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김치
이재을 신부님
요즘 먹는 김치맛이 매우 좋습니다.
지난 늦가을 사제관 옥상에서 재배한 배추로 김치를 담갔습니다.
2년전 8월 부임해서 사제관이 무척 더웠습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여름 한가운데 부임한 저는 뜨거운 사제관에 머물기가 매우 힘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5년을 어떻게 사나? 기도도, 쉼도, 책도 읽고 해야 하는 데,
여름날의 하루 온종일 옥상이 달구어지면 저녁 밤에 방 온도가 38-40도가 나갔습니다.
결정을 내렸습니다.
옥상에 나무화분을 놓으면 뜨거운 옥상을 면하고, 동시에 채소, 과실을을 재배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옥상에 나무로 만든 화분을 만들고 흙을 갖다 붓고 채소와 과실을 심었습니다.
일년동안 온도을 낮추고, 보온을 하는 효과를 보았지만 채소와 과실의 결실은 잘 못보았습니다.
첫해에 나무 화분의 흙을 관상용 흙을 사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작년에 나무화분에 흙을 갖다 보충하고, 퇴비도 넣어주었습니다.
1년동안 밭의 환경이 좋아지면서 채소도 다양하게 심고, 여름에 배추를 심었습니다.
현재 먹고 있는 김치는 작년 8월에 심어 늦가을에 거두어서 만든 김치입니다.
밖에서 재배한 배추보다 크지는 않지만, 몸체가 파랗고 싱싱하였습니다. 그리고 첫해 재배한 배추보다 훨씬크고 건강했습니다. 도심의 콘크리트 환경에서 온도를 낮추고, 채소를 재배하는 일거양득입니다.
년전 보다 밭의 생태 환경이 좋아지면서 각종 씨가 날라와서 싹을 틔우고, 자라납니다.
수종도 다양해 졌습니다.
그리고 밭 작황도 좋아졌습니다.
이(遷移, 옮길 천, 옮길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연환경이 더 나은 환경으로 옮겨간다는 말입니다.
무지의 척박함에서 풀(초본류)가 먼저 자라납니다. 몇년간 그들이 살고 죽으면서 토양속에 영양 물질이 축적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과 해가 흐르면서, 삶과 죽음의 교차하면서, 토양은 비옥도를 더해 갑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가면서 큰나무 교목류의 씨가 떨어지면서 중간, 큰 나무가 자라게 됩니다.
천이는 초목들이 시간의 흐름속에 달과 해의 흐름속에 토양이 바뀌어 가면서 공간을 변화시키는 숲이나 자연의 현상입니다.
사제관 옥상에서도 이런 천이의 과정 중에 있습니다. 비록 산등 자연환경이 좋은 데와는 못하지만..
이년 만에 옥상밭에 지렁이가 꿈틀거립니다.
참새와 박새들도 날아와서 지난해 깨알을 쪼아먹습니다.
비둘기와 까지도 날아옵니다.
천이가 진행되면서 다른 동식물 식구들이 함께합니다. 천이가 갖는 특징이자 혜택입니다.
저는 2006년 부터 사랑방 소공동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낙성대 성당에서 2개 성당을 분리했습니다. 당시 봉천 7동, 봉천 11동 성당입니다. 현재는 명칭이 낙성대는 행운동, 봉천7동은 낙성대동, 봉천 11동은 인헌동으로 명명합니다. 한개 성당이 3개 성당이 된 것이지요.
2005년 10월 당시 저는 서울대를 포함한 봉천 7동 작은본당을 맡았습니다. 신자의 교적 710명 정도였습니다. 서울대의 특성은 오고가는 많은 학생, 직원, 교수원들이 있고, 관할 봉천 7동은 이런 지역특성상 유동인구가 많습니다. 사실 봉천 7동 성당만이 아니라 서울이나 대도시 모든 본당에서는 오늘날 사람들이 짧게 거주하고, 쉽게 이동하고 이사를 합니다. 현대사회의 새로운 유목민들입니다.
저는 봉천 7동 성당에서 처음으로 사랑방 소공동체 사목을 시작했습니다.
사랑방은 우선 기존의 모든 교회 조직을 그대로 두고 시작하는 소공동체 운동입니다. 즉 구역반, 단체, 사목회 등 모두를 그대로 둡니다. 왜냐면 기존 교회 조직들이 현재의 교회를 구성하는 기본 조직과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그 조직을 손을 댈 필요가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현재 본당에서 본당신자 사목 범위는 주일미사 참석자, 반모임, 레지오 등 단체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입니다. 주일미사에 참석하지 않거나, 냉담하거나, 영세후 신앙생활을 중단하거나, 행불된 사람들에 대한 사목이 매우 힘이 듭니다.
현재 서울대교구 주일미사 참석이 교적인원 23-25% 참석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75%정도의 신자들이 주일미사에 불참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이 전부가 냉담은 아닙니다.
문제는 주일미사 참석이나 성당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다시 불러 내는 길, 그 방법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고, 더 나아가 냉담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조차 그들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사랑방 소공동체를 시작하면서 성당에 나오거나, 단체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주일을 불참하거나, 단체활동을 하지 않거나, 냉담하고 있거나, 냉담 가능한 사람들, 새 영세자들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이는 현재 사목하고 있는 공덕동 성당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사목과 선교는 사제 혼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당에 나오거나 주일미사, 단체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사제가 그들을 이끌 인도자, 동역자들을 뽑아야 합니다. 쉽지않지만 이런 동역자, 봉사자들은 기존의 구반장, 교육분과, 사목위원, 단체원 중에서 선발해야합니다. 그들은 이미 신앙, 신심, 활동에서 사목의 경험과 은사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본당에서 여러 신심과 단체, 봉사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들이 먼저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때에 이중적인 부담을 안거나, 여러개 단체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불평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구원의 길을 위해서 교회가 우리가 해야할 것을...
이런 과정중에 몰이해로 인하여 문제인식을 하게 되는데, 왜 사랑방소공동체를 하면서 사람들을 빼가느냐? 지금 단체로 족하지, 왜 딴 단체를 만드냐? 현재 단체 조직을 약화시키냐? 못하게 하느냐? 등의 오해를 하게 됩니다. 이런 몰이해가 있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상위 신자생활하는 25% 외에 나머지 75%의 냉담한 신자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동역자, 봉사자를 양성하지 않으면 결코 그들을 인도할 수 없습니다.
본당 신부나 수녀는 3,4,5년에 이동하고, 사목의 연계성이 참으로 부족합니다. 이렇게 일꾼을 양성하지 않으면 현재의 한계와 결핍의 사목상황을 극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남은 사제 생활을 상위 25%이내의 신자들과 하위 주님의 길을 떠났거나, 떠날 위험에 있는 신자들과 새로운 예비자, 영세자들을 위한 사랑방 소공동체 운동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주변에서 이런 일에 대해서 이해해주거나, 함께 해주면 감사하고 또 감사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방 운동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온다하여도 성실하게 하겠습니다.
황무지에서 초목류의 씨앗이 떨어져서 상당한 달과 해를 지난뒤에 소나무등 교목들이 자람을 알기 때문에 굳굳하게 그 날을 위해서 나아가려고 합니다.
예수님이 갈릴래아 갖추어지지 않고, 생활이 팍팍한 곳, 갈릴래아 호수에서 어부나 여러 미숙함과 한계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느님 나라의 복음 선포를 시작했습니다. 저도 이런 복음 선포환경을 깊이 이해하면서 주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나아가고자 합니다.
천이가 진행되기 시작할 때에 초본류부터 시작하기, 소나무등 큰 나무부터 자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이가 해를 거듭할 수록 소나무등 교본류들도 자라게 될 것입니다.
복음적인 천이를 위한 사목적 노력으로 마침내 교회가 울창한 숲이 되기를 고대합니다.
천이의 마음으로 노력하면서 환경이 울창한 숲이 되고, 각종 새가 날아오고, 동물들이 뛰어노는 곳을 희망합니다. 그곳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고 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