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v.s. 왕즈이의 어제 준결승전 하이라이트 영상은 이 글 맨 하단에 첨부
위 기사 속 중국 언론의 발언처럼, 왕즈이는 전혀 잘못이 없었다. 그녀는 푸싸를라와의 16강 대혈투에서 입은 심각한 양쪽 허벅지 근육통으로 한없이 무거워진 두 다리를 이끌고도 경기 감각을 완벽히 되찾은 안세영을 상대로 정말이지 선전했으니까 말이다. 만일 왕즈이가 대진운이 조금만 따랐다면, 그래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홈 코트의 푸싸를라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제 준결승전 양상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왕즈이는 훨씬 더 빠른 풋워크를 가져갔을 것이고, 안세영은 훨씬 더 고전하며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으리라. 그만큼 왕즈이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공격과 수비, 그리고 심각한 허벅지 통증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안세영을 괴롭힌 불굴의 투혼까지 모든 면에서 격찬을 받아 마땅한 레벨이었다.
그러나 스포츠는 결국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한다. 그리고 안세영은 역시 안세영이었다. 왼발 부상으로 인한 긴 실전 공백과 이번 대회 준비에 턱없이 부족했을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어떤 핑계도 대지 않은 채 자신이 왜 세계 랭킹 1위이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자 단식 선수인지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힘들게 여기까지 온 이상 남은 목표는 오직 우승뿐이다. 안세영이 '남녀를 통틀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배드민턴 선수'로 이의 없이 평가받기 위해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최소한 1번, 가능하면 2번씩은 더 우승할 필요가 있고,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최소 4번씩은 더 우승할 필요가 있기에 오늘 결승전은 절대로 놓쳐선 안 될 귀중한 우승 기회다.(이 모든 게 가능하려면 최소 30세까지는 지금의 기량을 유지해야 한다. 쉽진 않지만, 안세영이라면 기꺼이 이런 목표를 가질 것이다.)
반면, 안세영을 상대할 야마구치도 오늘 우승한다면 여자 단식 역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을 4회 제패한 인물이 되고, 소속팀 본거지가 있는 쿠마모토의 지진 피해자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목표 의식에도 불타고 있기에 설령 큰 점수차로 뒤지게 되더라도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 결승전은 말 그대로 두 선수의 자존심과 의지가 강렬하게 부딪치는 최고의 명승부가 될 전망이다.
안세영이 의문의 여지 없는 현(現) 세계 최강자라면, 야마구치는 노련한 경기 운영과 경지에 오른 완벽한 연타 공격으로 가장 쉽게 득점을 뽑아낼 수 있는 선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부상 없이 좋은 컨디션으로 전술 훈련에만 매진했다고 인터뷰했을 만큼, 최근 맞대결에서 자신에게 5연패를 안기고 있는 안세영을 꺾고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방어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새롭게 준비했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안세영이 얼마나 천재적으로 야마구치의 새로운 전술을 빠르게 파훼할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야마구치는 왕즈이나 천위페이보다 월등히 풋워크가 빠르고, 스매시도 더 강하며, 무엇보다도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드롭샷 능력은 틀림없는 세계 최강이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치명적 약점은 바로 156cm라는 작은 신장에 있다. 안세영의 풋워크가 야마구치와 동급 이상이기에 안세영보다 14cm가 작은 그녀의 키로는 안세영의 천재적인 경기 운영과 완벽한 샷들을 커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필자는 야마구치가 아무리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온다 한들, 안세영을 뚫기가 불가능하리라 예상한다. 단, 여기엔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바로 안세영의 다리 상태다. 준결승까지의 5경기에서 안세영은 야마구치보다 대진운이 불운하여 더 많은 체력 소모가 있었고, 어제 경기 시간도 야마구치보다 3시간 이상 늦었기에 회복할 시간도 부족한 채로 오늘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어제 준결승이 4단 기어(gear)로 달리는 장거리 주행이었다면, 오늘 결승은 5단 기어로 풀악셀을 밟아야 하는 속도전이기에 다리 상태가 훨씬 더 중요해진다.
[세계선수권-준결승전] 안세영 vs WANG Zhi Yi
[BWF] 세계선수권대회|여자 단식|안세영 vs 왕 즈 이 하이라이트 [준결승]
An Se Young vs Wang Zhi Yi | Exhausting rallies and tactical p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