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오륙도n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비대칭 모임
한 정
하현달 기울다가 벽에서 일그러질라
급하게 서두르면 평면 사이 어려운
길 하나 사이에 두고 금 쩍 가면 난감하지
파도가 밤새도록 벼린 날 집어삼켜
현 위치 가늠 못 해 어느 때 낮이 올지
끝과 끝 서로 맞닿아 부메랑이 되어올까
바다는 마음 없이 가만히 두고 볼 일
야위다 풍성하다 저 혼자 여유롭게
선대칭 데칼코마니 회전축에 포갠다
[2025 오륙도n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소감] 한 정
냉한 마음이 따뜻해져
나의 시조가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당선 전화를 받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했습니다.
오랫동안 시의 낱말들이 내 안에 다가와 반짝거리다 안갯속으로 사라져 주저앉기도 하였습니다. 멀고 먼 길을 돌고 돌아온 시조.
이제 나의 언 손을 꼭 잡아주어 든든한 위로가 됩니다. 시조라는 언어를 떠 올리면 냉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멀리 돌아온 길이지만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누군가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줄 그런 시조를 쓸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작은 시 모임에서 토론하며 함께 온 5년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날들이었습니다. 이부열 회장님 그리고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봐 주시는 박수열 외솔회 회장님, 알토란같은 우리 동인회원님들은 언제나 부족한 저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만약에 시조의 징검다리가 없었다면 어찌 올 수 있었겠습니까. 시조의 길을 열어준 시모임 여러 선생님 덕분입니다. 그리고 한마음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는 남편, 그리고 두 딸과 사위, 이 기쁨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신춘문예 터를 마련해주신 오륙도 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첫 앞자리에 놓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머리 숙여 큰절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2025 오륙도n신문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정유지 시조시인
“정형시의 새로운 좌표를 선보여”
올해 시조 부문은 400여 편의 응모되어 우수한 작품군을 형성하고 있었다. 오륙도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분은 해를 거듭할수록 정형시의 국가대표, 시조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작품들로 반짝거렸다.
특이하게 눈길을 끄는 것은 제목과 첫수의 초장이었다. 사실 시조 작품을 오래 대하다 보니, 제목과 첫수 초장의 미학이 매우 중요함을 느꼈다. 첫 문장은 하늘이 내려준 거라 하지 않던가. 시조의 장인을 꿈꾸면서 빚어낸 응모작품이라, 좋은 제목은 건실한 내용의 열매를 담보하고 있었다.
현대시조가 현대시와 견주어도 빛나는 이유는 압축미와 정제미, 운율미를 바탕으로 한 가운데,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사유와 철학적 성찰로 이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응모작들 역시 각각 고유의 빛깔의 언어로 육화시켜 정형시의 새로운 좌표를 선보일 수 있는 주제를 통해 한국 현대시조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었다.
용호상박의 치열한 펜의 전쟁 끝에 마지막까지 선자의 손에 쥐어진 작품은 한정의 「비대칭 모임」, 류한월의 「세일하는 가족」 두 편 작품이 남겨졌다.
한정의 「비대칭 모임」은 바다 위 뜬 달의 다양한 변화를 감지하며, 결국 선대칭 데칼코마니로 안정감을 되찾는 시조의 보법에 충실한 작품을 생성하고 있었다. 활달한 시상의 전개와 선명한 이미지의 형상화가 잘 연동되어 단연 눈에 띄었다. 함께 투고된 작품 역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류한월의 「세일하는 가족」은 시조의 색다른 빛깔을 가진 작품이었다. 물질만능주의 시장에 길들여진 세상과 조우하면서, 툭툭 내뱉는 시적 언어가 투박하면서도 장중한 무게감마저 전해졌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결국 이번 신춘문예 당선작은 시조 미학을 구현하면서 시조의 보법에 충실한 한정의 「비대칭 모임」으로 선정하였다.
신춘문예 당선작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탄생하는 아름다운 향연에 비유할 수 있다.
한국현대시조단의 빛나는 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심사위원 : 정유지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