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에 쓰는 편지
(1978년~2023년 5월5일)
새록새록, 봄은 새로운 녹색을 만들어내는 계절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늘 같은 반복의 일상이지만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마음으로 일어나
하루를 시작 합니다.
어제는 겨울처럼 언 땅이 이었다면 오늘은 연두가 숨어 자라다가 두텁고 딱딱한 눌림에도
힘들게 비집고 나온 새싹 같은 사랑의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그렇게 만난 우리인데 우리의 사랑만으로 2023년 오늘의 부부를 만들었을까요?
눈동자 같이 지키시고 바라보는 그분의 큰 사랑이 함께한 그 신비한 비밀을 알았던 것이
우리를 있게 만들었음에 감사합니다.
부부는 일 심 동체라지만 떨어져 있는 몸이니 한 몸처럼 당신이 아플 때 내가 똑 같이 아프지 않았고, 내가 맛있는 외식을 할 때 당신 생각에 비록 음식은 내가 먹지만 당신이 맛있는 포만감이 넘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언제나 자리를 차지합니다.
우린 말하지 않아도 둘 다 그 마음은 같을 거라 믿으니까요.
오늘은 자의반 타의반 서울로 결혼기념일 여행을 떠납니다.
가서 아들부부도 만나고 코로나로 3년이나 묶여 있던 족쇄가 풀려 중국에서 나온
처남과 처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모처럼 나들인데 우리가 서울만 가면 강풍에 비가 쏟아지는 두 번째 여행.
우중에도 쓰러지지 않고 해 뜰 날을 기대하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꼿꼿이 서있는 해바라기 마음으로
올해 내년 내후년 많은 결혼기념일들을 행복하게 맞이합시다.
나는 마주보고 피어나는 ‘바라기 꽃’으로
날마다 새록새록 피어나고 싶습니다.
2023년 5월5일 결혼기념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