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토요일 아침.
<나홀로나무>가 혼자 외롭게 서 있는 내성농장 앞마당에서 <대나무공예품만들기> 체험행사가 열렸습니다.
- 종이가 발명되기 전까지 가장 많이 사용된 대나무를 잘라서 만들어 쓴 죽간(옛날책> 및 연필통(대나무공예품)을 가족과 함께 만들어 보는 시민체험행사를 실시하여 옛 선조들의 문화를 익히고, 온 가족이 하나가 되는 화합과 교육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올림픽공원의 마음입니다.
아침부터 엄마 아빠 아들 딸들, 185가족이 죽간과 대나무통을 만들기 위해 내성농장으로 모였습니다.
접수를 하고, 죽간을 만들 대나무와 가죽끈, 글을 적을 칼라펜을 받은 다음 죽간 만드는 방법을 지도강사에게서 들었습니다.
번호표 순서대로 배정된 그늘막 아래서 드디어 죽간만들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대나무마다 미리 구멍이 뚫어져 있어 가죽끈으로 엮는 것이 쉬울 갓 같아도 막상 해보면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빠 엄마가 아까 교육 받은 대로 이리저리 엮어보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잘못 한다고 타박을 합니다.^^^ 이번엔 아이들이 직접 나서서 묶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그래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가족 모두가 힘을 합쳐보니 어느새 번듯한 죽간 하나가 만들어졌습니다. 가족들의 기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집니다.
다음 차레는 죽간에 글 쓰기 순서.
가만히 둘러보니 "사랑"이라는 단어와, "건강'이라는 단어가 많이 눈에 띕니다.
"대한민국 만세 !" 라고 크게 쓴 애국자도 눈에 띄었습니다. ^^^
그리고 "가족"이라는 단어도 이곳저곳에서 보여 <세월호 참사> 후에 새삼 떠오른 "가족 사랑'의 뜻 깊은 교훈이 이 곳에서도
소중한 덕목으로 살아나는것 같아 가슴이 뭉클합니다.
다른 가족보다 먼저 죽간을 만든 가족들은 여기저기에 마련된 민속놀이에 참여합니다.
가장 인기 많은 놀이는 새끼꼬기, 시연을 맡은 강사는 올림픽공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계시는 환경지킴이들.
환경지킴이들 중에는 농촌 출신이 많아 새끼를 꼬아 짚신을 만드는 작업을 하나하나 본을 보여가며 가르쳐 줍니다.
새끼꼬기가 농촌에서는 일거리지만, 이 곳에서는 재미 있고 신기한 놀이입니다.
짚을 두 가닥으로 나눠 손바닥으로 비비면 꼬아져서 새끼줄이 되는데, 새끼줄이 풀어지면 불합격, 그대로 꼬여 있으면 합격. 처음엔 모두가 불합격이지만, 한 사람 두 사람 합격자가 나오고, 박수가 나오고,
합격자들의 환호성이 푸른 가을 하늘로 울려 퍼집니다 !!!
탈곡기가 돌아갑니다.
낟알이 가득 달린 볏단을 탈곡기에 올려 놓고 탈곡기를 돌리면 우두두두 낟알 떨어지는 소리 요란하게 들립니다.
농부가 아니더라도 가을은 추수의 계절, 배불리 밥을 먹은 농부처럼 탈곡기 주위에 모여 있는 사람들 모두 행복합니다.
아빠도 엄마도 아들도 딸도 풍년의 기쁨을 맛 보는 듯 바닥에 떨어지는 낟알을 보며 농사의 의미를 새겨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대나무로 연필통 만드는 체험.
대나무통 위에 빨강 파랑 노랑 하양 색무더기를 빚어 예쁜 필통을 만들어 봅니다.
동화나라에서 살고 있는 어린이들처럼 알록달록 꽃과 새와 나비가 색동옷을 입고 연필통 위에 내려 앉습니다.
영어 알파벳도 나타나고, 연필통이 성벽인 양 뾰죽한 첨탑까지 세운 작품이 내 시선을 가장 끌었습니다.
드디어 작품 심사,
여섯 가족의 작품을 골라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을 상으로 주는데,
최우수가족은 주최측인 신중석 대표이사가 시상하고, 덤으로 기념사진까지 함께 찍는 영광(?)도 누렸습니다. ^^^
길 건너편에는 지난 번에 다른 가족들이 만든 <허수아비>들이 두 팔 벌린 채 이 쪽가족들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빨간 세모 난 모자 쓰고 검은 줄 세 줄 쳐진 셔츠를 입은 아가씨가 허수아비 틈에 끼어들어 팔 구부리고 서니,
진짜 가짜 허수아비를 골라내기가 쉽지 않아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돕니다.
시상 후에 참가한 모든 가족에게 떡과 음료수를 간식으로 나눠주고, 학생들에게는 자원봉사확인서까지 발급하니,
오늘 <대나무공예품 만들기>는 성공적으로 끝난 것 같습니다. ^^^
지난 2월 <보리밟기>로 처음 시작한 가족체험행사는 오늘까지 모두 8차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보리밟기→유채꽃 모종심기→고구마순 심기→보리베기와 탈곡→허수아비만들기→민속토기만들기→짚풀공예품만들기→
대나무공예품만들기.
가족의 소중함이 유난히 강조되었던 2014년,
모든 진행을 도맡았던 안철갑 담당자의 수고가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북돋아 준 힘이었다고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환경지킴이> 선생님들,
연간 700만 명 이상이 모여드는 올림픽공원을 안내하고 해설하고 도와준 자원봉사의 역할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추억에 남는 시간을 이 곳에서 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