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이 한국 영화 사상 신기록을 경신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2014년 8월 14일 현재 이미 1200만명의 관객을 돌파했고, 1500만명의 관객까지는 충분히 달성하리라 예상된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영화의 첫머리와 마지막 엔딩크레디트에서 ‘공동제공’이란 항목으로 등장하는 회사들의 상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곤 한다. 알 듯하기도 하고 들어봄 직도 한 대성상생투자조합,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 무려 19개 상호들이 줄줄이 스크린에 뜨기 때문이다.
여러 언론들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영화 ‘명량’을 제작하고 홍보 마케팅하는 데 들어간 제작비는 약 185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영화들은 ‘공동제공’이라는 항목으로 제작비를 여러 곳으로부터 투자받아 제작된다. 예산이 큰 영화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상업영화나 저예산영화도 투자를 받는다. 그리고 크레디트 등을 통해 ‘공동제공’이나 ‘투자’ 등의 항목으로 투자자들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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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명량'이 누적관객수 1000만명을 돌파한 지난 8월1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 시민들이 '명량'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영화 ‘명량’에는 185억원이라는 큰 자본이 들어갔으니 위에서 언급한 정도의 회사, 아니 그보다 더 많은 회사가 관여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당연히 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화제작에 자금이 투자되는 것일까?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영화관객 1억명을 돌파하며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영화산업에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벤처기업에 주식투자 형식으로 투자하는 기업 또는 기업의 자본)이 주목하고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난해 말 정부자금인 모태펀드(Fund-of-Funds·기업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투자조합에 출자하여 투자위험을 감소시키면서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펀드)가 출자됐고, 올해도 영화나 게임 등 콘텐츠 시장에 큰 규모의 정부 자금이 투자됐고, 앞으로도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나 게임 등 콘텐츠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콘텐츠투자조합’은 일반적으로 모태펀드, 벤처캐피털, 그리고 전략적 투자자로 구성된다. 앞서 얘기했듯 문화체육관광부나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에서 운영하는 ‘모태펀드’는 조합결성금의 40~60%를 출자하며,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참여하는 배급사나 방송사 등으로 구성된 ‘전략적 투자자’가 20~50%를, 그리고 나머지 5~20%가 ‘벤처캐피털’의 투자로 이뤄진다. 또한 요즘에는 자본뿐 아니라 특정 기술 분야가 콘텐츠 투자 부문으로 투자되기도 한다. 지난해 영화 ‘미스터 고’에 CG(컴퓨터 그래픽)기술로 참여한 ‘텍스터디지털’이 그 예라고 하겠다. 김용화 감독이 CG를 위해 설립한 회사로 비록 흥행에 실패했지만 생동감 넘치는 고릴라의 캐릭터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기업이다.
문화부가 정부에 제출한 2015년 영화발전기금 예산안을 보면 ‘영화전문투자조합 출자사업’(100억원)이 폐지되고 ‘콘텐츠공제조합 출자사업’(100억원)이 신설된다고 한다. 이는 조합원들에게 자기출자금의 10배까지 대출해주는 일종의 ‘신용협동조합’으로 ‘(이제) 투자 안 해요, (앞으론) 대출해 가세요’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많은 영화인들이 융자 형태에 따른 부담감과 함께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짙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화 ‘명량’은 1330만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아바타’ 등 지금까지 한국영화산업에서의 모든 기록을 깰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1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때를 가정해 ‘명량’이 창출해낼 수익을 예상해보자. 평균 관람료를 8000원으로 계산했을 경우 총 티켓 매출액은 약 1120억원이며, 그중 3%의 영화발전기금과 10%의 부가세를 빼면 순매출액은 978억원에 이른다.
상영관과 투자·배급·제작사가 수익을 5 대 5로 나누게 되므로 489억원이 투자·배급·제작사 측에서 가져가는 매출액이다. 이 중 10%인 배급수수료 49억원과 총제작비 185억원을 뺀 255억원이 순이익이 된다.
여기에 순이익을 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60 대 40으로 나누는 관행으로 미뤄볼 때 메인 투자자인 CJ E&M을 비롯한 19개 투자사가 150억원, 그리고 이 영화를 연출한 김한민 감독이 세운 제작사 빅스톤픽쳐스가 105억원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관객동원이 1400만명을 넘으면 이 액수는 더 커질 것이고, 혹시라도 반대라면 줄어들 것이다.
이 영화에 투자했던 금융권들은 ‘명량을 통해서 명랑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명량’의 대박을 통해 높은 수익률은 물론이며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투자가 아니어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명량 관련 상품’이 조기 한도 소진이라는 기록을 세워 또한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한편 영화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상품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 등 조선시대의 사회·문화·역사를 다룬 서적들의 매출이 약 225% 증가했으며, 영화의 원작인 김호경 작가의 ‘명량’을 비롯해 이순신의 전기 서적 등의 판매가 증가했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다 큰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한국영화산업실태조사와 한국영화투자수익성분석’에 따르면 2012년에 상업영화로 기획·제작·배급한 한국 영화 70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작품은 23편에 불과했다. 분석 대상인 70편의 평균 매출액은 63억원으로 평균 제작비용이 55억원임을 감안하면 편당 7억원의 수익을 낸 셈이다.
또한 67.1%에 해당하는 47편의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는 점은 아직도 한국 영화 3편 중 1편만이 흑자를 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국내 영화 관객 수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2013년에 개봉한 상업영화 63편의 투자수익률은 아직 15.2%에 그친다. 영화에 투자하는 것이 아직은 어렵고 신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올여름 극장가를 찾아온 이른바 빅3 사극 ‘명량’ ‘군도’ ‘해적’을 통해 2014년 상반기의 한국영화산업의 부진을 떨치고 3년 연속 한국 영화 관객 1억명 돌파의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또한 지속적으로 한국 영화 제작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 좋은 작품들을 계속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게 되길 영화팬들은 기대한다. 다만 이번 ‘명량’을 통해 야기된 스크린독과점이나 이전부터 논쟁을 가져왔던 수익의 더욱 공정한 배분, 그리고 스태프 처우 개선 등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명량’의 대박흥행이라는 양지가 더욱 빛날 것이라는 점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아이와 함께 가서 재미있게 보고 온 영화입니다...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내용 다분하고요~어찌되었든 사실에 입각해 픽션을 가미하는게 이런 영화의 재미를 상승시키는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의 수익 구조를 알게 해 주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