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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국회 진출 보고를 드립니다"
민주노동당 당선자, 당직자들 모란공원에 잠든 열사들 앞에 '당선보고'
주정현 기자
이승만 정권을 하야시켰던 4·19 혁명 44주년이 되는 19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를 비롯, 조승수, 단병호, 천영세, 이영순, 강기갑 당선자들과 이주희 후보 등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당직자들은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 열사들의 묘 앞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당, 민주노동당이 드디어 국회에 진출했다고 보고했다.
전태일 열사의 묘 앞에서 조금 늦어지고 있던 권 대표의 차를 기다리던 도중,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가 도착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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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와 눈물을 흘리는 이소선 어머니 ⓒ민중의소리 김철수 | 이소선 어머니는 오자마자 단 당선자를 꼭 끌어안고선 눈물을 글썽였다.
“단 위원장, 아니 이젠 단 의원이구만. 이 날이 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어 그래. 밤마다 기도했어. 안되면 할 수 없지만, 10명만 채워주십시오, 5명은 너무 작아 안됩니다, 기도했어. 이게 꿈은 아니지?”
그 때 권 대표가 도착했다. 이소선 어머니는 권 대표를 보고선 종종걸음으로 뛰어가고, 권 대표도 두 팔을 벌리고 성큼 다가섰다. 둘은 얼싸안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느새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주르르 흘러내렸다. 권 대표도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서 입을 떼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둘은 “감사합니다”, “이날이 오기까지, 이날이 오기까지...”라며 겨우 입을 뗐고, 잡은 손은 오랫동안 놓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의 묘 앞에서 묵념을 한 후, 권 대표는 더 큰 결의를 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며, 민주노동당의 국회 진출을 자축했다.
“전태일 열사 영전에서, 수많은 동지열사의 영전 앞에서, 오늘 민주노동당이 드디어 마침내 국회에 진출했다는 보고를 드립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수많은 동지들이 목숨을 잃었고, 목숨을 빼앗겼습니다. 우리가 국회에 진출했다는 것은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과정에 불과합니다. 더 큰 출발을 이루는 과정의 하나일 뿐입니다. 오늘까지 이소선 어머님은 노동자 대회에서 반드시 몇 명의 노동자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고 우리 노동자들에게 요구하셨습니다. 드디어 이뤘습니다. 매우 기쁩니다. 정말 고생했습니다.”
이소선 어머니도 감격에 넘쳐 목소리가 잠겼다.
“많은 노동자와 지금껏 애썼던 단병호 위원장님, 아니 단병호 의원님과 같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투쟁이 없었으면 오늘이 없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분명하고 당당하고 실수없게 정치하시도록 기도합니다. 태일이가 ‘어머니, 노동자, 학생과 함께 투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까지 노예의 삶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부탁해서 내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었습니다. 정말 위대합니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들에게 감히 소망합니다. 겸손하면서도 강해야 합니다. 자신과 싸워야 합니다. 나는, 한이 맺혀서, 너무 감사하고 너무 사랑합니다. 권 대표, 사랑해요.”
이소선 어머니는 자식의 묘를 떠나기 전, 어깨 너머로 묘를 뒤돌아보며 “태일아 너랑 약속한 거 이제 지켰다. 너도 지하에서 기뻐할 것이다”라며 다시금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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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당선자와 이소선 어머니 ⓒ민중의소리 김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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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하는 권 대표 ⓒ민중의소리 김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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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의 묘에 헌화하는 참가자들 ⓒ민중의소리 김철수 | 당선이 확정된 16일 새벽에도 모란공원을 찾았었다는 단 당선자는 “노조활동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접했던 책이 전태일평전”이라면서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그래서인지 권 대표가 도착하기 전, 단 당선자는 강기갑, 이영순, 조승수 당선자 등을 이끌고 박종철, 정성범, 김말룡, 박래전, 한경석, 유구영, 최명아, 조영래, 문송면, 권희정, 제종철 열사 등 수없이 많은 열사의 묘를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며 모란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강 당선자는 최명아 열사의 묘 앞에 놓인 방명록에 “동지여 고이 잠드소서! 농민, 노동자, 도시빈민과 함께 참세상 이루어 내겠습니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당선자 강기갑”이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단 당선자는 열사들의 묘를 참배하면서 “국회로 영역이 확대된 것일 뿐, 항상 노동자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라며, 국회의원으로써의 각오를 다짐했다.
이들은 모란공원에서의 참배를 마친 후, 수유리 4·19 묘역을 찾아 ‘민주노동당 국회진출 보고대회 및 4·19 추도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권 대표는 “그동안 흘렸던 설움의 눈물이 오늘은 기쁨의 눈물이 되었다”면서, “민주노동당은 이제 출발이다. 2008년에는 제1당, 2012년에는 집권당이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집권은 노동자, 농민 등 이 땅의 민중이 집권주체로 서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만이 미완의 혁명으로 남아있는 4.19혁명을 완성시키는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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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묘역에서 묵념 ⓒ민중의소리 김철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