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과 자율의 시간, 성년의 길을 걷다. 수능 끝낸 고3생들 전통 성년례 인기
상원고 3학년 학생들 전통 성년례로 성년의 책무 배워
대구광역시 교육청이 주최하고 (사)한국인성예절교육원이 진행
참가학생들 색다른 경험에 대만족하고 성년의 책무 다져
지난 24일과 25일 양일간 대구 달서구에 있는 상원고등학교(옛 대구상고) 컨퍼런스홀에서는 이 학교 3학년생 전원이 반별로 나뉘어 전통 성년례를 체험했다. 주례인 큰손님을 단상에 모시고 남학생들은 유복을 입고 갓을 쓰는 관례(冠禮)를, 여학생들은 한복 위에 당의까지 갖춰입고 머리에 쪽을 찌고 비녀를 꽂은 후 족두리를 쓰는 계례(筓禮)를 하며 성년 선서와 성년선언, 술을 마시며 술예절을 배우는 내초례(乃醮禮)와 성년 교훈을 듣는 순서로 진행했다.
이 행사는 대구광역시 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이 주최하고 (사)한국인성예절교육원(원장 임귀희, 이하 '한예원')이 주관하였다. 이날 한예원 강사들도 전통 성년식에 맞는 복식을 갖춰입고 단체 성년식에 필요한 돗자리에, 찻상과 차탁, 찻잔은 물론 참석자 전원이 입을 수 있는 의복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서 전통 성년례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대구광역시 교육청에서 박정숙 장학관이 참석하여 모든 과정을 살펴보았고 유교방송국에서도 전과정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았다.
학생 대표로 단상에 올라 성년례를 수행한 홍광희 군은 "아주 이색적이고 위미깊은 체험이었다"라고 운을 떼며 "수능을 끝낸 후 홀가분하면서도 다들 따분한 시간이라 시간이나 떼워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복장을 갖추고 진지하게 성년례를 치르고나니 성년으로서의 책무를 새삼 느끼고 다지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 조상님들의 삶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와 지혜도 배울 수 있어 좋았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서아연 양도 "이렇게 좋은 체험은 제 인생에 주어진 축복이고 행운인 것 같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교육청과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 도와주신 강사님들께도 감사드린다"라며 대만족을 표했다. 학생들은 한복입은 자신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고교시절의 뜻깊은 마지막 추억을 갈무리하며 즐거워했다.
옛날에는 남자 20세, 여자 20세에 관계례를 하여 자식, 형제,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다짐하는 책성인지례를 관혼상제의 첫번째 통과의례로 삼았다.
1894년 의제개혁과 단발령으로 상투를 자르면서 전통 관계례가 소멸되었다. 1973년 대통령령으로 만 20세에 이른 젊은이들에게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일깨워주는 성년의 날을 국가 공인기념일로 지정하였고, 1985년부터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지정하였으며 현행법으로는 성년은 만 19세 이상이다.
성년이 되면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연령이 되었음을 자각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와 맡은 바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와 다짐이 필요하다. 성년자는 헌법상 선거권 취들과 각종 자격 취득이 가능하고 음주 제한에서 해제되며 친권자의 동의없이도 혼인하고 사유재산을 취득할 수도 있다.
오늘날 핵가족시대의 청소년은 부모의 지나친 사랑과 과잉보호로 인해 유약하며 경쟁과 입시위주의 교육은 성년에 도달하여도 성년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더우기 혼인하여 가정을 이루어야 할 적령기 젊은이들의 미혼과 만혼은 저출산 위기로 이어져 글로벌시대 경쟁력 상실과 나아가 대한민국의 소멸을 예견한다.
임귀희 원장은 "오늘날 경제와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개인주의가 만연하여 예의는 무너지고 전통도 잊혀지고 있다. 가정에서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며 스승을 존경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이웃과 나라를 위해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줄 성년례는 학교와 직장과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의식으로 대두되는 이유다. 나아가 글로벌시대 K-문화의 정체성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통과의례이다."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한예원은 상원고를 필두로 서부고, 신명고를 비롯한 7개 학교로부터 전통 성년례를 진행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여 예식에 필요한 복장과 도구를 갖추었으며 강사들도 수차례의 학습과 예행 연습을 통해 장차 성년으로서 사회에 진출할 학생들에게 좋은 체험을 선사하기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매일신문 인터넷기자 권오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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