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익이가 집에서 엄마, 아빠와 마주이야기를 하고 있다.(위) 창익이가 마주이야기를 바탕으로 써가는 마주이야기 그림 일기장(가운데)과 엄마가 적는 마주이야기 공책(아래).
마주이야기 교육은 말·글 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 서초구 방배4동 아람유치원에서는 말과 글, 숫자, 노래, 그림공부 등 모든 교육활동이 마주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다른 유치원처럼 정형화된 교육과정은 없다.
아람유치원에서 교육활동의 기본은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 또는 유치원 교사와 나눈 마주이야기이다. 학부모들은 집에서 아이들과 주고받은 마주이야기를 적은 마주이야기 공책을 일주일에 한 차례씩 유치원에 보내야 한다. 아이들의 마주이야기 중 몇 개를 ‘공부거리’로 골라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다시 주고받는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더 많이 들어주기 위해서다. 수업시간에 쓰이는 교재 이름도 ‘동무들 말을 더 들어주기 위해서 하는 공부’이다.
다함께 들어본 뒤에는 마주이야기 내용을 토대로 낱말 채워넣기 등 간단한 문제풀이도 한다. “네가 한 말,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글자도 그리고 그림도 그려서 전시하자”며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유도한다. 또 마주이야기에 곡을 붙여 노래도 부른다. 아이들 생각이 가득 담긴 말을 원천으로 삼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셈이다. 한 달에 한 차례씩 마주이야기 잔치를 열어 마주이야기와 노래 발표도 하고, 그림, 사진 등을 전시하기도 한다. 기특한 말이나 행동을 한 아이의 마주이야기를 반 아이들이 함께 들으면서 알아주고, 감동하게 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됨됨이 교육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숫자 공부도 마찬가지다. 돈 달라고 떼쓰는 아이와 엄마의 마주이야기나, 구슬치기에서 구슬 땄다고 자랑하는 아이와 엄마의 마주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수 개념을 익힌다.
“아이들 말에는 아이들이 절실하게 알고 싶은 것들이 가득 들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 말을 으뜸자리에 놓고 하는 마주이야기 교육은 아이들의 삶과 겉돌지 않는 재미있는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보다 더 많은 것을 시키려고 하는 것은 부모들 욕심입니다. 아이들에게 절실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가르쳐도 아이들이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문희 원장의 당부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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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