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의 음서(淫書)인
『금병매(金甁梅)』를 재해석한 통속사극
1970년대 중반 일간스포츠에 연재되던
고우영의 만화 「수호지」가 화제가 되면서
만화 초반에 등장하는 서문경과 반금련의 사연을 영화화한 작품
본래 제목은 ‘금병매’였으나 중국 소설 제목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반금련’으로 고쳤다고 한다
본래 반금련은 중국 소설 ‘금병매’ 뿐 아니라
‘수호지’에도 등장하는 인물로
시동생 무송을 유혹하려다가 실패하고
남편을 독살한 후, 서문경의 애첩으로 들어가는
시대의 요부이자 독부로 통하는 여인
일부다처제의 중국을 배경 삼아 방탕아 서문경과
그 가정의 음탕하고 문란한 축첩제도,
여인들의 극단적인 반목과 질시,
당시의 부패한 생활상과 진한 성애 표현 등
인간의 감춰진 본능을 대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漢)족이 지배하던 송나라가 망하고
몽고 오랑캐의 원나라가 들어선다
그리고 원나라가 축첩제를 허용했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영화의 결말에서 서문경은 한족 남자와 마작에서 지자
모든 재산과 처첩을 그에게 넘겨준다
서문경의 관이 지하묘당에 안치되자
반금련이 그와 함께 묻힐 열녀로 선택되고
묘당은 벽돌로 봉쇄된다
그리고 시간(屍姦) 장면이 등장한다
붉은 강물이 용암처럼 화면을 뒤덮거나
남성의 상징으로 촛불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꿈의 한 장면처럼 몽환적으로 끝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유체이탈을 보여주는 연출력은
김기영만의 상상력이 마음껏 확대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른바 김기영 특유의 미장센과 컬러의 색감,
독특한 영상미가 빛난다
당시 동아수출공사가 거액을 들여 준비해온 이 작품은
1974년, 김포 오정리에 지은 세트에서 촬영하는 동안
검열당국과 오랜 씨름을 해야 했다고 한다
4년간에 걸쳐 진행된 방대한 프로젝트는
사전 검열에서 상영불가 판정을 받고
필름은 30분 길이가 잘려나간 채 90분으로 줄어들었다
영화는 무려 6년간이나 창고에 보관돼 있다가
1981년에야 겨우 극장에 내걸릴 수 있었다
주인공은 김기영의 페르소나그라타인 이화시.
‘반금련’의 개봉이 지연되는 동안 이화시는
먼저 개봉한 김기영의 ‘파계’(1974), ‘이어도’(1977),
‘흙’(1978) 등에 출연했으나
그의 실질적인 스크린 데뷔작은 이 ‘반금련’이다
이화시(본명 이경덕)는 감독이 지어준 예명이다
한량 서문경 역은 당대의 스타 신성일,
본처 역에는
김기영의 ‘이어도’에서 신들린 무당 역을 해냈던 박정자,
반금련의 계략에 눈이 멀게 되는 소실에는
김영애, 염복순이 나온다
서문경은 호색한이다
본처를 비롯해 열 명이나 되는 소실을 두고도
마음에 드는 여자는 반드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전형적인 바람둥이다
뛰어난 용모와 넘치는 재산,
건강과 재주 등 모든 것을 갖춘 그는
아무 여자에게나 개념 없이 달려들진 않는다
현감의 도움으로 남의 집안을 박살내고
그 아내를 첩으로 삼는 식으로 병아와 반금련도 소실이 된다
서문경의 소실이 된 반금련은 질투에 눈이 어두워
소실 춘매와 교아의 눈을 멀게 하고
숨어 있던 병아를 찾아내어 서문경에게 데려온다
그러나 막상 병아가 서문경의 총애로 아기를 낳게 되자
반금련은 병아의 일족을 유황으로 타죽게 한다
과다한 사랑의 미약 투여로 서문경이 사경을 헤매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