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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起死回生)
진주 언가를 쑥대밭으로 만든 수라마왕등은 세가의 세력을 벗어나 한걸음에 태현까지 달려갔다. 혈영마왕 홀로 지키고 있는 대종사와
북해성모의 안위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언가는 자신들을 추적할 틈조차 없을 것이다. 시신들을 수습하고 세가 안에서
벌어진 처참한 싸움과 그 결과에 대한 정신적인 충격을 벗어나기도 버거울 테니 말이다.
게다가 가주인 언철심이 수뇌부들과 함께 수라검문의 무공을 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원로들과 강직한 협의심을 가진 제자들이 벌 떼처럼 들고 일어날 테니, 가주인 언철심과 수뇌부들이 직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어렵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언가 내에서 두 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내분이 일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수라마왕등과 싸웠던
이상의 희생이 있을 테고, 결과적으로 진주언가는 강호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으리라.
태현에 도착한 수라마왕등 일행들은 즉시 옛날 수라검문 있던 폐가로 달려갔다. 대종사와 북해성모를 태운 가마는
한쪽에 잘 놓여져 있었고, 혈영마왕은 한때 연무장이었던 넓은 공터 가운데 작은 모닥불을 피운 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녀왔는가?”
혈영마왕은 수라마왕의 안색이 다소 창백하다는 잠과 혼세마왕등의 옷에 격전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여 안도해했다.
“모두들 무사해서 다행이군. 그래. 어떻게 되었나?”
수라마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한켠에 가서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태현까지 달려왔으니
급히 운공을 해서 내상을 치료하는 것이 급했던 것이다.
비천마왕이 옆구리에 끼고 있던 언호심을 바닥에다 팽개치며 말했다.
“깨끗이 쓸어버렸지. 아주 생똥을 싸더군, 그래. 크크크.”
원래 성격이 해학적인데다 허풍을 치는 경향도 다분히 있었기에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혈영마왕은 바닥에 나뒹구는 사내를 슬쩍 바라본 후 혼세마왕에게 시선을 돌렸다.
혼세마왕이 모닥불 주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비슷하긴 했지. 아마 앞으로 50년 이내에는 강호에서 언가의 무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게야.”
혈영마왕이 머리를 끄덕였다. 혼세마왕의 말대로라면 적어도 언가의 전력 반은 사라졌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 정도라면 혼세마왕등의
능력을 생각해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이번에는 비천마왕이 잡아온 사내를 가리키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놈은 또 뭔가?”
이번에는 비천마왕이 대답했다.
“언가에서 잡아왔네. 자네에게 선물로 주려고 말이야.”
말을 마친 그가 한쪽 눈을 찡긋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혈영마왕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언호심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별로 신통치 않군. 꽤나 질기겠어.”
순간 언호심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강호에는 식인을 하는 마두들도 심심치 않게 있었고, 또 전대의 거마(巨魔)인 지옥마검과
같은 인물의 동료라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가 사색이 된 채 소리쳤다.
“사, 살려주십시오! 저, 저는 원래 목욕을 거의 하지 않아서 냄새가 고약합니다. 게다가 피부병이 있고,
또 콜록 콜록…. 으! 보, 보시다시피 해소병까지 있어서…….”
혈도가 짚여 움직이지도 못한 채 억지로 기침까지 해대는 그의 모습이 조금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간악함을 잘 아는 비천마왕은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흥! 내 보다보다 저렇게 악독한 놈은 처음 보았네. 같은 가문의 가솔이면, 모두 형제거나 친인척들일 텐데 제 한목숨 구하기 위해
그들을 방패막이로 이용하더군. 게다가 우모침을 얼마나 교묘하게 쏴대던지 나도 몇 번은 깜짝 놀랐다네.”
잠시 언호심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혈영마왕이 입맛을 다셨다.
“쩝! 아쉬우나마 오늘은 이놈으로 만족 해야겠군. 가만있자…, 오늘은 내장탕이나 한번 먹어볼까…?”
혈영마왕이 팔을 걷어붙이고 일어서자 언호심이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살려주십시오! 원하시는 게 뭡니까? 제, 제게는 은자도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오십만 냥은 됩니다.
그거 모두 다 드리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은자를 오십만 냥이나 가지고 있다는 그의 말에 혈영마왕등은 깜짝 놀랐다. 그만하면 대단한 거부가 아닌가.
사실 그 돈은 과거 언호심이 태현에서 큰 도박장을 하던 양씨 부부를 살해하고 훔친 것이었다.
그는 이 때문에 한때 언가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는데, 새로 가주가 된 언철심이 그를 복귀시킨 것이었다.
물론 언호심이 그에게 자신이 훔친 금액의 절반인 오십만 냥을 바쳤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때 갑자기 울부짖던 언호심이 잠잠해졌다.
비천마왕이 그의 혼혈을 짚어버린 것이다.
“시끄럽군. 나중에 수라노괴가 운공을 마치면 놈을 깨우지. 그만큼 겁을 줬으니 가만히 놔둬도 모든 걸 술술 불게야. 그건 그렇고…….”
그가 곤란하다는 듯 미간을 슬쩍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이젠 어디로 가야 하겠나? 언가에서 일도 저질렀는데…, 대종사님을 저렇게 모시고 다니다가는 정파놈들에게 금방 발각될 게 분명해.”
“내가 모시지.”
혼세마왕등의 시선이 일제히 만독혈왕을 향했다.
“신독문으로 가세.”
비천마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겠나? 과거에 그곳에서 뛰쳐나올 때 완전히 제 정신이 아니라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른다면서?”
“상관없네. 자네 말대로 대종사님을 이렇게 모시고 다닐 순 없어. 신독문에라도 가세.”
비천마왕이 혼세마왕에게 시선을 돌렸다. 혼세마왕이 잠시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만 괜찮다면 신독문도 좋지. 그쪽으로 가도록 하세.”
이렇게 해서 오마왕들은 신독문으로 가기로 합의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신독문조차 이미 멸문해 사라지고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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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의 겨울은 정말 추웠다. 특히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 한가운데서 뼈를 깎아내는 듯 한 강풍을 만날 때면 한기가 온 몸의 신경을 따라 헤집고 다니는 듯 하다.
이 매서운 한기를 뚫고 은밀히 전진하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눈처럼 하얀 방한복을 입은 채, 설원 위를 미끄러지듯 질주했는데,
그 뒤에는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았다. 달섭무흔의 초절한 신법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바로 요동의 패자인 천외패황궁이었다.
천외패황궁. 오백여 년 전, 천하제일인이었던 패존(覇尊) 연리무가 세운 궁이다. 패존 연리무는 전형적인 무도를 추구하는 무인이었다.
세력을 만들거나 누군가를 지배하려는 욕심도 전혀 없었다. 단지 무도에 증진하여 무(武)의 극단을 경험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목표이자 삶의 의미였던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그의 무위를 경외한 무림인들이 떼로 몰려들었는데, 그렇게 되자 자연히 세력을 이루게 되었고,
그 힘이 너무 커져서 정파를 위협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무림대전이 일어날 위기에 처하게 되자, 자청해서 수하가 된 사람들에게 그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던 패존 연리무가
처음으로 명령을 내렸다. 중원을 떠나 요동으로 가자고. 천외패황궁은 이렇게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점차 세월이 흐르자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무의 궁극을 깨닫는 목적, 그 한가지만을 바라보며 요동에 갇혀 있기에는 궁이 너무 커버렸다.
아마도 이번에 중원으로 진출하고자 하지 않았다면, 그 힘이 내부로 표출되어 스스로 대폭발을 일으키고 말았으리라.
그렇게 되었다면, 통제력을 잃은 미증유의 거력이 일시에 중원으로 쏟아져 들어와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을 게 분명하다.
어쨌든 천외패황궁은 그렇게 세외의 하늘로 군림해 왔고, 오늘도 변함없이 요동의 넓은 설원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었다.
사사삭!
어두운 밤. 파란 달빛 아래 삼장 높이의 거대한 성벽이 나타났다. 곧이어 다섯 개의 인영이 아른거리더니 성벽아래 달빛이 미치지 못하는 그늘진 곳에 몸을 멈췄다.
그들은 입고 있던 흰색의 두터운 방한복을 모두 벗었는데, 그러자 모두들 몸에 착 달라붙는 백의 경장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머리와 얼굴 전체를 덮는 두건을 하고 있어 신원은 도저히 확인할 수 없었다. 단지 경장을 입은 몸의 굴곡으로 보아
여인이 한명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성벽 주위에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있음이 분명했지만, 그들의 신법은 극도로 은밀하고 빨라 아직까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다섯 개의 인영들은 소리 없이 성벽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얼음처럼 매끄러운 석벽에 두 손과 다리를 거침없이 찔러 넣었다.
그러면 아무 소리도 없이 석벽이 두부처럼 파여 나가는 것이었다. 실로 가공할 내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성벽에 오르자 그곳은 횃불이 대낮처럼 밝혀져 있어, 근처 망루에 있던 천외패황궁 무사들의 눈에 띠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여인으로 보이는 잠행인이 두 팔을 양쪽으로 뻗어 그곳에 있던 망루를 가리켰다.
피빗!
순간 공기를 가르는 작은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소매에서 암기가 발사되었고, 망루에 있던 천외패황궁 무사들 다섯이 비명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곧이어 복면인 다섯은 즉시 성안으로 뛰어들어 빽빽이 들어찬 전각들 속으로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
그들은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였고 복잡한 궁의 내부 길을 익숙하게 찾아내며 중심부를 향해 전진했는데, 혹 들키기라도 하면
암기를 발사해 상대를 그 자리에서 제압해버렸다. 만약 그들이 자객들이라면 대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약 반각 후, 그들은 마침내 패황전이라는 편액이 걸린 거대한 전각까지 접근했다. 하지만 패황이 거주하는 패황전은
작은 성처럼 지어져 있었고, 많은 고수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어 숨어들어가기는커녕 근처에 접근하기도 용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대담하게도 경비가 가장 허술해 보이는 측면 어느곳에 모습을 나타내었다. 경비무사 둘에게 종적을 발견 당했지만
그들 또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일견해 보기에도 경비무사들의 무공은 대단했지만 암중 여인의 손에서 발사된
암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아마도 천하에 이런 암기를 만들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으리라.
그런데 암중인들이 멈춘 곳은 석벽으로 지어져 있어 견고하기 그지없었고, 창문조차 없어 도저히 건물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때 그들 중 호리호리한 체격에 키가 큰 인물이 나섰다. 그의 허리에는 하얀 천으로 둘러싸인 길쭉한 물건이 걸려있었는데,
천을 풀자 무척 고풍스러워 명가의 것이 분명해 보이는 검이 나타났다.
그는 천천히 검을 들어올리더니 수직으로 곧추세웠다. 그리고는 숨을 두어 번 고르고 난 다음 검을 석벽으로 찌르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검에서 두자가 넘는 푸른색의 검강이 쭉 뻗어 나왔다.
검은 검강을 매단 채 석벽 깊숙이 박혀 들었고, 그가 크게 원호를 한번 그리자 석벽에 둥근 자국이 생겼다. 검수는 즉시 검을 뽑아 갈무리한 후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다른 사내가 나섰는데, 체격이 무척 작고 야위어 보였다. 그는 검수가 베어놓은 석벽 앞에 서서 두 손을 단전위에 올렸다.
그리고는 깊은 심호흡을 한 차례 한 후, 두 팔을 앞으로 서서히 내밀었다.
둥!
순간 가벼운 진동과 함께 검에 파인 부분에서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그그그그그!
동시에 뭔가가 긁히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석벽의 잘린 부분이 서서히 밀려나오는 게 아닌가. 상황을 보면 이는 분명히 격공섭물의 수법이 분명한데,
네자 두께의 석벽을 끌어당기는 내공이라는 것은 일반 강호인들이라면 평생 듣도 보도 못한 것이리라.
잠시 후, 석벽은 둔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쿵!
작지 않은 소리임에도 경비무인들은 아무도 달려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암중인물들 중 또 다른 사내 한 명이 근처에 가부좌를 한 채 앉아있었다.
아마도 그가 내공으로 무형의 벽을 쳐 소리를 차단한 것이 분명했다.
석벽에는 직경 다섯 자(1.5미터)가량의 둥근 구멍이 났고, 다섯 사람은 지체 없이 그 안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은 천외패황궁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패황전 안으로 숨어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패황전 안 넓은 대전에는
이미 대낮처럼 밝혀져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열을 지어 모여 있었다.
다섯 명의 암중인들은 이 뜻밖의 사태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들은 주위를 한번 스윽 둘러본 후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천외패황궁측에서 위맹한 인상의 흑의장년인이 나서며 소리쳤다.
“멈추시오!”
침입자들이 대전 한가운데 멈춰 서자 흑의장년인이 굳은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누구시오?”
한밤중에 패황전까지 침입한 자객들에게라면 당장이라도 호통을 치고도 남을 일인데, 의외로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그건 이들이 침입한 경로와 방법을 보아 일방의 패주라 하여도 모자람이 없는 무공을 지니고 있는지라 감히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침입자들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잠시 이들을 노려보던 흑의장년인이 뒤로 물러서며 명령했다.
“쳐라!”
순간 주위에있던 흑의인 20여명이 일제히 이들을 향해 달려들었는데, 패황전을 지키는 호위무사들답게 개개인 모두가 대단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달려들었어도 복면인 한 명을 당해내지 못했다. 복면인들 중 체격이 가장 큰 사내가 두 팔을 크게 한번 휘돌렸는데,
그의 손에서 자색의 기운이 구름처럼 일어나 그들을 휩쓸어버렸던 것이다.
퍼버버벙!
잇다른 격타음과 함께 흑의인들 모두는 태풍을 만난 가랑잎처럼 사방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이건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힘이 어느 정도 비슷하기라도 해야 초식이라도 써볼게 아닌가. 거대한 눈사태 앞에서 그 어떤 행동도 무의미한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다행히 쓰러진 흑의인들은 곧장 일어섰는데,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이 모습을 본 흑의장년인의 안색이 더욱 굳어졌다. 짐작을 하고는 있었지만 침입자들이 이만큼 강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방금 보여준 이 한수만 하더라도, 천외패황궁 내에서 그 정도의 신위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궁내 최고수라는 십패천밖에 없었던 것이다.
십패천.
마교에 구마존이 있다면 천외패황궁에는 십패천이 있다. 이들 모두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다는 고수들로 모두 초절정의 반열에
들어선 인물들이다. 이런 고수들이라면 천하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어려울 텐데 한꺼번에 다섯 명이나 나타났으니 어찌 놀랍지 않겠는가.
다시 자세를 가다듬은 흑의인들이 이들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흑의장년인이 소리쳤다.
“멈춰라! 너희들의 상대가 아니다.”
흑의장년인이 즉시 검을 뽑아들었다. 패황전 수석호위검주이자 천외패황궁 서열30위 이내에 들어가는 실력을 지닌 그가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는 오히려 이만한 고수와 겨루게 된 것을 내심 기뻐했다. 고수와의 대결 한번이 십년간의 폐관수련보다 낫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한 손에 검을 든 채, 투지를 불태우며 나서려던 순간, 흑의장년인의 두 눈에 이채가 흘렀다. 가장 왜소해 보이는 체격을 지닌
또 다른 복면인 한 명이 자신을 향해 진지한 태도로 주먹을 뻗어내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흑의장년인은 적어도 삼장의 거리를 떨어져 있는 자신에게 백의복면인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달밤에 체조라도 하겠다는…, 헉!’
그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막강한 경력이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빠앙!
압축된 공기가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가 그의 가슴 한 치 앞에서 터져 나왔다. 동시에 흑의장년인은 뒤로 퉁기듯 물러섰다.
“으음!”
묵직한 신음성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비록 상대의 경력이 정확하게 적중한 것은 아니지만 그 충격은 작지 않았다.
가슴 전체가 얼얼해 순간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던 것이다. 아마도 백의복면인이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면,
그는 채 일초도 펼쳐보기 전에 심장이 파열되어 죽었을 것이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백의복면인들을 바라보았다. 그가 알기에 삼장을 격하고 이토록 강한 경력을 전달할 수 있는
무공이란 단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서, 설마 그건…….”
그때였다. 패황전 안쪽에서 칼칼한 노인의 감탄어린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역시 백보신권(百步神拳)은 대단하외다. 그래, 소림의 공상대사(空想大師)께서 무슨 바람이 불어 예까지 찾아오신 게요?
그것도 복면까지 하고 말이오.”
흑의장년인과 백의복면인들은 패황전 안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대여섯 명의 노고수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패황 연무종의 모습도 보였다.
패황전 내에 있던 천외패황궁 무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패황을 뵈옵니다!”
패황 연무종은 우수를 슬쩍 휘둘러 그들에게 일어서라고 한 후, 강렬한 눈빛으로 복면인들을 바라보았다.
백의복면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전음을 나누는 듯 하더니 일제히 복면을 벗어던졌다.
여섯 개의 계인이 머리에 뚜렷이 찍힌 노승 한명, 한림원의 노학사처럼 보이는 단아한 인상의 노인 두명, 강맹한 인상에 장대한 체격을 한 노인 한명,
그리고 끝으로 꽃처럼 어여쁜 여인이 한명이었다.
패황 연무종 곁에 서 있던 창백한 안색의 노인이 예의 칼칼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클클클, 이게 누구들이신가. 소림의 공상대사로도 모자라 무당의 청진동주이신 청명진인, 화산 운현궁주이신 영운진인,
게다가 무림맹의 장로이신 번천장(?天掌) 진사부가 아니신가. 헌데 이 아가씨는…, 노부도 잘 모르겠군, 그래.”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일한 여인, 개방의 홍소미가 생긋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천외패황궁 십패천의 한분이신 귀견수 오선배를 뵈옵니다. 후배는 개방의 홍소미라 하옵니다.”
홍소미가 다시 한번 깊숙이 읍을 했다.
“패황의 존안을 직접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인가 하옵니다.”
귀견수 오진량이 감탄을 했다.
“오호라! 개방의 만리신개 홍방주의 무남독녀인 취옥선녀구먼. 클클클, 그래. 무림맹의 꾀주머니가 되었다더니…,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일세.”
“감사하옵니다.”
“그건 그렇고. 정파의 수뇌부들께서 도대체 무슨 염치로 이곳을 찾아오셨나? 설마 죽여주십사하고 목들을 디밀진 않았을 테고.”
귀견수 오진량은 상대가 모두 각 문파를 대표할만한 최고수들인지라 그들 중 가장 연장자라 할 수 있는 소림의 공상대사에게 말한 것이지만
이번에도 홍소미가 다시 대답했다.
“만약 공상대사님을 비롯한 저희 정파의 여러 선배님들이 친히 오시지 않았다면 패황님을 뵐 수 없었겠지요.
물론 저희는 악의를 가지고 오지도 않았구요. 그 점은 저희가 잠입할 때 경비무사들에게 살수를 쓰지 않았다는 점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겁니다.”
귀견수 오진량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공상대사. 이 아이의 말이 사실이오?”
공상대사가 합장을 하며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그렇소이다. 오늘 우리들은 패황을 만나러 온 것이외다.”
“흥! 특사라……. 그대들이 저지른 짓거리를 생각한다면 당장 갈아 마셔도 모자랄 판에 감히 본궁의 지존을 만나겠다고?
그 전에 목숨이나 제대로 간직할 수 있을지 걱정도 안해보셨나? 이거 원, 순진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알 수가…….”
귀견수 오진량이 말을 하다말고 멈추었다. 패황 연무종이 우수를 휘저으며 그에게 조용히 하라고 명했기 때문이다.
팽황 연무종이 입을 열었다.
“나를 만나겠다고 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아미타불. 조용히 말씀드리고 싶소이다만.”
순간 천외패황궁 측 무인들 모두 얼굴에 분노의 빛을 띠었다.
하지만 패황은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패황 연무종이 주위에 있는 수하들에게 말했다.
“이들을 패룡각에서 만날 것이다. 준비하라.”
“존명!”
패황의 한 마디는 바로 법이었다. 그의 간단한 명령에 모두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무림맹에서 온 손님들을 패황전 안쪽으로 데려갔다.
이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바로 천외패황궁의 태상장로인 유문회였다.
그는 눈을 반개한 채 공상대사 등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머리를 연신 갸웃거리는 것이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 했다.
패황 연무종은 천외패황궁측 수뇌부들 모두와 함께 무림맹에서 온 특사들과 회의를 하게 되었는데
일종의 평화회담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갑론을박만을 반복할 뿐 합의점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회의는 모두 끝나고 밤이 찾아왔다. 정파의 특사단이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각자 방으로 올라가 쉬고 있을 무렵,
놀랍게도 패황 연무종이 소림의 공상대사의 방으로 직접 찾아왔다. 그것도 정문이 아닌 창문을 타넘어서.
공상대사는 즉시 홍소미를 자신의 방으로 불렀고, 세 사람은 깊은 밀담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그 내용은 너무도 은밀하게 논의되었는지라 이 세사람 말고는 천하에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이와 같이 무림맹 특사단과 천외패황궁의 평화회담은 아무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
특사단 일행은 모두 침울한 표정으로 천외패황궁에서 쫓기듯 떠나게 되었는데, 요동성을 막 벗어나려 할 무렵
홍소미는 개방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게 되었다. 바로 오마왕들이 저지른 진주 언가의 혈사에 관한 일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깊이 생각하더니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라도 했다는 듯 다소 밝은 표정으로 특사단과 헤어졌다.
그녀의 신형은 하북성 당산, 지금은 폐허가 된 신독문이 있던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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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위가 영촌의 강가 높은 바위위에 침식을 잊고 앉은 지 벌써 칠일이 지나가 버렸다. 검게 탄 얼굴. 풍상에 시달려 걸칠대로 거칠어진 피부.
게다가 그동안 얼마나 깊은 심마와 싸웠는지 얼굴은 마치 해골에다 가죽을 씌워놓은 것처럼 야위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 아니,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생각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한발 벗어나 스스로를 관조(觀照)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옳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온갖 잡생각들이 떠오르면 거기에 마음이 빼앗겨 심력을 다 소모시켜버리곤 했다.
하지만 황노인이 곁에서 이따금씩 내뱉는 지나가는 말들이 그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황노인의 이야기는 과거의 위대한 성인들의 가르침은 아니었다. 단지 계절에 따라 강의 모습이 바뀌어가는 모습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 숨쉬는 온갖 동식물들의 이야기였다.
시골에 가면 흔히들 들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내용은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마대위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 했다.
그렇게 해서 마대위의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황노인은 그에게 이야기를 하나 해 주었다.
[옛날에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고행을 하던 승려가 있었다. 오랫동안 불도를 닦은 그에게 어느 날 해탈의 깨우침과 함께
석가세존께서 나타나셨지. 세존께서는 고승에게 불도를 깨우친 것을 축하하며 큰 능력을 주셨다.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능력을 말이다. 그런데 그 다음날, 고승은 동굴이 무너져 깔려죽고 말았지. 그는 ‘만약 이 동굴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고, 그의 생각대로 동굴이 무너져 죽어버린 게야. 이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것보다 세상 천지에 더 어려운 것은 없다.
불현듯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을 어찌 막을 수가 있겠느냐?]
이야기를 마친 황노인은 마대위에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치 무심히 흐르는 강물이라
생각하고 바라보라는 것이었다. 생각을 바라본다.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말이다. 내가 있어야 생각을 하고, 생각하는 주체가 바로 나인데,
거기서 어떻게 나를 배제시킬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말 온 힘을 다해 생각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바라보아야 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마대위는 마침내 어떠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도록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황노인이 그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자신도 모르게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대답해버렸던 것이다.
그는 결국 억매임을 버리지 못했다. 그의 온 마음과 정신이 오직 하나,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의지에 매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허탈한 마음에 세상을 다산 것 같은 노인의 헛웃음이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버리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오히려 새로운 억매임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던 것이다.
마대위는 모든 걸 포기하는 심정으로 가부좌를 풀고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에라, 씨팔……. 내가 언제부터 부처가 되었다고……. 마음은 무슨 놈의 얼어 죽을 마음이야! 캬악, 퇘!”
고개를 돌려 신경질적으로 침을 한 차례 뱉은 마대위는 여전히 자신의 곁에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있는 황노인을 바라보았다.
‘혼자서나 실컷 바라보슈…….’
마대위는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는 게 더 쉬우리라고 생각했다. 도무지 그 의미도 해석이 불가능한 마음을
닦는 공부만큼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의 공허한 두 눈에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들이 보였다.
‘구름 한 조각, 구름 두 조각, 구름 세 조각, 구름…….’
하나 둘씩 지나가는 구름들을 새다 보니 어느 듯 잠이 쏟아졌다.
“아함!”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한 마대위가 흐르는 눈물을 손을 슥 닦았다.
“젠장, 멍하니 구름만 보고 있으니 잠밖에는……. 가만!”
마대위는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는지 했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뜻 모를 말들이 흘러나왔다.
“사념은 단편적인 구름과 같다. 구름을 깨끗이 걷어내지 않고서는 태양을 볼 수 없듯이, 사념을 없애지 않고서는 진정한 영혼의 빛을 밝힐 수 없다.
하지만 사념은 없애려고 하면 할수록 그 힘이 더욱 강해진다. 사념은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라. 그리하면…….”
마대위의 안색이 갑자기 밝아졌다. 그가 읊은 이 구절은 태극해검의 후반부에 나오는 부분으로 황노인이 말했던 부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아는 모든 무공구결들을 다시 되새겨보았다.
모두 있었다. 물론 자신에게 무공을 가르쳐 준 오마왕으로부터 들었던 내용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갔던 부분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당시 오마왕은 이 부분에 대한 깨달음이 명확하지 않았고, 설사 깨닫고 있었다고 해도 글이나 말로서는 전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대충 해설만 한 차례 하고는 넘어갔던 것이다.
마대위는 그때 들었던 내용들을 다시 기억해 보았는데, 당시에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던 내용이 지금은 어렴풋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감이 잡히는 게 아닌가.
만류귀종이라 했던가. 결국 무학의 최고 경지는 자연을 벗 삼아, 그 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수십 년 간 평온하게 살아온 촌부의 삶과 정확히 일치되는 것이었다.
마대위가 자신의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관조하는 능력을 얻은 것은 바로 이 깨달음이 찾아온 직후부터였다.
다시 가부좌를 하고 앉은 그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피어나는 순간, 곁에 있던 황노인이 마침내 눈을 떴다.
그는 마치 넋이라도 나간 듯 마대위의 옆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는데, 단순히 환자를 대하는 의원의 눈빛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마치 친할아버지가 손주를, 혹은 사부가 제자를 보는 듯한 모습이다.
황노인이 다시 고개를 돌린 후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그의 미간에서 좁쌀만한 크기의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은 점점 자라나더니 사람 주먹만 한 크기의 오색찬란한 구슬이 되었다.
그 구슬은 황노인의 미간에서 툭 튀어나와 천천히 마대위의 얼굴쪽으로 날아갔다. 그러더니 마대위의 미간 두치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곧이어 그 구슬에서 눈부신 광휘가 솟아나와 사위를 비추는 가운데 마대위의 미간 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한편 마대위도 이러한 상황들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상단전이라 할 수 있는 미간으로 스며드는 이 힘은 분명히 내공과 같은 기(氣)와는
다르다는 것을. 그건 바로 황노인이 평생을 두고 닦은 마음의 힘이 선천지기로 구체화된 것이었다.
마대위의 온 몸이 한 차례 부르르 떨리는 듯 하더니 잠시 후,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간을 통해 들어온 황노인의 영혼이
한 말을 모두 듣고 난 직후였다.
마대위는 곁에 있던 황노인이 바로 자신에게 있어 유일한 사숙임을 알았다. 한 여인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사형을 암습하고 말았던 죄인이기도 하지만,
뼛속 깊이 파고드는 후회와 자책감에 평생을 고통속에서 보내야만 했던 불쌍한 인간이기도 했다.
한 인간이 순간의 실수로 저지른 잘못 때문에 짊어져야만 할 죄악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는 당사자가 아닌 한 알 수는 없지만,
마대위는 그가 받았던 마음의 고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초월한 것이었다.
아마도 마대위가 작으나마 깨달음을 얻어 마음의 평정을 찾기 전이었다면, 사숙의 선천지기에 실린 고통을 체험하는 순간
그의 정신은 완전히 파괴되고 전신의 심맥이 일시에 파열되어 처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으리라.
그러고 보면 황노인이 마대위에게 마음의 평정을 그토록 요구했던 것도, 자신이 얻은 평생의 심득을 마대위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분명했다.
마대위의 눈물은 금방 말랐고,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다. 결국 사숙과 관련된 생각도 마대위에게 있어서는 한 조각의 구름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어느 사이엔가 너와 나의 구분이 사라지고,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되는 깊은 대도의 세계로 침잠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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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심즉여심 자연일체의 경지에 들어섯네
잘봅니다.
감사
즐감하고 갑니다.
잘보았읍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깨달음의 이치를 넘어서서 신선의길로 들어 섰네요?
감사 드립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재미있어요 고맙습니다
즐독입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