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사람이 북적대지 않는 조용한 시간에 운주사에 가보고 싶었다. 고즈넉한 새벽, 눈 덮인 산사의 정적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틀째 내리고 있는 눈은 화순 천불산(千佛山) 계곡을 설국으로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문제는 눈 때문에 대부분의 차들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고, 컴컴한 공간에 이중삼중으로 얽힌 차들 틈새에서 이 새벽에 어떻게 내 차
바퀴에 체인을 채우나 하는 것이다.
망건 쓰다 장 파한다고 했던가. 배달온 신문 들여다보고, 이미 동이 튼 베란다에서 눈사진 몇 장 찍고 나니, 아침 식사하자고 부른다.
결국 오전 11시를 넘기고 출발했다.
시내 길은 바퀴에 눌린 주행선을 따라서 눈이 녹은 노면이 드러나 있다.
눈 없는 맨 도로 위에서 감당해야 하는 체인소음은 끔찍하기에 조심해서 운전을 하기로 하고 체인 없이 나섰다. FM을 틀어두고 2순환도로를 빠져나와 화순길로 접어들었다. 도곡 초입부터 온통 눈꽃세상이다.
폭설이 잦았던 금번 겨울이 사람들에게 겁을 준 때문인가. 길에는 차들이 없다.
백암마을 숲 설경도 구경하고, 다리를 하나 건너는 때까지도 차들은 띄엄띄엄 나타날 뿐이었다.
날씨는 눈발이 날렸다가 개었다가, 다시 해가 나기를 종일 반복했다.
운주사의 빈 주차장을 혼자 독차지하는 기분으로 내 차 한 대를 단독으로 주차시켰다.
매점은 문을 닫았고, 절간 입구에 있는 서점과 종무소에도 사람이 없는지 조용하다.
혼자 앉아있다가 반기는 매표소 직원을 만나고 나서 다음으로 사람을 만난 것은, 경내를 빙 돌아서 올라간 서편 언덕 위의 와불 앞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이었다.
운주사는 신라 말 도선국사(827~898)가 1주야에 천불천탑을 조성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으로, 임진왜란 때 법당과 석불, 석탑이 많이 훼손되어 폐사로 남아 있다가 1918년 중건되었다고 한다. 1942년까지는 석불 213좌와 석탑 30기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석탑 12기와 석불 70기만 남아있다.
십수 년 전만해도 우측 골짜기를 따라서 석벽 아래 작은 석불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수가 즐비하게 놓여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대웅전과 요사채도 말끔하게 정리되고, 범종도 하나 폼 나게 걸려있지만, 상대적으로 이 절의 특징인 옛날 소박한 정취는 그만큼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날리는 눈발 사이로 바라보는 돌탑의 풍치는 분명 색다르다. 하지만 사선으로 꾸준히 날리는 눈발은 사진 찍는 데 적잖이 방해가 되었다. 막 닦아낸 렌즈
안으로 다시 눈송이가 박혀들고, 대체로 사진은 어둡고 상이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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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덩달아 눈오는 운주사엘 다녀 왔네요. 저는 방해하지 않고 멀치감치 뒤따라 다녀 온겁니다 ㅎㅎㅎ.그 느낌을 음악과 함께 느껴 봅니다.
눈 오는 날의 스케치가 실로 실감날 만큼 생생합니다. 고즈넉히 눈속에 놓여있는 석부석탑들의 운치가 한결 서정적이네요. 특히 석조불감의 석불좌상은 흩뿌리는 눈발과의 조화는 썩 어울려 보입니다. 일일여행으론 내용이 알찬 행차셨습니다
영화를 본듯 합니다 내 눈이 황홀해서 어찌 할 바를 모르겠네요..혼자의 여행 당연히 운주사님 댁의 주차장은 운주사님 자가용 달랑 한대 있을만 하지요..ㅎㅎ사진 렌즈에 눈이 들어가도 너무 멋지게 찍으셨어요 작품 사진 잘 감상했습니다. 끝내줍니다...음악도 상쾌하고...와~~우
모락 모락 김이 나는 백설기의 맛 같이 영상에서 맛과 멋과 포만감마저 느낍니다.배경음악에 이끌려 눈길을 걸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군요, 잠시 나마 상상을 유발할수 있는 시간, 삶의 희열이군요,
오메, 멋져분거. 정말 환상적이다. 딱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어부네요. 운주사! 멋진 사진 넘 고마워. 그런디 갈라믄 좀 데리고 가줘 응.(운주사님이 친구라 허물없이 표현했슴다 죄송)
눈 덮힌 석불상에선 진한 고독감이 느껴집니다.
와!! 흰 옷을 입어 저리 멋져 보이나요? 운주사님 친정이라 특별 한가요. 이렇게 볼 수 있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글쎄! 이런 느낌을 어떻게 말해야 될지...무지 좋아 입을 못 다무는 상태, 할 말도 잊어먹고...먼저 볼수있는 건강한 눈에 감사도 하고 싶고 운주사님 같으신 분이 있어 행복하다는 말도 해야할 것 같고...운주사의 설경 잊지못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