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 명칭에 대해서 요즘 더 집중이 되고 있는 것은 곧 정해질 전통무예진흥법에 의한 종목선정이 눈앞에 다가 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개최한 전통무예 종목선정을 위한 마지막 공청회에서 합기도는 일본이 종주국일 수밖에 없다는 우리단체의 발표를 듣고 반대되는 의견을 내 놓는 곳이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후로 합기도의 종주국 문제는 일단락 되는듯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담당자가 바뀌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연구 용역을 맡은 학자들까지 한국에 합기도를 구제하기 위해서 일본합기도와 한국형 합기도로 구분지어 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국에 보급한 '전통무예지도자 연수교재'라는 책자를 보면 국제화 된 일본의 무예 종목으로 유도(1952), 검도(1970), 가라데(1970), 합기도(1976), 상박(1992), 소림사권법(1974), 궁도와 치도(雉道)(1990)를 외래무예라고 정확하게 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 단체로는 국제연맹의 한국지부인 우리 대한합기도회 말고도 국제연맹합기도, 대한합기도경기연맹, 대한합기도연합회, 신대한기도회, 한국합기도연맹 등을 외래무예단체로 같이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책에 '한국무예사' 편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무예인들과 일반인들은 태권도 다음으로 합기도를 한국 전통무예로 인식하고 있고 태권도 다음으로 수련인구가 많은 종목이라고 설명하면서 한자의 우리식 표기인 Hapkido라는 독자적인 용어를 쓰고 있다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단체간 이합집산으로 하나가 되지 못했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일본의 합기도와 다른 한국형 합기도 내지는 새로운 무예가 탄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은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재를 통해서 보면 합기도의 한국화를 공식화 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하는 국가자격 연수교재에서 위와 같이 설명하는 것은 합기도는 일본의 무도가 아닌 한국 전통무예라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전국 400여개 대학 및 공공도서관에 보급이 완료된 위 교재는 이제 곧 전통무예지도자 국가자격시험이 시행되면 연수교재가 될 것 같다고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교재를 편찬해 한쪽으로는 합기도를 외래무예 종목으로 유도, 검도, 공수도와 같이 분류해 놓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에서 유입되어 독자적으로 개발된 우리나라 무예라는 뜻으로 설명하면서 합기도를 한국전통무예화 시키겠다는 내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도대체 합기도 종주국이 어디라고 하고 있는지 혼돈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합기도를 외부에서 들어온 외래무술로 규정하면서도 오랫동안 고착화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무술이 되었다. 그래서 한국의 무술이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동안 보아왔던 합기도의 모습이었습니다.
정통한 합기도를 하고 있는 곳에서 바라보면 한국의 합기도는 처음부터 남의 명칭을 가져다가 기술과 정신을 변질시키고 훼손해 놓은 것입니다. 만약 공수도를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변질시키듯 바꿔놓고 오랫동안 사용했으니 공수도는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태권도로 명칭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것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본은 '가라데'라고 하고 우리는 '공수도'라고 하니까 다른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웃음거리입니다. 합기도가 지금 똑같은 상황입니다. 남의 것을 도용해서 변질시키고 훼손시켜 놓았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름을 바꿔서 혼동을 막았어야 했습니다.
이제 정부까지 나서서 합기도에 대한 역사왜곡을 하고있습니다. 2015년에 충청도에서 열릴 '세계무예마스타쉽' 대회를 준비하는 것을 보면 마치 합기도와 아이키도를 꼭 구분시켜 놓겠다는 의지를 가진듯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회가 열리게 되면 선수들 복장에 '合氣道'라는 글자가 선명한 옷과 도복으로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일으킬 것입니다.
나중에라도 중국에서 개최할 때가 되면 각국 선수입장에서 전광판에 '合氣道'라는 글자가 똑같이 두개의 종목에서 들어오고 있으면 세계인들은 어느쪽이 진짜 '合氣道'인지 확인하려 할 것입니다.
주최측에 우리는 한글로 표시해 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한국형 합기도는 공식적인 국제행사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는 조건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진실이 무엇인가? 라는 게임과 같습니다. 합기도는 도용되었고 그 형태가 심하게 훼손되고 변질되었습니다. 명칭이 바뀌지 않는한 아무리 오래되었다고 해도 새로운 창조로 볼 수 없습니다.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은 전세계 어디를 가나 거의 똑같습니다. 소금이나 설탕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같은 맛과 형태로 나옵니다.
'合氣道'라 불리는 운동도 표준기술체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전세계 어디를 가나 비슷하게 나타나야 합니다. 그런데 또다른 하나가 있어서 전혀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무엇이 진실인지 많은 사람들이 내가 그랬던 것처럼 확인하려 할 것입니다. 그동안 왜곡되었던 한국 합기도는 이제서야 그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에 의해 표면에 드러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