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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수녀(셀바, 성바오로딸수도회)
하느님의 현존 연습
그다지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고 매일 매일 비슷하게 흘러가는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얼마나 의식하며 살아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쁘게 일하느라 정신없이 지내다가 겨우 기도하려고 성체 앞에 앉아서야 한숨 돌리고서 하느님의 현존을 찾는 현실이다.
그래서 특별히 기도 때만이라도 하느님의 현존 안에 깊이 머물고자 하지만 그게 또 쉽지 않다. 몸은 성당에 있지만 아직 정신과 마음은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생각에 대해 로랑 수사는 이렇게 지적한다.
“기도 시간이 그 외의 시간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도하는 시간에 기도를 통해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동하는 시간에도 행동을 통해 하느님과 일치해야 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현존 연습], 이 책은 신발 수선과 요리사, 포도주 배달 등 허드렛일로 평생을 보내면서도 감사하며 기도와 성찰의 삶을 살았던 맨발의 가르멜회 부활의 로랑 수사(본명 니콜라 에르망, 1614∼1691)의 영적 금언과 편지, 대화 등을 묶은 것이다.
로랑 수사는 믿음을 통해 자신의 영혼 가운데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볼 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가운데서도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했다. 그에게는 동료들의 샌들을 만드는 일이나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는 일이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도 사막 한복판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이 하느님을 사랑하고 경배할 수 있었으므로, 굳이 조용한 곳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하느님과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이 세상에 더 행복하고 즐거운 삶은 없습니다. 그분의 현존을 실제로 누리고 맛본 사람들만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동기로 하느님의 현존을 연습하라고는 권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현존에서 구해야 하는 것은 위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동기에서, 하느님께서 그것을 원하시기 때문에 그렇게 하자는 것입니다.”
로랑 수사의 말은,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물고자 하는 나의 내면의 동기를 돌아보게 한다. 하느님이 원하시기에 그분의 현존 안에 머물러야 하는 것이다. 일상 안에서 그분은 늘 기다리시고 당신 현존 안으로 나를 초대하신다.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지 못한다 해서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하느님의 현존은 나의 느낌과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다. 다만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 뿐. 그러기에 ‘하느님의 현존 연습’은 하느님이 현존을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도록 인간인 내가 연습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현존이란 우리의 영혼을 하느님께 집중하는 것, 또는 하느님께서 내 영혼 안에 계심을 기억하는 것’이라는 로랑 수사의 권고대로 오늘 새롭게 하느님의 현존을 연습하며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도 하느님을 사랑하고 경배할 수 있는 은총을 구하자.
콩라 드 메스테르 | 최애리 | 324쪽 | 12,000원 | 가톨릭출판사 │www.paulin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