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감상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자식들이 꽃을 달아주기는 하지만 정작 꽃을 드리고 고마움을 표할 대상이 안 계시는 입장에서는 어버이날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음을 해가 갈수록 더 진하게 느끼게 된다.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아도 보이나다
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음 즉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 하나이다.
<박인로>
<현대말 풀이>
소반 위에 놓인 홍시가 매우 곱게도 보이는구나.
유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몸에 품고 돌아갈 만도 하다마는,
품어 가도 반가워해 주실 분이 없으니 그를 서러워하노라
모두들 잘 아는 이 시는 조선시대 박인로의 노계집(蘆溪集)에 들어있는 시로 이덕형을 찾아간 박인로가 조홍 대접을 받고 지었다는 시다. 여기서 유자는 귤로 회귤고사를 인용한 거라 한다.
※ 참고: 회귤고사(懷橘故事)
중국의 삼국 시대 오군(吳郡) 사람 육적(陸績)이 여섯 살 때 원술(袁術)을 찾아갔더니, 원술이 귤 세 개를 먹으라고 주었는데, 육적이 그것을 품속에 품었다가 일어설 때 품었던 귤이 방바닥에 떨어졌다. 원술이 그 연유를 물은즉, 어머님께 드리려고 품었다고 대답하더라는 고사인데, 회귤의 고사는 곧 효도(孝道)를 뜻한다.
요즘 들어 부모와 자식 간 관계가 예전 시대하고 너무 격차가 크다 보니 세대 간에 갈등도 많아지고 세상이 자꾸 메말라가 가는 느낌이 든다.
헌데 한 가정에서 자식이 커서 부모가 되고 그 부모는 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는 것이 당연하고 예전엔 4대 조부모 손들인 8촌까지도 한집안에 산다는 뜻으로 집안이라고 그랬는데 그리도 끈끈하던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의 식구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개개인 간으로 그 연결고리가 약해져 감을 새삼 느낀다.
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그 관심은 자녀를 사랑하는 애정이 분명한데도 요즘 젊은 세대의 자녀들은 그 당연한 부모의 관심을 부모의 간섭이라 여기는 추세들이라서 맘이 편치 않은 사이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당연한 관심이 부당한 간섭으로 느껴지는 차이...
요즘 세대에서는 고리타분한 봉건주의 시대의 고릿적 얘기로 치부하겠으나 사실 지금 환갑 넘는 우리 세대들은 어릴 때 자라면서 배운 것이
‘형제는 일신이라서 형제자매는 나의 팔다리와 같은 내 몸의 일부이다.’
‘부모가 너 잘못했으니 죽어라 말씀하시면 죽지는 못 하지만 죽는 시늉은 해야 한다.’
‘밖에 나가서도 이웃 어른들께 꾸중 듣는 일은 절대로 말아라.’
이런 말씀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가정과 온 마을이 하나의 공동체로써 공동 교육을 실천하는 가운데서 자랐기에 나 보다 형제 이웃을 먼저 생각하면서 그런 테두리 안에 내가 존재했었는데
개인주의의 서구 문물에 휩싸이면서
요즘 들어 부쩍 더 공동체 교육의 부재로 공동체 의식은 무너져 가고 개개인 중시의 문화로 부모와 자녀 간에도 예전과 같지 않은 긴장 관계가 형성되어 감을 느낀다.
흔히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한다.
이는 본능적인 사랑이라 미천한 동물과 짐승들도 자기 자식의 사랑은 끔찍이 챙기고 돌본다.
그러나 ‘치사랑’은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물에 영장이라는 인간들의 도리인 것이다.
물론 짐승 가운데는 ‘반포지효’라 해서 미천한 짐승도 하는 이러한 도리는 인간이 좀 더 배우고 깨치라는 의미에 말이 있기는 하다.
※ 참고: 반포지효(反哺之孝)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孝)라는 뜻으로,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을 이르는 말.
어떻든 삼강과 오륜을 바탕으로 수백 년을 이어 내려 온 아니 어쩌면 우리 선조들께서 수렵과 농경에서 협동의 성과가 크다는 것을 알고 집단 사회를 이루면서 수만 년 이어져 내려오던 이웃과도 함께하면서 공동체가 되고 끈끈하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요즘 들어서 너무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걱정스러운 바가 있다면 노인네의 노파심만일까...??
옛말에 ‘한 부모는 열 자녀를 모두 금이야 옥이야 양육하지만, 열 자식은 한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 못한다.’라는 말은 필자 자신의 모습인 것 같다.
나름 배운 대로 한다고는 했으나 여러모로 후회와 자괴심이 항상 남아있다.
이제는 시골에 가보면 우리 부모님들께서 사시던 집들이 빈집들로 남아서 마당엔 잡초만 무성한 가운데 이곳저곳 무너지고 부서져가는 모습은 떠나신 부모님을 더욱 그립게 하고 가슴이 아려오곤 한다.
저 집에서 많은 형제자매들과 부모 조부모님이 한데 어울려 북적대면서 살았었고 여름이면 저 마당에 모깃불 피워놓고 커다란 멍석 위 두리반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꽃 피우면서 저녁밥들을 먹었을 텐데
젊은 자녀들은 다들 떠나고 늙은 노부모만 남아서 의문지망 객지로 나간 자식들 안위만 생각하다가 이젠 그 부모님까지 떠나고 나니 저렇게 집마저...
우리나라 시골 빈집의 모습들이 안타깝다.
※ 두리-반(두리盤):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
※ 의문지망(倚門之望): 부모가 대문에 기대어 서서 자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림. 또는 그런 어머니의 마음.
끝으로 부모은중경에 나오는 십중대은(十重大恩, 부모님의 열 가지 크신 은혜)을 보자면
첫째는 아이를 품고 지키며 보호해 준 은혜.
둘째는 해산할 때 고통을 이겨내신 은혜.
셋째는 자식을 낳고 모든 근심 잊는 은혜.
넷째는 입에 쓴 것은 삼키고 , 단것은 뱉아 먹이는 은혜.
다섯째는 마른 자리 골라 뉘고 젖은 자리엔 당신이 누우신 은혜.
여섯째는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
일곱째는 깨끗이 씻겨주고 빨아서 입혀주신 은혜.
여덟째는 자식이 먼 길을 떠나면 늘 생각하고 염려해주시는 은혜.
아홉째는 자식 위해서라면 악역도 마다 않으신 은혜.
열째는 생을 마칠 때까지 끝없이 자식을 사랑해 주신 은혜이다.
이토록 가없는 은혜를 더 갚을 길 없음에 어버이날 마음 한편이 깊이 아려옴을 느낀다.
-제59회 송현 출신 조병현 올림-
첫댓글 고향의 빈집들을 기거하지 않고 매매도 하지 않고 방치하니. 내 고향이 흉물스럽게 변하고 있습니다. 좋은 고향을 기대한다면 기거하지 않으면 매매를 하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들어와 아름답게 수리해서 잘 살고 있으면 어찌 기쁘지 않겠어요.
금메 그래사라 씬데라.
우린 엄매 살든 솔갯동리 집을 기냥 동리다가 희사했어람짜.
그랬드니 동리서 그 집은 폴아뿔고 대신 도팍 한나 셔놉디다.
모도덜 공동체로 나보담 상대방과 이웃얼 몬차 생각하든 공동체 정신이 없어지고
너와 나라넌 개인주의덜만 팽배해진 결과덜로 자석 부모지간 관계까장... ㅠㅠ
https://cafe.daum.net/jindo100/O6Rt/144
@59회 조병현 진짜 착하요.......진도 자랑 관매도를 가서 보면 그 마을 절반이 빈집이고 다 뿌사지고 쓰레기가 가득 쥐똥 개똥 고양이똥 가득. 쳐다보면 담에 가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