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을 쇠는 큰집 딸인 내게 설은 그저 긴 연휴일 뿐이다. 그래서 설을 쇠는 근처 캣맘의 아이들 밥주는 일을 품앗이하기로 했다.
작년 종로구 길고양이 TNR 때도 함께 했던 곳이라 찾기는 쉬웠다. 이곳은 밥집과 술집이 많은 곳이라 평소에는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곳인데 가보니 이랬다. 하, 인간없는 세상이 이런 거구나.
골목에 들어서 두리번거리니 저쪽 끝에서 젖소 아가가 고개를 쏙 내민다. 부르니 가까이 다가오는 녀석. "어? 밥 주는 아줌마가 바뀌었네?"
응, 내가 명절 일일 알바중이야^^
더 이상 두리번거려도 아이들이 보이지 않기에 밥을 챙기고 캔을 땄더니 캔 따는 소리에 위쪽에서 후다닥 소리가 난다.
역시 젖소. 이 골목이 워낙 젖소부대가 점령한 곳이다^^ 방가방가, 어여 내려와 밥 먹어.
밥에 캔을 비벼주고 먹으라고 했더니 저리 멀찍이 앉아서 요지부동인 녀석.
좀 떨어져주었더니 드디어 가까이 다가온다.
아이고, 먹으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라니. 녀석아, 아줌마,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ㅠ,ㅜ 이 녀석은 내가 사라질 때까지 끝내 내려오지 않았다...ㅠ,ㅜ
편하게 먹으라고 캣맘이 잘 만들어 놓으신 급식소에 밥을 잘 넣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아줌마, 안녕" 인사를 잊지 않는 착한 아이들.
다음날에는 한 녀석도 보지 못했다. 녀석들도 연휴를 즐기고 있는 것인지.....
돌아오는 길의 낯선 대학로 모습. 차도 사람도 보이지를 않네. 대로변에서 길냥이들이 평화롭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다. 데헷! 그거 즐겁네^^
가로수를 캣타워 삼고 신호등 위에서 누워 자고 네거리에서 우다다하고 마로니에 공원을 화장실 삼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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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동물행성 원문보기 글쓴이: 더불어밥
첫댓글 찡이 언니 밥님.. 설 날에 ..설 연휴 덕에
길위에 천사들 밥 챙겨 주는 알바도 하시고 ..
그 덕에 한국의 설은 저랬지 ..맞아 저랬어..
이러면서 옛날 기억의 길을 잠시 찾아 보았네요.
서울이 텅비어 있는 모습..
길위에 아가들 밥님 마음 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행복하게 뛰어 놀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곳은
눈이 엄청 쏟아 지고 있는 아침입니다.
이런날은 창밖을 보며 마음은
할망이 살아온 먼옛날을 만나기도 하지요
찡이 언니 밥님!..
그저 .. 밥님이 꿈꾸시는 모든일이 잘 되고 잘 되어 달라구
기원합니다.. 더 힘차게 밥님의 마음 가는대로 모든
일이 잘 되고 잘 되시기를...
길위에 천사들도 더불어 잘살수 있을
설연휴에도 아이들을 위해 밥주려고 다니셨군요.. 수고 하셨습니다..
이번설은춥진 않았지만 비가 내리는통에 아이들이 굶엇을거같아요.
울집마당엔 생선이랑 사료 놓아두었더니 생선만 없어졌더라구여.
일부러 미장원에 들러 염색도하고...
미장원원장님왈 건물주가 고양이밥 주지말라고 한답니다. 지하실에 똥 싼다고..
근데 고양이들이 깨끗하다고 들었는데 아무데나 똥을 쌀까요?
아니요 고양이 저밥먹는데는 똥안싸요 나 이집 이사왔을때 집 뒤에 고양이 화장실이었는데 내가 밥주고는 밥 흘린거밖에는없어요
고양이 똥싸는집보니까 주인 고약스런집밖에 없어요 한집은 밥주고 한집은 저놈의고양이 하니까 그집만 가서싸요 밥들좀 줘보라고해요...
언냐가 밥주러온걸 어찌알구 고개 쏘옥~ 내미는지..^ ^
기특하고 이쁜 녀석들이네요.
밥배달 품앗이 넘 좋네요.
또 배웁니다^ ^
오히려 설때 못먹더라구요. 전이랑 고기 신경써서 챙겨줐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