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시인
-1926년 11월 5일 경상북도 안동 출생
-1940년 대구사범대 입학 ( ~1945.3)
-1945년 혜화전문학교 문과입학( ~1947)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으로 등단, 고려대 영문과 편입학( ~1950)
-1952년 대구공업고등학교 교사, 경북대 강사( ~1954.6)
-1954년 역시집 이십세기영시선(일지사) 출간
-1956년 청구대(현 영남대) 조교수( ~1958.8)
-1958년 고려대 조교수, 부교수, 교수(~1992.2)
-1960년 영국 세필드대에서 연구( ~1961.7)
-1965년 시론집 시론(탐구당) 출간
-1969년 시집 성탄제(삼애사) 출간
-1974년 시론집 진실과 언어(일지사) 출간
-1977년 시집 하회에서(민음사) 출간
-1978년 <목월문학상> 수상
-1979년 고려대 문과대 학장 역임
-1984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연구( -1985.7).
-1986년 수필집 산문(정우사) 출간, 시론집 시에 대하여(민음사) 출간, 시집 황사현상(민음사) 출간
-1987년 한국 한시 영역집 Slow Chrysanthemums(London; Anvil Press) 출간
-1988년 한국시인협회장 역임
-1991년 시선집 천지현황(미래사) 출간, 영문 시론집 The Darling Buds of May(고대출판부) 출간
-1992년 고려대 퇴임 및 고려대 명예교수, 국민훈장 <동백장> 수훈
-1993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96년 <인촌상> 수상
-1997년 <Yeonam Prize> 수상, 시론집 시와 시인들(민음사) 출간, 시집 달맞이꽃(민음사) 출간
-1998년 <은관문화훈장> 수훈, 영역 김춘수 시선 The Snow Falling on Chagall's Village (Cornell Univ East Asia Program) 출간, 시론집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고대출판부) 출간
-2000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수상
-2001년 독역 시선 Nachtkerze (Gottogen; Edition Peperkom) 출간
-2004년 대한민국예술원 부회장( ~2007.12), 시집 해가 많이 짧아졌다(솔) 출간
-2005년 <고산문학대상> 수상, <육사시문학상> 수상, 시론집 시와 삶 사이에서(현대문학) 출간
-2007년 <청마문학상> 수상
-2008년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현대문학) 출간, 스페인어 역시집 Ya queda poca luz del dia(Minimalia;Edidones del Epmitano) 출간
-2009년 내가 만난 영미 작가들(서정시학) 출간, <만해대상> 수상
-2011년 <이설주문학상> 수상, 시집 그것들(서정시학) 출간
-2013년 시선집 솔개(시인생각) 출간
-2017년 4월 1일 향년 91세로 타계
------------------------------------------
김종길 대표시
문 외 4편
흰 벽에는 -
어련히 해들 적마다 나뭇가지가 그림자 되어 떠오를 뿐이었다.
그러한 정밀이 천년이나 머물렀다 한다.
단청은 연년年年이 빛을 잃어 두리기둥에는 틈이 생기고, 볕과 바람이 쓰라리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험상궂어 가는 것이 서럽지 않았다.
기왓장마다 푸른 이끼가 앉고 세월은 소리 없이 쌓였으나
문은 상기 닫혀진 채 멀리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밤이 있었다.
주춧돌 놓인 자리에 가을풀은 우거졌어도 봄이면 돋아나는 푸른 싹이 살고, 그리고 한 그루 진분홍 꽃이 피는 나무가 자랐다.
유달리도 푸른 높은 하늘을 눈물과 함께 아득히 흘러간 별들이 총총히 돌아오고 사납던 비바람이 걷힌 낡은 처마 끝에 찬란히 빛이 쏟아지는 새벽, 오래 닫혀진 문은 산천을 울리며 열리었다.
-그립던 깃발이 눈뿌리에 사무치는 푸른 하늘이었다.
----------------------------------------------
성탄제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山茱萸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고고
북한산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 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化粧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水墨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新綠이나 단풍丹楓,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래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薔薇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變質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白雲臺와 인수봉仁壽峰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
황사현상
그날 밤 금계랍 같은 눈이 내리던
오한惡寒의 땅에
오늘은 발열發熱처럼 복사꽃이 핀다.
목이 타는 봄가뭄,
아 목이 타는 봄가뭄,
현기증眩氣症 나는 아지랑이만 일렁이고.
앓는 대지大地를 축여줄 봄비는
오지 않은 채,
며칠째 황사만이 자욱이 내리고 있다.
---------------------------
솔개
병 없이 앓는,
안동댐 민속촌의 헛제삿밥 같은.
그런 것들을 시랍시고 쓰지는 말자.
강 건너 임청각臨淸閣* 기왓골에는
아직도 북만주의 삭풍이 불고,
한낮에도 무시로 서리가 내린다.
진실은 따뜻한 아랫목이 아니라
성에 낀 창가에나 얼비치는 것,
선열한 육사陸史의 겨울 무지개!
유유히 날던 학 같은 건 이제는 없다.
얼음 박힌 산천에 불을 지피며
오늘도 타는 저녁노을 속,
깃털 곤두세우고
찬 바람 거스르는
솔개 한 마리
*임청각은 임정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고택으로 그 집안은 사 대에 걸쳐 쓰라린 풍상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