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 속에서 풍요로움을 누리는 법
최광희 목사
지난 주일에 오후 예배를 다 마친 다음 자전거를 끌고 나가서 3시간 동안 용인시를 한 바퀴 돌고 들어 왔습니다. 중간 휴식 시간을 빼면 달린 시간만 2시간 30분, 46킬로미터를 달렸는데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평소에 주일 오후예배가 다 끝난 후에는 크게 중요한 일을 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쉬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일기예보 App.을 통해 모처럼 미세먼지가 ‘좋음’으로 나온 것을 보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음껏 활용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평소에 늘 편서풍이 불어서 서쪽에서부터 황사와 미세먼지가 날아옵니다. 그럴 때 미세먼지 상태는 ‘나쁨’ 혹은 ‘매우 나쁨’이 됩니다. 그러다 남서풍이나 남풍 불면 미세먼지가 ‘보통’으로 바뀌다가 드물게 동풍이 불면 ‘좋음’으로 바뀝니다. 바로 지난 주일 오후가 그런 타이밍이었는데 그 시간이 고작 몇 시간뿐입니다. 성경에서는 여호와의 동풍이 홍해를 갈라 주셨고 동풍으로 메추라기를 가져다주시더니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는 동풍이 불면 미세먼지가 밀려나니 이래저래 동풍은 참 좋은 바람입니다.
동풍이 부는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자전거를 타면서 저는 사람은 무엇이든지 넉넉하고 남아돌아갈 때만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도 잘 활용하면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늘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리다가 반짝 해가 뜨면 너도 나도 잔디밭에 나가 일광욕을 한다고 합니다. 늘 날씨가 나쁘다보니 영국 사람들은 좋은 날씨를 갈망해서 만나면 ‘좋은 아침’ 혹은 ‘좋은 오후’ 라고 인사한다고 중학교 영어시간에 배웠습니다. 그러나 맑은 날이 계속되는 나라에서는 햇빛이 귀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서는 오히려 ‘여호와께서 나의 우편 그늘이 되시나니’라면서 살인 햇빛을 싫어합니다. 그들은 늘 전쟁의 불안 속에 살고 있어서인지 만나면 샬롬이라고 인사합니다.
이스라엘에서는 또한 강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더운 여름 내내 건기가 계속되므로 물을 잘 모아 놓고 오염되지 않도록 물 관리를 잘 하므로 오히려 물 부족을 겪지 않고 살아갑니다. 이스라엘에서는 건기에 나무들이 말라죽지 않도록 물을 주는데 물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링거 줄 같은 가는 호스를 설치해서 꼭 필요한 만큼씩 물을 줍니다. 양어장에서는 오염된 물을 상추 수경재배에 활용하고 깨끗해진 물을 다시 양어장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버리는 물이 없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에 우리나라는 늘 물이 풍부해서 물을 물처럼 쓰고 아무렇게나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오염원을 제거하고 물 관리를 잘 할 생각보다는 녹조가 생긴 물을 흘려보내는 방법으로 쉽게 해결하려는 생각이 팽배합니다. 그것은 아직도 물은 얼마든지 남아돌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도 물을 소중히 여기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되었습니다.
공기를 활용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황사(黃砂)가 오는 봄철 외에는 늘 깨끗한 바람이 불어온다고 생각하다보니 날씨 좋을 때 언제나 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운동을 미룰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늘 미세먼지로 공기가 나빠진 상황에서는 잠시라도 미세먼지 없는 날씨가 되면 즉시 미루었던 야외 활동을 하게 되니 부족함 가운데서도 오히려 풍요로움을 누리는 결과가 생겼습니다.
젊은이들 가운데서 종종 30대 중반이 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한 사람을 만납니다. 물론 개인적인 소신이 있어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결혼은 못한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좋은 남자 혹은 좋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35년 넘게 살면서 여러 남자나 여자를 만나면서 살아왔는데 그 중에 좋은 남자나 좋은 여자가 한 사람도 없었을까요? 혹시 좋은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고 붙잡지 않아서 놓쳐버린 것은 아닌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아무나 하고 결혼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앞으로 좋은 사람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여유롭게 생각하다가 나이가 들고 보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기회가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선택의 폭이 좁아진 현실이지만 오히려 노력하면 기회를 잘 잡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만사가 다 같은 이치입니다. 언제든지 그리고 얼마든지 맑고 쾌청한 날씨를 만날 수 있다거나, 얼마든지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다거나,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벌 수 있다거나, 좋은 남자나 여자를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할 때는 그 좋은 기회를 낭비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그런 좋은 기회란 언제든지,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다. 또 기회가 많거나 적거나 그 기회를 잡을 때만 내 것이 됩니다.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않고 붙잡는 그 사람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이렇게 말합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전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