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에서>
-2004. 1. 10. 토. 백장미-
겨울 속에서
노오란 개나릴 연상한다.
겨울 속에서
화들짝 놀랜 새 소릴 찾는다.
며칠 째
바람 불고 스산하여
가슴이 휑 해서 말이다.
차가운 가로등은
여전히 오들 오들
희미한 전등불 아래
나도 졸고 너도 조는데
정월의 무게는
꼭꼭 숨은 얼음 같아
가슴이 시리고
마음이 시리다.
때론
죽도록 보고프고
때론
죽도록 잊고프다는
절절한 유행가 가사 속에
용광로처럼 타는 사랑을 넣고
시린 정월을 나고프다
애닯은 정월을 흔들고프다
밤은 깊고
새벽은 저 만친데
말똥한 눈
어눌한 가슴
새벽잠 속에
어린 날이나 만났음 좋겠다.
내가 사랑 한 건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었고
세월이었나 보다.
왜 이리 허망할까?
왜 이리 운동장만 보여질까?
칙칙한 육십 년대가
우렁 우렁 칠십 년대가
다 토해 내지 못한 아픔으로
다 지니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오늘도
하루를 저물게 한다.
보통이고 싶은데
조용하고 싶은데
누군가에게서
곱게 접은 편지라도 왔음 좋겠다.
비록 철자법 틀리고
글씨가 어눌해도 사랑 해 줄 텐데 말이다.
<한 자락 바람과 같은 삶>
-2004. 1. 14. 수. 신형호-
베란다 창 밖으로 펼쳐진 하늘이
유난히 눈에 파고드는 상큼한 아침이란다.
앞동 아파트 옥상에 누워있는
환풍기만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햇살을 안고
춤을 추는 시간이구나.
새해가 오고
싸늘한 겨울바람이 불어 온 지
벌써 열흘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정신은 묵은해 인 것 같다.
지난 주말
겨울 휴가에 들어갔다.
예년보다 3주 가량 늦은 방학이라
아직도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겠네.
주말에는
대학 동기회 모임이 있어서
1박 2일 동안
그리운 친구들과 만나서
모처럼의 회포를 풀었단다.
1년에 한번 밖에 만나지 않는 모임이라서
전국에서 많이 모였더구나.
남자들은 대부분
현직에 있고
여자들은 몇 명만 현직에 근무하고 있지.
살아가는 얘기와
앞으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지기도 하고
지난 시절
추억에 잠긴 여러 사연들을
하나 하나 풀어놓기도 하고
삶에 대한 얘기로 이틀 동안은
흔적도 없이 바쁘게 지나가고 말더라.
월요일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팔조령 산장에 들렀다.
사실은
둘째 놈이 올해 고3인데
천체관측반이라는 동아리에서
팔조령에서 밤을 새우면서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별을 관측하려고 계획을 세웠었지.
근데 일기예보를 보니
저녁부터 날이 흐려져서
별을 관측하기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아이들 별 관측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고
팔조령 말이 나온 김에
아내와 함께 밤 산책을 다녀왔단다.
고즈늑한 산사와 같이
차가운 겨울바람만
숲을 감돌고 있는 밤의 산장.
두어 시간 삼층에서 얘기하다가
밖으로 나오니
함박눈이 펄펄 내리고 있는 게 아닌가?
굽이굽이 팔조령 산길에
이미 하얗게 쌓여있는 흰눈이
반갑기보다는 내려 갈 때
미끄러운 길 운전생각에
약간의 겁이 먼저 나더라.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살금살금 고개를 내려오면서
차창을 한없이 두드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노라니
정말 하얗게 쏟아지는 동화 속의
꿈나라를 달리는 기분이더라.
마치
컴퓨터의 플래시 작품 속으로
직접 뛰어든 느낌 같은
또 다른 환상의 세계를 맛 본 것일까?
일주일이 넘었건만
목감기는 사라질 생각도 안하고
울대 밑에서 간질간질 거리며
사람을 귀찮게 하는 저녁이구나.
포근하고 은은한 마음으로
올해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싸안고
나름의 삶을 잘 갈무리해 나가거라.
산다는 것은
정말 한 순간
미루나무 어깨를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한 웅큼 바람과 같은 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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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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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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