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지지 않을 끊어질 수 없는 그 가벼움에 대해서 ...
늘, 잊혀지는 거리가 있다. 그 거리에는 몇 그루 그림자가 자라고, 뿌리 없는 바람이 살고, 그러나 아무도 살지 않는다. 거리에 가끔,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때도 있지만 그러나 그들, 떠나가면 그 뿐 다시는 떠올리지도, 찾아오지도 않는다.
어떤 아침이 되면 가늘게 이어진 안개가 찾아온다. 안개는 정오가 찾아올 때까지 온 몸으로 거리를 잊고 추억하지 않는다. 나는 안다. 하지만, 이 거리엔 오래된 이름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녹슨 허파의 노래들 가진
이 거리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어느 틈엔가 우리의 기억 곁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작가의 글>
무슨 말을 하기에 너무 오래되어버렸다. 기억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지 독하게 더운 밤. 모두가 잠든 밤. 지친 마음으로 서성이던 골목길. 봐주는 사람도 없이 환한 쇼윈도. 그 안에서 붉게 희게 노랗게 빛나던 구두들. 공 중을 떠돌던 지린내. 조용히 불 밝히고 꺼지던 집집의 불빛. 목마르게 기 다리던 어떤 단어들 그리고 문장. 춥고 외로웠다. 당신이 있어도 그랬다. 그런 것이 기억이다. 왜 그렇게 극단적이니. 좋아하는 형은 그렇게 말했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 후회하지 않는다. 기억에는 그런 성질 따윈 없다. 시간은 그렇게 침전된다고 믿는다. 고요히. 미래에 대해. 그러니까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마치, 물려받은 옷처럼 헐렁한 그리고 분명, 어느 사이 더는 입지 못할 정도로 작아져버릴 것에 대해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시작은 그랬다. 실선은 나의 첫 희곡이다. 이 말은 무기처럼 사용되었다. 자부심에 넘쳐서 때론 부끄러워 가리기 위하여. 지금은 초라한 이 말을 기쁨을 섞어 쓴다. 그때가 아니면 다시는 쓰지 못했을 그런 말, 그런 감정, 그런 막막함으로 그때의 밤은 하얗게 눈이 내리었었다. 남자가 서른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단순히 나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그러나 생각해보면 놀랍도록 천천히 지나가버린 모든 것이 열려 있었던 한 시절에 대한 소감. 실선은 그런 희곡이다. 지나가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한때를 증명하고 싶었다. 다시 만나면 웃으며 이제는 괜찮을 것이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빡빡한 것들이 어디 있을까. 연출로부터, 배우로부터, 나중에게는 관객에게까지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실 몇 번인가 대답을 하려고도 했었다. 잘 되지 않았다. 답이 어디 있을까. 희곡이 질문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하나 덪붙이자면, 이것은 내 이야기이다. 나는 모두가 될 수 있다고 오기를 부리는 것이 작가의 특권이라고도 생각한다. 실선에 나오는 사람은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만약 두 개 이상의 말이 들린다면, 그중 하나만 선택하기를 권유한다. 그게 당신의 답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백이기도 하다. 실선은, 군산 버스터미널에서 눈썹 하얗게 되도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다. 어쩌면 그때 나는 내가 기다리던 순간에 당도하였다가 지나쳐버렸는지도. 그리고 이제 서울행 버스가 도착했고 올라탔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부산행일 줄은 몰랐다. 설마. 그럴 줄이야(이쯤에서 당신이 웃어주기를 바란다. 누구나 겪는 일이므로). 좀더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아직은 자신이 없다. 몇 번의 과정을 거치고 또 무서운 마음으로 응시하다보면, 나는 그때 비웠어야 하는 말을 지우고 채웠어야 하는 말로 메울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다면 다시는 안다고 하지 않겠다. 나의 서른은 빈칸에 불과하므로. 막연하게 이런 기대를 가져보았다. 이 연극이 끝나고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눈이 내려서, 당신의 머리에 어깨에 그리고 손등에 나리었으면 좋겠다. 온통 하얗게 변해가는 그곳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실선이 닿는 지점이었으면 좋겠다. 곧 모두 녹아 없어지더라도. 잠시라도. 아주 잠시라도. 몇 번 하지 못한 공연이지만, 아직 한 번도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사실대로 토설하자면, 연극이 끝난 후 당신의 마음 위로 하얗지만, 시리고 추운 눈이 내리기를 바란 것일 수도. 닿자마자 녹아버릴지라도. 잠깐이라도. 그리고 그 어떤 글을 써도 늘 그런 마음이다.
이 희곡은 어렵게 공연을 결정해준 윤돈선 연출님, 배우와 모든 스텝들, 규상 형과 사랑하는 극단 독 작가들, 문지 가족들, 나의 어머니와 여우같은 두 동생들 그리고 아해, 너무 사랑하는 아버지 그리고 보러와주신 분들의 것이다. 감사드린다.
<연출의 글>
우린 언제나 만남이란 단어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에 삶에서 만남이란 뭘 의미하는 것일까?
누군가에겐 가벼운 만남이 누군가 에겐 가슴에 사무치는 만남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린 만남을 하고있다.
유형의 만남이든 무형에 만남이든 우린 항상 만남과 같이 살고 있다.
연습을 하며 상상속의 만남을 가져본다. 관객과의 만남, 혹은 지인과의 만남, 가족과의 만남, 나이가 들면서 만남의 의미도 달라진다. 아니 만남 의 의미는 같은데 그 만남을 갖는 내가 달라진 것이겠지만...
여기 새로운 만남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작품과 극단과의 만남, 작가와 연출의 만남, 연출과 배우와의만남, 작품과 관객의 만남, 연극과 사람의 만남, 기대되고 설렌다.
다른 만남은 변했어도 이 만남의 초심만은 영원하길 기도해 본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 눈이 왔으면 좋으련만... 눈이오면 우리 배우들이 정말 연습을 잘할것 같은데... 겨울이란 추운 계절이 아니라 가슴을 따뜻하게 할수있는 계절인 것 같다.
<작품 줄거리>
눈이 내리는 겨울 어느 날 어느 밤. 버스터미널에 여자가 들어온다.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차표를 산다. 잠시 후 남자가 들어온다. 남자 역시 서울행 차표를 산다. 여자와 남자가 알은 척을 한다. 그들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들은 둘 다 서울에 살고 있으며, 같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자신들의 고향인 이곳을 찾아왔다. 그들은 오랜만에 만난 만큼 서먹서먹하다. 그들이 앉아 있는 터미널에는 두 사람이 더 있다. 한 사람은 이 버스 정류장을 혼자서 지키고 있는 터미널 직원이다. 또 한 사람은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치매에 걸린 노인이다. 이들은 남자와 여자의 대화 중간 중간을 본의 아니게 훼방한다. 시간을 묻기 위해, 버스가 얼마나 왔는지 묻기 위해, 염화칼슘을 뿌리기 위해.
활기라고는 조금도 없을 터미널이 텅 빈 순간 여자는 오래전 남자를 만난다. 사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이곳에서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던 것이 처음은 아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들은 ‘승철’이라는 친구와 함께 서울에 놀러가기 위해서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린 적이 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 여자는 오래된 것에 대해, 과거와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남자는 그런 것에 매달리는 여자가 이해되지 않는다. 여자는 그런 일을 모두 덮고 다 지난 일쯤으로 취급하는 남자가 못마땅하다. 남자와 여자는 말다툼을 시작한다. 그들의 말다툼은 직원의 등장으로 잠시 멈춘다. 하지만, 할머니의 재등장으로 그들의 말다툼은 심화되고, 자신의 모습을 할머니에게서 본 여자는 자신의 화를 할머니에게 쏟는다. 그런 여자를 이상하게 생각하던 남자. 그때 승철이 등장한다. 말없이 떠난 남자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찾아온 승철과 남자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잊고 있었던 일을 승철의 입을 통해 듣게 된 남자. 이번에는 남자가 과거의 여자를 만날 차례다. 과거 속 여자는 남자에게 자신이 얼마나 남자를 좋아하는지 고백한다. 분위기에 이끌려 과거 속 여자와 키스를 하게 된 남자. 그러나 과거 속 남자는 그 상황에서 도망을 선택한다.
현재로 돌아온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의 지금 애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었음을 고백한다. 그 순간 기다리던 전화가 온다. 그리고 서울에서 버스가 도착한다. 남자는 여자와 함께 서울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여자가 떠난 빈 터미널에 혼자 남는다.
<배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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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준(남자역)
연극: 물의노래, COMBINNATION, 19.25.64, 사고-그래도 가능한 이야기, 세익스피어 인 햄릿, 얼룩동사리 외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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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남자역)
연극: 변기, 뭉크의 해피송 , LE CRI , 추사연경행 드라마: KBS 스페셜 "가네코 후미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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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정(여자/할머니역)
연극: 우리읍내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카텐자 , 간극, 파우스트 , 맥베스 , WANTED -기억 , COMBINATION, 그때 그 크리스마스의 추억 , 추사연경행 외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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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희(여자/할머니역)
연극: COMBINATION , STRANDING 뮤지컬: 명성황후 영화: 전우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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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우(직원역)
연극: 오이디푸스와의 대화 , 오!안티고네 , 마음의 범죄, 피크닉 ,19.25.64 외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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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철(직원역)
연극: 화영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 신기전 , 스페어 외다수 드라마: 아이엠샘 , 싱글파파는 열애중 , 달콤한 나의 도시 외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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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승철역)
연극: 배틀로드 802 , 15.4 , 화영 영화: 우리는 액션배우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외다수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 태왕사신기 외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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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모(승철역)
연극: 찾아야 산다 , 바보각시 , 억척어멈과 그자식들 , 세익스피어 인 햄릿 , 사고- 그래도 가능한 이야기 |
극단가족은
각기 다른 예술 분야 (작가, 연출 배우, 무대, 조명, 음악감독)에서 현재 활동 중인 젊은 연극인들이 뜻을 같이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탈피하고 새로운 연극을 창조하고자 모인 극단입니다
2008년 4월 연극의 중심 대학로에 극단 전용 아름다운극장을 오픈하였습니다.
대 표 : 윤돈선(연극배우,연출)
연 출 부 : 용선중(조명디자이너,연출), 문진호(연출)
작 가 팀 : 도정선
음악감독 : 강석훈(프리렌서 작곡가)
사 진 : 엄성룡(프리렌서 사진 작가)
연기단원 : 강경덕(연극배우)
류다무현(KBS성우,연극배우)
장설하(연극배우)
이승준(연극배우)
이승구(연극배우)
조미정(연극배우)
김환준(연극배우)
김진모(연극배우)
박지희(연극배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