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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보고서는 사실 검증과 진술자 이선희의 진술을 토대로 국가 안보국 요원 입회하에 사실에 근거하여 2011년 03월 21일 16:03분부터 17:12분까지 녹취록 작성 되었음을 보고합니다. 그 보고로 본 녹취록을 제출합니다.
보고서가 포함한 내용이 국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줄수있다 판단하여 2011년 3월 23일 00:00분을 기하여 보고서와 이와 상관된 모든 자료들을 1급 기밀자료로 재분류한다. 본 보고서는 전후 보고서로써 2011년 2월 15일 12:00분을 기하여 진술자들의 증언과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전시 민간인들의 행동양식 및 대처유형의 재조사를 목적으로 작성한다.
질병이 대대적으로 발발했을때, 외부와 접촉할수 없는, 간간히 들려오는 소문으로만 공포스럽고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그 공포와 마주하지 못한채 수개월, 수년간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 어떤반응을 보였을것 같나요? 밖에있는 친지나 친구들에 대한걱정? 공포? 물론 그런식의 반응을 보이는게 바깥사람들은 일반적이였겠죠. 하지만 폐쇄된 조직안에 있던 사람들은 내면 깊숙히 그 공포심을 넣어둔채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듯 그런 이야기는 먼나라 이야기인듯 취급했죠. 바깥에서도 그런 증상을 보인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도시괴담중에 좀비들로 가득한 지하철역으로 출근하러가는 직장인이나, 감염된 가족을 묶어 감금해두고 마치 평소 대하던듯 대하던 사람들이나. 그런 괴담들요.
그때문에 우리가 그들과 직접 마주했을때,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사람들도 있었죠. 그래요 그당시 나는 군인이였어요. 나는 강화도에 소재한 제 2해병사단에 근무하고 있었죠. 강화도는 북한의 위협에 대항하는 최전선에 위치하는 작은 섬이죠. 2천만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수도권에 위치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해서 주말마다 찾아오는 관광객 빼고는 그렇게 인구가 많지도 않은 곳이였죠.
질병이 대대적으로 발발한 시기에 저는 상병이였어요. 사실 다들 마음속 깊이 바깥 질병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가득했어요. 하지만 해병대라는 특성상 모두 군기가 빠릿하게 잡혀있어 입을 다물고 있었죠. 그거 아세요? 폐쇄된 조직일수록 개방된 조직보다 훨씬 공포심이나 혼란상태의 효과나 그 크기가 크다는것을요?
가끔은 전방초소에서 총성이 울리기도 했죠. 하지만 그때마다 부사관들은 별일아니라며 내무반 밖으로 나오는것을 금하고는 했죠. 그리고 가끔씩 낯익던 얼굴들이, 그러니까 전방초소에 나가있던 중대원들이 사라지곤 했죠. 그때마다 부사관이던 장교던 행보관이던 정말 똑같은말만 해댔죠. 부상으로 군병원으로 옮겨졌다는둥, 다른 부대로 소재가 옮겨졌다는둥, 다들 너무나 부자연스러워서 거짓말인것을 뻔히 알았는데, 정말 제 손목을 걸고 그들이 알고있었다는걸 알았는데, 정말 무서웠던건 다들 억지로 그말을 믿으려했어요.
우리는 계속 근무를 하면서 강화도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점점 줄다가 뚝 끊겼다는것을 알수 있었어요. 주말마다 차들이 지나다니며 내는 마찰음이나 엔진소리, 관광객들의 불빛이 없어지고 펜션들에 켜진 불빛들이 날이갈수록 줄더니 난중에는 완전히 섬전체가 칠흙같은 어둠속에 잠겼거든요. 게다가 군대에서는 내무반에서의 텔레비전 시청을 금해버린지 오래였고, 우리는 마음속 깊이 공포심에 떨며 겉으론 평온한 나날을 보냈죠. 마치 폭풍전야처럼요.
하지만 날이갈수록 느는 헬기들과 전투기들의 비행횟수, 법정비행시간을 초과하는 비행시간 (후에 그가 직접 세보았다고 덧붙였다). 모든게 너무 이상했어요. 강화대교의 상황을 알고싶었지만 저는 섬의 북서쪽 끝에 근무해서 그럴수는 없었죠. 다들 불만이 팽배해있었어요. 정말 예민해져있었죠. 툭치면 이성의 끈이 끊어질것 처럼요. 생각을 해봐요. 부대밖에서 정기적으로 오던 편지와 전화가 금해지고, TV시청도 금지, 게다가 가끔 사라지는, 다신 돌아오진 않는 부대원들에 자꾸자꾸 들려오는 제트전투기들의 제트엔진소리. 저도 왠지모를 불안감에 극도로 예민해졌고, 병영내 싸움횟수가 자꾸자꾸 늘었죠. 전에는 다들 전우라는 느낌이 있어서 정말 화기애애 했었는데요. 그것도 정말 무서웠죠.
(그가 그의 앞에 놓여있던 물병을 집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사건이 터진건 얼마후였어요. 갑자기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왔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명령이였어요. 중대장이 우리를 연병장에 세워놓고 우리는 1주후 인천으로 작전을 수행하러 간다고 했죠. 다들 평소 작전범위를 벗어나는 작전에 의아해 했지만, 다들 4개월간 떠돌던 이 소문을 확인할수 있는 기회라고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상황이 뭔가 심상찮게 흘러갔어요. 부대에서 우리에게 유서를 쓰라고 했죠. 그때부터 온 병영내에 긴장감이 감돌았죠.
(그는 꽤 덤덤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물을 한번 더 들이켰다.)
정확히 그날부터 1주일후, 우리는 전부 군용트럭에 몸을 싣고 인천으로 향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때 우리가 봤던건 침묵과 안개였어요. 섬뜩했죠. 강화대교를 지나는 내내, 강화대교는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고, 다리는 정말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았어요. 마치 예전 헐리우드 공포영화 미스트를 보는듯 했죠. 게다가 공기엔 미묘하게 비린, 피내음이 있었고, 간간히 아스팔트에 이상한, 진갈색의 분비물과 핏자국이 있는것을 저는 똑똑히 보았죠.
농담을 건네던 녀석들이 점점 조용해졌죠. 48번 국도를 타고 가는 내내 가끔 들려오는 괴상한 신음소리와 총성이 들려와서 더욱 공포스런 분위기가 연출되었죠. 우리는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계속 갔죠. 드디어 병력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상했던건 다들 표정들이 마치 혼이 나간것 같더군요. 우리를 보고서 왠지모르게 미묘한 표정을 짓는것이 영 불쾌했어요.
그러다 우리는...
(그가 다시 물을 들이켰다)
우리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가 만나는 노오지JC에 도착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거기서 본것은... 진실이였죠.
그 거대한 고속도로 교차지점이 말그대로 군사요새화 되있었어요. K-2탱크에 장갑차, K-9자주포 계속해서 병력을 날라오는 수송헬기에, 아파치. 하늘에는, 빌어먹을, F-35까지 있었어요. 말그대로 위엄찼죠. 게다가 MBC, SBS, KBS, 심지어 미친, BBC에 CNN, CCTV에 NHK 취재단까지 즐비했죠 그런데 의아했어요. 이런군대가 누굴 상대한다는 건지.
그런데 갑자기... 갑자기...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공항방면의 다리에서 그 빌어먹을 놈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죠. 그래요, 좀비들이요. 나는 처음에는 멀리서는 피난민들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헬멧에 달려있는 무전기로 빌어먹을 중대장이 명령을 내렸죠.
(무엇이였냐고 묻자 그가 잠시 망설였다)
그쪽엔 버려진차들이 즐비했어요. 그런데 그 차들사이로 몰려오는 피난민들, 그러니까 그땐 피난민인줄 알았던 것들을 향해 M-270 MLRS의 다연장 로켓이 불을 뿜었죠. 우린 귀보호개를 통해 들어오는 굉을을 듣고서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어요. 다들 무전네트워크로 중대장에게 항의하고 정말 시끄러웠죠. 대인살상로켓이 차량들에 명중하자 차들이 폭발하며 '그것'들이 하늘로 날아갔죠. 그런데, 그때 우린 진실을 깨달았죠. 이놈들은 사람들이 아니라는것을.
생각해봐요. 사람이 그런 로켓에 맞으면 비명을 지르고, 얼마안가 죽어요. 그런데 이놈들은 하반신전체가 날아가고도 눈을 꿈벅 거리며 우리한테 기어오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진짜 괴기스럽고 공포스런 상황이였어요. 우리 모두 심적으로 위축됬죠. 효과가 괜찮긴 했어요. 우리에게 걸어오던 약 백여명의 좀비들중 여든은 될듯한 숫자가 고속도로 바깥으로 튕겨나가거나 했죠. 그리고 이번엔 아파치헬기들이 기관포사격으로 놈들을 쓸어버렸죠.
그런데... 그런식으로 전투가 이어져 나가고 우리는 최전선에 있는 탱크들과 K-200장갑차들보다 약 200m앞에서 멀뚱히 있었죠. 그런데, 점점 폭발한 차들의 화력이 연소되고, 점점 꾸역꾸역 몰려오는 놈들때문에 점점 놈들을 살상하는 거리가 짧아지더니 종국에는 중대장이 놈들 머리를 노려 쏘라는 명령을 하더군요. 그래도 다들 망설였지만,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습니까. 깠죠. 그런데, 진짜 충격적이였던건 놈들이 총알 수십발을 뒤집어 쓰고도 걸어오는 모습에 우린 완전히 질렸어요. 인간의 신체중 가장 끝쪽 위고 맞추기 힘든 머리를 맞추는것도 쉽지 않았고요.
점점 거리가 좁혀졌어요. 100m, 50m, 10m 그러다 결국 좀비가 우리에게 달려들더군요. 무전으로 소름끼치는 비명들이 들려오고,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전차들이 불을뿜고, 헬기들이 기관포에 로켓을 소사해도 놈들은 줄어들 기미가 없었죠. 제 눈앞엔 끝도없이 꾸역꾸역 징그럽게 몰려오는 놈들이 보였어요. 결국 우린 허가도 없이 후퇴하기 시작했죠. 중대장이 고래고래 악을 썼는데, 진짜 대갈통을 날려버리고 싶더군요.
탱크들과 장갑차가 후진할수도 없었어요. 게다가 후방에서도 총소리가 들려왔죠. 서울쪽에서도 좀비들이 몰려오기 시작한거였어요. 그때부터 모든것이 꼬이기 시작했죠. 좀비 박멸도, 방어선 유지도. 마치 전멸할것 같이요. 좀비가 탱크에 달려들더군요. 탱크가 앞으로 놈들의 몸을 으개는 소리를 내며 전진하다가 사방에서 흔드는 놈들의 완력에 꼼짝못하게 되었어요. 몇몇놈은 탱크 해치로올라가 쾅쾅 두드리더군요. 저는 닥치고 중앙부로 후퇴했어요. 중대장의 목소리도, 우리 부대원들의 비명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죠. 전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제 머릿속을 가득채웠어요.
난장판이였죠. 취재진들이 밴으로 올라타서 도망치려는데 후진하던 탱크가 밴을 깔아뭉개버리고, 장갑차가 험비를 들이받고, 헬기가 취재헬기와 부딪혀서 하늘에서 불기둥을 떨어뜨리면서 좀비들이 가득한 고속도로로 추락했죠.
그때 드디어 F-35와 F-15가 나섰어요. 갑자기 공군이 저공비행을 하더군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다리위의 좀비들을 박살낼꺼면 후방에서 부터 날아와야하는데, 공군이 다리 측면을 향해 날아오더군요. 그러더니, 갑자기, 미사일들을 수두룩 하게 발사하고는 급상승했죠. 오 이런 씨발
(그가 침을 탁 뱉었다)
고속도로를 무너뜨리려던 거였어요! 그러면 병력이 전부 갇히지만 어떻게 생존은 하겠죠. 이놈들은 우리나라가 전쟁이후로 쌓아올린 위대한 유산중 하나를 완전히 박살내버렸죠. 게다가 거기엔 일부 병력이 남아있었는데도요. 그러더니 남아있던 F-15와 F-35 그리고 F-16같은것들이 사방의 모든 고속도로를 끊어버리더군요.
아무튼 그날, 우리의 위대한 승리를 보여주려던 정부와 국방부의 의도는 완전히 끝장났죠. 말그대로 전세계를 향해 자랑해 마지않던 한국육군과 공군이 완전히 난장판 백병전을 벌이며 박살나는걸 생중계로 보여주는 순간이였죠. 정부의 의도는 혼란을 잠재우고 우린 사태를 조정할 능력이 있다는걸 보여주려던거였겠지만, 말그대로 이건 전 대한민국국민에게 충격과 공포를 불어넣었죠.
고속도로를 끊었음에도 그 안에 이미 들어와있던 좀비는 오백은 될듯했죠. 거의 대부분이 보병들과 무한궤도를 가진 차량들이 처리했는데, 그와중에 보병몇몇이 깔려죽었어요. 모든게 난장판이였죠. 한국군의 첨단화 사업중 하나로 부착된 휴대무선네트워크도 비명과 고함으로 가득찼어요. 사실 고속도로가 버티는게 신기했죠. 수십톤의 탱크와 차량들이 엄청나게 올라와있는데도 무너지지 않는게 말이에요. 하지만 공군폭격으로 약해진 고속도로가 무너지는건 시간문제였어요. 그제서야 중대네트워크에 이런 명령이 들리더군요.
(뭐였냐고 묻자 그가 물을 한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모든 보병병력은 수송헬기에 탑승하여 강화도로 철수하라.
이날 인천전투에서 한국군이 입은 피해는 아직까지 완전 산출되지 못했지만 최소 보병 3개 연대, 전차 1개 연대, 기계화차량과 공격헬기, 포병대 등 최소 투입병력의 45%를 소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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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오 잘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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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z의 좀비는 바다속을 어기적어기적 걸어다니는 괴랄한 녀석들이라-_- 육지와 가까운 강화도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백령도,제주도,울릉도 정도면 모를까...
뭐 한강 하구 갯벌에 좀비고 뭐고 푹푹 빠질지도 모르겠지만요.
아 이거 융커스 전투 같네요. 그 세계대전 z의 난장판 전투....
세계대전Z 원문에서도 "한국판 용커스라고 할수 있는 인천전투"라고 잠시 언급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