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 / 2013.12.16.(월요일)자
詩가 있는 풍경
![](https://t1.daumcdn.net/cfile/cafe/2168273452AE74862C)
탠덤 *
ㅡ 김현욱
초음파에 찍힌 태아는 영락없이 자전거를 탄 자세다
먼 우주에서 아내의 자궁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 것이 틀림없다
허방 천지 까마득한 시공을 달려오는 동안
삼신할미가 핸들을 잡고
뒷좌석에 앉은 아이는 힘차게 페달을 밟았을 것이다
별자리 체인이 우주 자전거, 탠덤의 바퀴를 돌리는 동안
창백한 푸른 점 어딘가에서
애타게 자전거 기다리는 부부를 발견한 것이다
깊고 아늑한 자궁 속으로 자전거가 점지되던 밤,
아내는 처녀시절 벚꽃 흐드러진 유원지에서
처음으로 탠덤에 올랐던 꿈을 꾸었다
누군가에게 오롯이 핸들을 맡긴다는 것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페달 밟는다는 것이
사랑임을 서로가 어렴풋이 깨달았던 때였다
해와 달이 두 바퀴처럼 부지런히 굴러갔다
태아가 자라듯 자전거도 자랐다
타이어처럼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또 하나의 탠덤이 세상에 나와
누군가와 함께 차르르르 굴러갈 상상에 마냥 흐뭇한 것은
두 바퀴 위의 헛헛한 생이
도리어 잘 포개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보름달이 굴러간다
굴렁굴렁,
뱃속에서 아이의 페달 밟는 연습이 한창이다
* 좌석이 앞뒤로 된 2인용 자전거.
◆시 읽기◆
생은 두 박자의 출발이다. 하나는 다른 하나로 인해 극과 극의 존재가 명확해진다. 하나와 다른 하나, 극과 극의 대칭으로 둘이 생기고 셋이 생긴다. 음과 양, 해와 달, 선과 악, 낮과 밤, 북극과 남극, 물과 불, 양달과 응달, 암술과 수술, 수컷과 암컷, 모순과 조화, 탄생과 소멸, 미분과 적분, 극미세계로부터 극대세계까지 상생과 상극의 관계에서 새로운 존재를 낳고, 낳고, 낳고........음과 양의 질서는 소립자의 운동에서부터 은하의 운동에까지 공통되어 있는 우주생명의 근원이며, 양극이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시인은 초음파에 찍힌 태아의 자세가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 탠덤을 연상한다. 좌석이 앞뒤로 된 2인용 자전거를 타고, 핸들을 잡은 삼신할미를 따라 아기는 힘차게 페달을 밟았을 것이라는 상상이다.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아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둘이 한 곳을 향해 달리는 탠덤을 생각한다. 부부가 굴리는 두 바퀴 위의 헛헛한 생이 도리어 잘 포개어 지게 할 또 하나의 탠덤을 기다리며 흐뭇해하고 있다. 시인은 앞뒤 세로로 연결된다는 뜻의 텐덤을 빌어 양극의 이치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삼십 중반의 젊은 시인의 시세계가 우주적, 자연적 질서의 통찰에 닿아있다는 것이 놀랍고 흐뭇하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문예창작 전담>
첫댓글 둘이서 함께....질펀한 인생의 출발점인 것 같습니다.
햇볕을 보는 순간부터 다가올 운명의 갈림길에서 어느쪽으로 페달을 밟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때가 다가오는 것은 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