 배워 본 적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조차 없었던
철입 입문 당시 평범한 불어불문학과 대학생이었습니다.
(지금은 취미가 철인3종경기이고 국제통상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밟고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입문 당시나 지금이나 철인3종경기에 맞는 날렵한 체형을 가지지도 않았습니다.
(철인하면 날씬하고 날렵해질 줄 알았는데 말이죠..그렇게 되겠죠 곧?!)
6년 전 겨울, 한창 외모에 관심있을 대학교 1학년 때, 수영이 살빼는데 효과적이라길래
부산 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 등록하여 수영을 처음으로 배우게 되었는데
수영하는게 너무 재밌어서 미친듯이 연습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한달만에 자유형으로 50m 수영장 10바퀴를 쉬지않고 도는 기염을 토했더랬죠
5개월 후, 수영선생님께서 트라이애슬론대회에 참가한다고 하시길래
저도 오픈워터수영을 경험해보고 싶다며
따라나섰던 곳이 2012년도 대구트라이애슬론 대회였네요.
그땐 자전거도 없고 슈트도 없고 헬멧도 없고....가진건 튼튼한 몸과 맑은 영혼 그리고 운동화뿐
트라이애슬론 대회의 취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수영 1.5키로만 하겠다고 우기며 대회에 신청했고
수영쌤이 여차여차 자전거와 자전거용품, 웻수트를 빌려주셔서
수영-자전거-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시합이었던 대구에서 수영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다가 낙차를 해서 온몸에 피와 멍투성이였는데
완주의 의지가 샘솟아 자전거에 다시 오르고, 달리기까지 마쳤습니다.(결국 DNF였지만요)
열정적인 철인들과 함께 대회를 치루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받았고 짜릿한 전율이 흘렀습니다.
그 후 2012년 성산 수퍼맨대회에 나가고, 울진대회,
2013년 부산전국해양제전, 제주도국제철인3종경기대회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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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이상의 국내외 올림픽, 하프, 풀코스를 뛰고
철인대회와 함께 5년이란 시간이 지나 2017년이 되었습니다.
어느대회를 가나 나이가 제일 어린 동호인선수였는데
이제는 막 어리진 않네요 하하하
사람들이 왜 굳이 힘들게 철인3종경기를 하냐고 제게 자주 묻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에게 스스로 더 자주 묻곤합니다.
난 왜 이 운동을 하는가?
철인3종경기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난 왜 하와이 월드챔피언십대회에 가야하는가?
다른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니 나도 가고 싶은걸까? 아님 진짜 내가 원하는걸까?
살을 빼기위해 철인3종경기를 한다며 머쓱하게 얘기하곤 했는데
5년동안 이 운동을 해도 체중계에 별 변화가 없는걸 보아하니
살을 빼겠다는 목적만으로는
이렇게나 열정적으로 철인대회에 참여하고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기록을 향상시키려하는 이유에 대한 답이 되지 않더라구요
이제껏 트라이애슬론에 대한 권태와 실증은 없었지만
기회비용을 따졌을때 운동을 하거나 대회에 참여하는 시간과 노력을
직무와 관련될 공부에 쏟아 붓는다면 나의 미래가 더 나아지지 않을 까라는 고민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철인3종경기를 끊지 못하겠더라구요.
중독적입니다.
얼마 전,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교수의 Flow( 한국번역본: 몰입의 즐거움 )
라는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하게나마 제가 왜 이 운동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었습니다.
어떤 부가적인 목적이나 목표달성을 위해 이 운동을 하는게 아니라
철인3종경기 그 자체를 경험하는 순간이 제게 의미있는 일이고, 즐길 수 있고 완전히 몰입할 수 있
는 시간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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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류저우대회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11월에 개최되었던 중국 허페이대회(Hefei 70.3)에 참가했었는데
여자 에이지그룹 19-24세 3등으로 하와이슬롯을 받진 못했지만
기록을 조금만 더 줄이면 하와이에 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하와이월드챔피언십 대회의 슬롯을 따기 위한 중국원정을 계획했습니다.
그곳이 바로 류저우였습니다.
류저우 대회를 신청하고 12월부터 펠트부산 동계훈련을 시작으로 '하와이슬롯따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추운 겨울의 눈물라이딩, 매일 새벽 5시 40분 수영장에서의 인터벌, 다이어트와 요요, 달리기의 진
전과 퇴보, 동기부여와 무기력등등
삶이 그렇듯, 동계훈련의 짧은 3개월이지만 수 많은 업 다운이 있었습니다.
3월 30일
부산-상해 푸동경유-류저우에 밤 늦게 도착하였는데
열대 몬순기후라서 그런지 비가 억수같이 내렸습니다.
다행히 주최측에서 제공한 버스로 인당 100위엔(약16000원)
공항에서 호텔까지 잘 도착하였습니다.
31일
대회 전 코스답사를 하려했는데
비가 와서 코스답사는 못하고
등록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들어와 비가 마칠때 쯤
바꿈터에 자전거를 거치해두고 호텔에 있는 수영장에서 몸풀고
근처에서 장보고 저녁먹고 들어와서 물품챙겨놓고 잤습니다.
4월1일 대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가방을 챙기고 조식을 먹고 호텔을 나섰습니다.
스페인, 폴란드에서 온 선수들과 택시를 쉐어하게 되었는데
수영을 하게 될 류강 수온이 13도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목욕탕가면 맨날 냉탕에서 노는데 13도쯤이야!라고 되내이며 뇌를 속입니다..
혹여나 쇼크가 올까봐 불안했지만 괜찮을거라며 제 자신을 다독이며
수영 출발지점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음 속에도
긴장감과 고요함이 흐르는 수영 출발점,
대회진행스태프가 조류가 있어서 빨리 갈 수 있다며 선수들을 위안합니다.
그래 조류타고 가자!하며 출발
물은 냉탕처럼 차가웠지만
비가 쏟아부어서 그런지 수질은 아주 깨끗했습니다.
처음엔 몸이 경직되어 있는 느낌이었는데
5분정도 지나니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 처럼 자연스러워졌고
시야가 좋아서 부표도 잘 보였습니다.
수영 후 시계를 확인해보니 25분
목표시간(30분)보다 빨리나온 바람에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이거뭐지.....
내 수영실력이 이렇게나 늘었나
코스를 잘 못 돌았나 불안했지만
대회 후 다른 선수들의 시간을 보니 코스가 1.5키로 정도밖에 안됐던것 같습니다.
자전거에 올라타서
숨을 한번 고르고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스킬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
매끄러운 아스팔트 위에서 열심히 패달질을 합니다.
90키로미터 총 2바퀴
20키로 반환점 다와갈 쯤 자그만한 오르막(언덕)이 있지만
부산여자에게 이 정도 오르막이란..
열심히 업힐을 지나고.. 계속 자전거를 탑니다.
목표는 시속 36km
경치 볼 새도 없이 앞만 보고 가끔 속도계를 확인하며
36의 평균속도를 유지하며 한바퀴를 돌고
50키로지점에서 펠로톤그룹이 오는데
거기에 여자가 있습니다..
'앗 여자다'
일본여자선수였는데
시합 전 명단을 확인해보니 ITU 장거리엘리트 일본선수가
제 에이지그룹선수로 나오길래 그 선수인줄 알고 아..잡혔구나라는 약간의 허탈감과
아니. 달리기는 내가 느리더라도 자전거는 질 수 없다는 의욕이 불탔습니다.
앞뒤를 다투며 56키로 지점쯤까지 같이 간 것 같네요.
그렇게 가던중...
반환점 전 오르막길에서 갑자기 허벅지 골반 안쪽에
쥐가 나더니 찌릿찌릿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1달 전에 하와이를 가기 위해 과감히(손 부들부들) 사이클에서 TT로 자전거를 바꿧는데
TT에 있는 골반이 넓은 아다모안장에 적응이 안되서 그런지
골반 안쪽이 두조각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
어떻하지..어떻하지하며
속도를 줄여서 앉은것도 안 앉은것도 아닌 모양으로
살살 패달을 시속 20키로로 천천히 저으며
쥐가 풀리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제발..제발 풀려라..
그렇게 목표했던 36km/h는 점점 멀어지고
평균속도와 파워는 뚝뚝 줄어들고
다행히 결승점 들어오기 10키로 전쯤에 겨우 괜찮아져서 시속 34로
내달려서 바꿈터로 들어왔습니다.
평균속도 34.5
벌써 해는 중천에 떠 쨍쨍하고 갤러리들이 바꿈터주변에서 응원을 해줍니다.
5분 페이스로 뛰고 싶었는데 그렇게 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왠걸 5분 30초페이스도 힘들었습니다.
동계훈련때 4번의 하프마라톤을 뛰면서
1시간 38분이라는 소박하지만 뿌듯한 개인 기록도 세웠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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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30초 페이스를 시작으로 쭉쭉 떨어졌다가
다시 조금 끌어올렸다가 다시 내려갔다가를 반복하며
기억없는, 기억하고 싶지않은 20키로를 보냈네요
마지막 1키로는 스퍼트!!
Youji Kim
Div Rank: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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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 92
Division F25-29
State Busan
Country 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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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m: 25:31
Bike 2:36:43
Run 1:56:54
Overall 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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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결승점에 들어와 리커버리푸드먹고
호텔로 돌아와서 와이파이켜서 기록을 확인해보니
1등..
알고보니 자전거에서 지나간 그 일본여자분은
19-24 에이지그룹의 일본 엘리트선수셨습니다.
시상식과 슬롯 롤다운에 가서
25세-29세 여자 1등과 하와이 슬롯을 받아왔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와이라니..
그렇게 바라던 하와이티켓을 받았는데
지금도 여전히 실감이 안납니다.
하와이에 발을 딛어야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대회 다음 날 코스를 구경해보니 정말 아름답더라구요
자전거탈 때는 보지 못했던 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장관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프로선수들이 지나가는 걸 보았는데
프로선수들은 대회 다음날도 운동을 하십니다..존경합니다.
(한국철인의 저변확대를 위해 힘쓰시고 제가 상상할 수 없는 땀과 노력으로
기록을 일구신 대한민국 아이언맨 프로선수님들 존경합니다.)
중국인 친구들도 잘 모르던 류저우라는 낯설고 새로운 도시에 가서
아이언맨 70.3 대회를 무사히 마쳤고 다음날에 관광도 잘하고 왔습니다.
대회 코스,운영과 조직은 아주 잘 갖추어져 있었고
자원봉사하는 아이들의 지칠줄 모르는 응원세례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사드배치로 인한 반한감정으로 중국-한국간의 여행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중국사람들에게 저를 한국사람이라고 소개하면 궁금해하고 반가워했습니다.
(특히,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도시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소박하고 순수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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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저를 하와이 문 앞까지 데리고 가주신 펠트부산의 주현규코치님과 사랑하는 내 평생
의 반려자 안태환, 부산체고 현철민 수영선생님, 펠트부산 정경훈점장님, 펠트부산 식구들 그리고
루디프로젝트 고글과 헬멧을 지원해주신 파르마인터내셔널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2017년 하와이월드챔피언십에서 태극기 날리고 오겠습니다.
구례에서 한국철인들이 하와이슬롯을 많이 획득해
내년 2018년에는 다 같이 하와이에 가기를 바라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추카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코나 참피언쉽에 진출했던 부산출신들이 5명 넘는 정도로 알고있습니다.
경인지역아닌 지방에서 코나 챰피언쉽에 진출한다는 것은 대단하지요.
대단하다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