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이른 장마에 접어드는 것일까? 아랫뜸 태풍은 갈길을 찾아 잠시 헤맨다고...나도 잠시 마음의 길을 잃었다.
인생이란 원형도표에서 행복이란 공간은 매우 좁은데, 사람들은 그것을 찾아 번호판 돌리기를 해댄다.
우리들의 삶은 이해와 오해가 뒤얽히며 어려운 실타래를 풀어낸다. 그게 행복이란다.
문득 시대를 잘못 태어나 평생을 불우한 환경속에 살면서도 주머니의 500원을 자랑으로 여겼다는 천상병 시인이 생각났다.
오늘 같은 날씨에 내가 빈대떡, 거지탕 안주로 막걸리 마시며 마음이 방황하던 시절 가까이 살면 찾아뵙고 싶었던 분이다.
작은 찻집을 하는 마누라, 친구들에게 술을 얻어 먹으면서도 당당했던 그였다.
시인은 친구들에게 평생을
'그래도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라고 말했다나.
이런 자신의 삶을 '소풍'이라고 했단다. 또한 그런 소풍이 아름다웠더라고...
그는 자신이 쓴 시에서처럼 하늘로 돌아갔다.
그의 시는 애절하다. 그러나 우리들의 이야기 이기에 때론 소박한 행복을 느끼고 가슴에 남는 것 같다.
[귀 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잔 커피와 갑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숲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행복]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총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용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게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소풍]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의 삶이 소풍이었다고?
그 소풍이 아름다웠더라고?
오늘
한쪽의 일터에서는 굴뚝 위에서 농성을 하고
바람이 바뀌었다고
다른 쪽의 사람들은 감옥으로 내 몰리는데
이 길이 소풍길이라고?
따르는 식구들과
목마 태운 보따리
풀숲에 쉬면 따가운 쐐기
길에는 통행료
마실 물에도 세금을 내라는 세상
홀로 밤길을 걷고
길을 비추는 달빛조차 몸을 사리는데
이 곳이 아름답다고?
항상 행복하게 삽시다.
작은 행복을 즐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