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금속 외장에다가 검은 본체 속의 위아래 겹 홀, 그리고 홀 안에 황동 리드를 가진 트레몰로 하모니카.
한 밤중 맑은 대기를 뚫고 멀리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가슴 저린 감성음이다.
그 가슴 저린 감성음에 매료되어 중학교 시절 어렵사리 구해서 불기 시작한 악기는 내게 단아한 감성 도구다.
예부터 내려오는 것을 1825년 독일의 한스 크리스챤 메슈빌이라는 19세 소녀가 오늘날의 형태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모니카 종류는,
(1) 위아래 두 줄로 20-24개 구멍(홀)을 만들고 위아래에 미소한 차이가 나는 같은 음을 배열해서
울리는 소리가 나도록 만든 복음 하모니카.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반 하모니카이다.
겹 음이 난다는 의미에서 복음하모니카라고 하고, 떨리는 음이 난다고 해서 트레몰로 하모니카라고도 한다.
한 가지 곤란한 점은 악기 구조 상 이 하모니카는 반음 처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2) 반음 처리가 되지 않는 트레몰로 하모니카의 단점을 보강해
오른쪽에서 버튼을 눌러 반음 처리를 할 수 있는 크로매틱 하모니카. 하지만 이 하모니카는 대중적이지는 않다.
(3) 트레몰로처럼 위아래 두 줄 홀이 아니라 한 줄 홀로 각 홀에서 들숨과 날숨으로
각기 다른 음이 나도록 만든 10구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하모니카 다이어토닉 하모니카.
(4) 트레몰로 하모니카 종류지만 윗줄과 아랫줄에 한 옥타브 차이가 나는 리드를 배열한 옥타브하모니카.
내가 가지고 있는 7개의 하모니카 중 6개는 40년 역사를 가졌다는 미화 제품이고
한 개는 독일산 호너 제품인데 그 중 24홀 트레몰로 프로페셔널 제품을 선호한다.
청년 시절엔 트럼펫을 배우고 싶었다. 트럼펫의 장엄한 음색이 좋았기 때문이다.
게을러서인지 여유가 없어서인지 지금까지 그 기회를 놓쳤다. 이제껏 내가 배운 악기는 하모니카와 오카리나다.
내가 다루는 악기라서가 아니라 하모니카는 트럼펫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다.
트럼펫의 웅장한 음색에 비해 하모니카의 애조 띤 섬세한 음색은 트럼펫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하모니카는 화려하지 않다. 하모니카는 크지도 않다. 단순하다.
하지만 하모니카의 청아하고도 향토적인 음향이 섬세한 선을 그리며 흘러나오면 주변엔 애조의 비가 내린다.
아마 하모니카를 사랑하시는 분들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인간은 위대한 정신적 육체적 구조를 가진 존재이다.
비유하자면 사람이란 모두 인간의 주이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제각기의 음색으로 울리는 악기다.
세상에는 트럼펫이나 피아노처럼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가며 소위 영웅적인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나 또한 그런 욕망이 번뜻번뜻 마음을 스쳐가지 않았겠는가? 그렇다면 나는 피아노나 트럼펫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사람이 과연 자기가 되고 싶은 악기가 될 수 있을까?
자기가 어떤 악기가 되겠다는 것보다 자기가 어떤 악기로 만들어졌는가 하는 것이 진리 아닐까?
자기정체성 인식이 중요하다. 물론 악기를 더 윤이 나게 닦고 더 잘 연주하는 것은 자기 몫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펫이 하모니카가 되거나 하모니카가 피아노가 될 수 있겠는가?
주님께서 애초에 그렇게 만들지 않으시고 만들 의향도 없으신데.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나는 나답고 싶다는 것.
피아노나 트럼펫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제 성능을 발휘하는 하모니카가 되고 싶다는 말이다.
가끔 집에서나 교회 행사에 트릴주법 바이브레이션주법 트레몰로주법 핸드커버 주법을 적당히 가미한
내 하모니카 연주는 내게 소박하고 행복한 정체성을 느끼게 한다.
2013. 5. 26
이 호 혁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