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는 하얀 자태, 남대천 상류서 반가운 만남
한때 잘못 적은 '적호갈매기'로 불려, 세계적 멸종위기종
» 보기 힘든 세계적 보호종인데다 깔끔한 모습을 한 고대갈매기.
지난 1월12일 강릉 남대천과 경포대를 둘러보았다. 강릉 남대천은 오대산 두로봉에서 발원해 삼산리, 법수치리, 어성전을 지나 양양읍에서 동해로 흘러드는 물줄기이다. 남대천은 연어로 유명하다. 한국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70% 이상은 이곳이 고향이어서, 여기서 태어난 연어 새끼는 동해를 거쳐 베링해에서 3~5년 간 성장한 후 11월 중순쯤 하루 2000여 마리씩 다시 돌아온다.
» 남대천에 내려앉은 갈매기 무리.
» 아파트를 울타리삼아 날고 있는 갈매기 무리.
남대천 하류룰 갈매기 떼가 하얗게 덮고 있다. 그밖에 쇠오리, 흰비오리, 댕기물떼새, 장다리물떼새 몇 마리가 눈에 띤다. 기대하던 것보다 조류가 다양하지 않고 수도 무척이나 적었다.
» 먹이 먹기에 바쁜 쇠오리.
» 청둥오리 옆에 댕기처럼 뻗은 머리 깃털이 이채로운 땡기머리물떼새가 서 있다.
» 기다란 다리의 장다리물떼새.
» 청둥오리 무리속에서 장다리물떼새가 거닐고 있다.
거울처럼 맑은 호수와 밝은 달빛, 주변 자연경관이 뛰어난 인근의 경포호로 향했다. 역시 갈매기가 많이 눈에 띌 뿐 흰뺨오리와 검은머리흰죽지 , 논병아리 등, 새들의 종류는 남대천과 비슷한 상황이다.
기대했던 큰고니는 관찰하지 못했지만 저 멀리 얼음 위를 서성이는 하얀 새 한 마리가 눈에 띠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동해안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흰갈매기였다.
» 죽은 새의 주검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흰갈매기와 재갈매기.
» 2년생으로 추정되는 흰갈매기.
» 볼의 흰 무늬가 귀여운 흰뺨오리 수컷.
» 흰뺨오리가 물거품을 남긴 채 잠수했다.
» 검은머리흰죽지도 잠수성 오리다.
» 논병아리
» 고방오리
남대천 상류로 발길을 옮겼다. 뜻밖에 귀한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매우 보기 힘든 고대갈매기 한 마리가 청둥오리와 먹이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자태가 귀엽고 빈틈이 없다. 눈빛이 초롱초롱하여 매우 영리하게 생긴 모습이다. 아주 섬세하고 세련된 몸체의 곡선이 인상적이다.
» 청둥오리와 고대갈매기(오른쪽).
고대갈매기의 먹이 활동과 휴식을 다른 갈매기들이 계속해서 괴롭힌다. 그러나 쫓기면서도 고대갈매기는 안전하고 풍부한 먹이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키려 애쓰고 있었다.
» 고대갈매기의 날렵한 비행 모습.
붉은 부리와 붉은 다리가 흰색 깃털로 인해 더욱 도드라진다. 몸길이 44~46㎝로 갈매기 가운데 꽤 크다. 각이 진 머리의 모습이 특징적이다. 암·수의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날 때 날개깃의 끝부분이 검은색이며, 끝에 크고 눈에 띄는 흰색 반점이 있다.
» 갈매기에 쫒기는 고대갈매기.
여름 깃은 머리가 검은색이며, 흰색의 눈 테가 있다. 귀 깃 부분에 검은색 반점이 있다.
» 갈매기가 텃세를 부려 몇 번이고 날았다 편안한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모래밭이 있는 초원이나 호수, 해안 등에서 살면서 곤충, 패류, 물고기, 풀 등을 주로 먹는다. 제비갈매기류와 비슷하게 '킥~킥'하는 소리를 낸다.
한국에서는 겨울철새로 낙동강 하구와 순천만에서 종종 관찰되나 보기 드문 새이다. 카자흐스탄 동남부에서 중국 북서부까지 번식하고, 러시아·몽골 등에도 분포한다. 한국과 중국 동부에서 월동한다.
고대갈매기는 한때 '적호갈매기'라고 불렸다. '적호'란 말은 동해안에 있는 석호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알려져 이름을 바꾸었다. 고대갈매기는 모래주머니가 다른 갈매기와 달리 예전 형태여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려진다.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이며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도 올라 있는 국제적 보호조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