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심판
예상대로 이번 5.31 지방선거는 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여당은 선거 초반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었지만 민심은 이미 집권당을 떠나있었다. 급기야 여당 수뇌부는 싹쓸이만은 막아달라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여당의 처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냉혹했다. 이번 5.31선거 결과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전국 16개 시,도지사 선거 중 전북 한곳에서만 승리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12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며 잔칫집 분위기를 내고 있다. ‘정권 심판’의 민심이 확인된 이상 집권당과 현 정부는 그간의 실정에 대해 참회하고 그 진심을 민심수습이라는 명분으로 사력을 다해야할 것이다.
현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불신은 지난 각종의 재,보궐선거를 통해서 드러난 바가 있지만 이번 선거의 결과만큼 민심이 냉정하게 여당을 떠난 적은 없었다. 여당완패의 표면적인 원인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부상 투혼과 여당 수뇌부의 내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당패배에 대한 예측은 그 이전부터 논의되어왔었다. 수년간 사라지지 않는 경제 불황, 양극화, 국정불안 등 수많은 현안들이 사적해 있지만 현 정권의 국정수행능력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이목을 현 정치구도 탓이나 반대세력을 탓하며 ‘대통령 흔들기’라는 명분으로 돌리는 점에 대해 국민은 이미 진저리가 났다. 그 결과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나게 되었다.
이번 5.31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비리, 부패에 대한 심판보다는 현 정부와 여당의 무능함에 대한 심판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선거 공천과정에서 수도 없이 불거져 나온 여당의 공천비리보도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여당을 외면하고 야당인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심지어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여당의 호소에 귀를 막아버렸다. 이는 야당의 부패나 비리에 대한 심판이라는 측면보다는 여당의 무능함에 대한 심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은 자신들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는 오만에 빠져서는 안된다. 자력으로 승리한 것이라기보다는 여당에 대한 국민의 혐오 덕분에 승리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소수 기득권세력의 부동산 대책과 사학법에 대해서 고집을 부려서 안되며,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고 수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당답게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보다는 대안있는 비판과 협조할 만한 측면은 협조하는 정치를 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패배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그동안의 잘못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초반 기득권을 버리며 열정을 다하던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당 지도부 교체나 정당 통합과 같은 단기적인 대책으로 이 위기를 돌파하기 보다는 정책중심에서 실력으로 국민의 신임을 다시 받아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제3당으로서의 지위가 무색한 선거였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제3당의 지위를 차지해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비례대표 정당득표율마저 조금이나마 떨어졌다는 점에서 민심에 한발 다가서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누구 하나 만족해서는 안되고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민심이 정치권에 대해 얼마나 혐오감을 느끼는 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민심을 외면하며 기득권 싸움이나 쓸때없는 소모전만 보이던 모습은 버리고 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정치를 보여야 한다. 이런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단순한 원리만 잘 따른다면 국민의 정치관심도 증가할 것이다. 링컨 대통령의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부’, 즉 국민중심의 정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2006년 6월 1일 농업경제학과 지병규 1900자
첫댓글 글이 상당히 길어진 점은 교제에 2000자 정도 글쓰기라는 점을 보고 개요를 작성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