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님과 동행(언니) 그리고 저 셋이서 외씨버선길을 걸었습니다.
최근에는 시골집 가족박물관
(이렇게 쓰고 보니 거창한데 사실은 증조부모님부터 형제에 이르기까지의
유품과 기념품 들을 철시렁에다가 진열해 두는 정도)
도 만들고 가을배추며 무를 가꾸는 개인적인 사정과
단풍철에 붐비는 도로 사정상
뒷정리를 하고도 이른 새벽부터 움직여야만 하는 문제가 있어서
여럿보다는 친구들 서너명 정도가 움직일 번개모임을 계획하고 있었습ㄴ다.
11월 첫째주나 둘째주에 일정을 이리저리 맞추어 보았는데
그나마 몇 명 되지 않은 서로의 일정이 어긋난 차에 마침 걷고님과 연락이 닿아
언니분도 함께 가는 환상의 3인조가 구성되었습니다.
"아주 정확하게"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하는, 영주의 24시 목간탕 주인덕분(?)에
3년을 모르고 있었던 비밀이 최근에야 "더 정확하게" 질문을 함으로써 밝혀졌습니다.
남탕은 새벽 1시부터 2시까지 아줌마가 청소를 하기 때문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한다는
어느 선배 여행객의 후기를 충실히 읽었던 3년전,
전화를 걸어서 사실확인을 했었더랬습니다.
수면실에서 나오지 않고 아침까지 자면 되지 않느냐는 하소연에도
탈의실이 남탕안에 있기 때문에 굳건하게 안된다는 대답만 돌아왔었습니다.
청량리에서 밤 9시 기차를 타면 밤 12시가 되어서야 영주역에 도착을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골집까지 가기에는 4만원정도 나오는 택시비가 부담스럽고
많은 인원이 움직인다면 택시비용이 훨씬 더 늘어나게 됩니다.
집으로 가지 않고 영주역에 밤 12시에 도착하여 찜질방에 잔다면 새벽 1시부터 2시까지는
다시 나왔다가 들어가야 하므로 수면시간이 부족하게 되어
금요일 밤기차로 가는 여정은 고려조차 못해 왔던 터였습니다.
외씨버선길의 어느 한 구간이라도 제대로 걸으려면
출발점은 춘양이 됐든 물야면 오전약수탕이 됐든 영주에서 아침 6시 전후에는 첫 버스를 타야
합니다.
시골집에 택시타고 들어가서 잔다 하더라도 아침 7시경에는 버스를 타고
외씨버선길 출발점으로 가야 하므로 잠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보니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지 못하면 외씨버선길은 포기를 해야만 했지요.
처음 가 보는 시골길을 걷고 시골집에서 일행끼리 노래부르고 술마시는 시간 정도에
만족해야만 했다는 겁니다.
기회가 되면 좋은 여름날을 잡아 밤기차타고 영주에 가서는 날씨따라
역광장이나 대합실에서 하룻밤 버틴다면 피곤을 억지로 속이면서
외씨버선길 걸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명색이 소백산과 선비촌, 부석사 등 유명한 관광지가 가까운
도시에 24시간 사우나인데 그 것도 기차역 가까이에 있는 곳이 그렇게 새벽 쪽잠을 나누어서
자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목욕탕말고 찜질방에 들어가면 새벽1시에 나오고 2시에 다시 들어가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전화로 물어보니 그제서야 그렇다고 하였던 겁니다.
참 나~~~
3년전에 전화했을 때에, 목욕탕말고 찜질방을 이용하면 남탕 청소할 때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왜 그 때 그렇게 얘기를 안 해 준 건가?
이 억울한 세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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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조금 일찍 퇴근을 할 수 있었던 덕에
처음 계획했던 청량리 밤 9시 출발 "기차" 여행편을
바꾸어 금요일 저녁 7시 영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봉화까지의 직행은 6시가 막차라서 영주를 거쳐가는 환승편을 택해야 했습니다.
영주에서 시골집까지는 택시비가 4만원 가까이 나오기 때문에
영주에서 봉화가는 밤 9시 30분 버스막차를 타기만 한다면
봉화에서 시골집까지는 택시비가 1만 5천원 정도니까 3명의 버스비를 감안하더라도
비용을 아낄 수 있는데 시골에서의 환승은 욕심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버스막차를 타게 되면 택시를 타는 것 보다는 1만원에서 1만 3천원 정도 요금을
절약할 수가 있습니다만
늦은 밤에 편리와 사치를 좀 부려 영주시외정류장에서 시골집까지 택시로 달렸습니다.
밤 10시쯤 도착을 했기에 모든 고민을 날려 버리고 여유로운 여정을 준비할 수가 있었습니다.
아침밥 먹는 시간을 줄여서 아침 6시 55분 첫 버스를 타기로 했는데
냉장고에 가을냉이가 제게 부지런을 재촉하였습니다.
냉이 된장국으로 가볍게-저는 무겁게-아침을 먹고 대망의 외씨버선길을 내디뎠습니다.
호두에 흥분하고 사과에 눈 돌리고 풍광에 마음을 빼앗긴 결과,
작년에 양파님하고 꽃향유님과 걸었던 때보다 2시간 정도 더 걸렸습니다.
거리를 보니 그 때 보다 3킬로미터 쯤 헤맸네요.
반성합니다. ㅎ
아침 6시 55분 첫차를 물야면 옛장터에서 타고 6킬로미터를 오니
오전리 약수탕 오전약수탕 종점에 도착했는데 아마 사진기의 시계가 잘못 되었을 겁니다.
5분이 채 걸리지 않았을테니까요.
사진기의 시간이 6분 정도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제 고향 오동나무 산기슭 "오록"과 쑥밭 "애전"을 합친 이름 "오전"이 이 곳의 지명입니다.
주변을 벌겋게 물들인 오전약수탕이 철분함량이 풍부함을 말해 줍니다.
마그네슘의 함량도 아주 높습니다.
톡 쏘는 탄산때문에 쉽게 친해지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난 또 뭐라고? ㅎ
언니가 보부상의 모습을 따라 했군요.
오~~ 한 시간 넘게 걸었네요.
봉화군 물야면과 춘양면의 경계점 주실령 고개입니다.
해발 780미터.
저 멀리 보이는 건 소백산 영봉일래나?
화면 우측으로는 백두대간 선달산과 박달령이 옥돌봉을 향해 흐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외씨버선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저기 저 암벽이 옥돌처럼 빛난다 하여 옥돌봉(옥석산)으로 불리우는 그 곳일 겁니다.
우담바라, 우담발화, 풀잠자리알.
우담바라라면 우린 3천년만에 피는 꽃을 본 셈입니다.
약수탕길의 일부이고 춘양목솔향기길의 전체를 이 번에 걷는 겁니다.
피톤치드 마음껏 받고 유유히 젖어 듭니다.
이 날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주최하는 걷기행사의 날입니다.
확성기 소리가 왕왕대고, 조~오기 뒤 나무집 관리인은 방문록에 발자국을 남기랍니다.
관리인이 알려 준 "미인송"은 어디에?
춘양면 서벽리~도심리~서동리의 외씨버선길은 인간의 양심을 무자비하게 시험합니다.
셋은 결국 인간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호두를 주우려면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집마당을 스윽 쳐다 봅니다.
자가용이 없군. 좀 차분하게 주워도 되겠네.
진흙벽이 시멘트 포장을 헤치고 하얗게 드러나 있는 시골집.
괘종시계와 벽시계 둘 다 영혼이 자유롭습니다.
하루에 두 번은 확실하게 맞는 시계.
이 집 어귀의 호두나무는 주울 게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과 똑같은 자리에서 점심을 합니다.
원두막이 참 멋있는데 사진에 담지를 않았네요.
구절초가 소리없이 아우성치고
끈질긴 이끼떼가 손짓도 없이 나를 불러 세우는 솦 소롯길
은은한 단풍은 화면에서는 좀 아쉬운 것이 역시 눈으로 봐야만 제 맛입니다.
송이버섯 조형물에서 확실하게 보이는 태백산인데
저 것이 태백산이던가?
동기간에 멀찍이 그리움만 안고서.
고향집을 찾던 방학때 개울물위에 드리운 두 줄기 통나무 다리를 성큼 건너
이 켠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울던 날 재촉하던 누나가 생각납니다.
이건 아마 단양쑥부쟁이?
기지떡(증편)에 물들이던 맨드라미.
구름을 닮아 하얗게 부풀어 오른 꿈위에 남겼던 선홍의 추억
와아~~ 사람 손닿지 않는 들길에 이렇듯 탐스러운 국화라니
삼포앞 눈부신 억새가 여지없이 가을을 알리고요.
아뿔싸!
5분 이상 이정표가 없으면 멈춰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지나쳐 버렸던 길입니다.
가을 들에 정신을 앗겨 걸었던 탓입니다.
한참을 되돌아 와서야 오른쪽 전봇대 아래의 이정표가 보입니다.
반대쪽 밭만 보고 목적지에 버스시간내에 도착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걸었던 게지요.
나중에 거꾸로 계산해보니 3킬로미터 이상을 허비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좀 지나쳤으면 어때?
그냥 목적지까지 가면 되지 않을까?
지친 표정이 역력한 두 분을 춘양면 중심가가 보이는데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이정표를 찾아
거슬러 온 것은 이 양번걸음 장소가 외씨버선길 춘양목솔향기길의 명소이기 때문입니다.
이 길 넘어서면 권진사댁, 만산고택 양반집이 나온답니다.
20킬로미터를 넘어 걸어 놓고 이 걸 놓치면 좀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봉암동천 멋진 암각을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지 많이 안타깝습니다.
시월의 장미가 오월을 능가하죠?
권진사댁
아래는 만산고택
토요일에는 야시장이 열리는데 점점 한산해집니다. ㅠ
4시 다음에는 5시 15분 버스.
잠깐 구경합니다.
춘양에서 지체를 하기보다는 봉화로 나갑시다.
봉화시장안의 손두부집.
지난 번 보다 맛이 좀.......
뒷풀이는 집에서....
눈꺼풀이 무거워서 저 맛있는 닭갈비도 남기다니.....ㅠ
봉화에서 동서울행 8시 10분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은 포기하고 서둘러 짐을 꾸려 집을 나섰습니다.
제주목사를 지내신 "노봉"할배께서 터 잡은 곳이라
육지속의 제주라고 불리는 "오록"마을은 돌담이 눈에 띈답니다.
노봉 할배의 호를 따서 이름단 것인지 저 봉우리 이름을 따 오신 건지?
노봉이 우뚝 서 있습니다.
멀리 솟은 두 개의 봉우리중 왼쪽 것이 봉황산입니다.
부석사 뒷산.
숲이 아름다운 정원 대상에 빛나는 물야초등학교.
명품소나무를 배경으로 자매가 자세를 잡습니다.
다소 불량? ㅎㅎ
흡사 한달정도 가출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바리바리 싸들고 오신 걷고님과 언니께 감사합니다.
다음에 이어 걸었으면 싶은 외씨버선길 제8길 보부상길은
춘양에서 시작하여 분천역에서 끝나는데
오르내림이 솔향기길보단 몇 개 더 있지만 아기자기하고 낙동강의 맑은 물이
지명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명호면을 발아래 두고서 굽이굽이 걸어가고
현동 기차역 대합실도 가로지르며 가슴이 탁 트이는 풍광이 아름답답니다.
우리가 걸었던 길이 아득한 산정상을 조망하며 산허리를 틀고 산자락을 끌며 지나 왔다면
보부상길은 오밀조밀한 협곡을 걷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시원한 계곡이 나타나고
불쑥 산길로 접어드는 도무지 지루할 수가 없는 길이랍니다. ㅎ
배가 고플 즈음에 고선계곡이 돌아 나오는 소천면소재지 삼거리를 만나
점심을 해결할 수 있고
먹을거리 볼거리가 많은 춘양면에서 출발할 것이므로 아침도 걱정없습니다.
종착지인 분천역에도 포장마차가 즐비한 보부상길은 마실 물만 준비하면 되므로
원거리 걸음에 최적입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보부상길을 걸어보고싶은
오늘도 바람처럼.
첫댓글 양심 버릴 수 밖에 없는 춘양목 사과 밭길은 몹쓸길입니다.^^;
그래도 죽기전에 꼭 가볼 만한 곳으로 바람님 동네와 춘양목 솔밭길 꼽고 싶네요.
식사와 잠자리, 길 안내까지 대접 잘 받고 왔습니다. 바람님 고향집도 바람님도 건강하시길...감사합니데이~
감사합니다.
준비해오신 음식이 냉장고에 아직도 건재할 것이며
차표도 꾾어 주셔서 많이 고맙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요.
좋은 기억으로 남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가만 보니 나무지팡이가 압권입니다.
@바람처럼 지팡이 있으니 심마니 느낌도 나고...배낭에 산삼 있을거처럼 보임^^
좋은 계절에 참 좋은이와 좋은곳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반가운 모습에 반가움이 배가 되는군요^(^
함께 하셔야 할텐데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