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시스템
시스템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여기에서 잠시 이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 시스템이라는 말만 들어도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그런 것 몰라, 그냥 감각으로 쳐'
이런 말들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 한다.
'당구를 재미로 치는데 골치아프게 그런 것을 뭐하러 따져.'
심지어 고수의 반열에 오른 프로 선수들 중에서도 당구를 치는데 시스템은 필요가 없다고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보통 고수가 아니고 클루망 같은 전설적인 고수도 초기 몇 년 동안은 화이브 앤드 하프 시스템 조차도 몰랐다고 할 정도이다.
그냥 모르기만 한 것이 아니고 그런 상태에서도 세계 챔피언을 3차례나 차지했다고 한다.
현실이 그러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당구에 있어 '시스템이 중요하냐, 감각이 중요하냐'를 가지고 고민을 하는 것이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아니 이것은 답을 내릴 수 있는 질문일까.
시스템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으로 부터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을 하기로 하자.
흔히 시스템이라고 하면 화이브 앤드 하프 시스템이 대표적으로 떠오를텐데,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것이 곧 시스템인 것으로 오해를 하는 수가 있다.
사실 '나는 시스템은 사용 안 해', 혹은 '시스템 대로 쳐봐야 공이 안 맞아'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즉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나는 화이브 앤드 하프 시스템은 사용 안 해' 이렇게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만 이름 붙어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어디 화이브 앤드 하프 시스템 뿐이겠는가.
우리 동호회에서 자주 거론되는 시스템만 해도 플러스 투 시스템, 베르니 시스템, 3분의 2 시스템, Sid 시스템, 99분의 1 시스템 등등.. 상당수에 이른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또 그런 말을 할지 모른다.
'그래, 그 많은 시스템들, 나는 다 모르는 것들이다.
그러니 나는 분명히 시스템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이름이 붙어 있는, 그 중에서도 우리 귀에 익숙한 시스템을 나열하자면 그렇다는 것이고 별로 유명하지 않은, 그래서 우리가 익히 알면서도 이름을 모르는 시스템과 정말 로 아무 이름이 없는 시스템이 무수히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당구의 모든 길은 다 시스템이다.
앞서 당구의 시스템은 무술의 초식과 같다고 한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나는 당구를 감각으로 친다는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 이런 질문을 던질까 한다.
도대체 감각으로 친다는 말이 무엇이냐고.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겠지만 굳이 설명을 할라고 치면 '계산을 하지 않고 그 순간의 느낌대로 친다'는 정도가 아닐까.
그것이 아니더라도 '아무 생각없이 되는대로 친다'는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기준이 있을 것이다.
가령 '여기에서 저 쪽 코너로 공을 보내면 이 정도 오는데, 지금 보내야 할 곳이 이 만큼 떨어져 있으니까 조금 못미치는 곳에다 보내야겠다.'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을 것 아닌가 말이다.
생각을 이렇게 차근차근 하든, 아니면 거의 반사적으로 그런 결론을 내리든 말이다.
고수들이 이야기하는 감각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초보자들의 감각은 이런 것이 아닐 수 있다.
정말로 그런저런 생각없이 치는 것을 감각으로 친다고 이야기 할지 모른다.
그런 상태는 정확히 말하자면 감각으로 치는 것이 아니고 무감각하게 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은 누가 당구를 잘 치는지를 겨루는 것이 아니고 누가 재수가 좋은 지를 비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
어쨌든 고수들이 말하는 그런 감각이라는 것은 시스템과 어떻게 다를까.
앞서 고수들이 감각으로 결정하는 과정을 말로 풀어 보았었다.
그것과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과 차이가 있을까?
시스템은 숫자를 사용하고 감각은 숫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시스템 중에서도 숫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많이 있고, 감각으로 '이 정도' 라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반 포인트라거나 한 포인트라고 말을 바꾸면 숫자와 다를게 없다.
이렇게 감각이라는 것과 시스템이라는 것은 전혀 차이가 없는 것이다.
굳이 차이를 두자면 공이 가는 길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면 그것은 시스템이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테이블과 공을 두고 짚어가면서 이야기해야 가능하다면 그것은 감각이다.
그 살아있는 전설 클루망이 시스템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자신이 공을 치는 방식을 체계를 잡아 말로 설명하였는데, 그 중에 RC 시스템은 화이브 앤드 하프 시스템 보다도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클루망의 경우, 이전에는 감각으로 치다가 나중에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까?
클루망 자신이 공을 치는 것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는데 말이다.
이 클루망의 예는 감각이라는 것과 시스템이라는 것이 동일한 것임을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시스템과 감각은 그 본질이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시스템을 익혀야 하느냐, 감각대로 쳐야 하느냐 하는 것은 의미 없는 질문이다.
만약에 '시스템을 익히느냐, 아무 생각없이 되는대로 공을 굴릴 것이냐'하고 질문을 바꾼다면 질문은 되겠는데, 답이 너무 뻔하지 않은가.
사족을 달자면 고수들이 '대충 치고 기다려 본다'고 이야기 할 때 그것을 아무 생각없이 제 1적구에 수구를 맞추고 본다는 말로 오해하면 절대로 안된단.
그것은 고수의 표현일 뿐이다.
고수가 감각으로 친다는 말을 초보자가 따라서 감각으로 친다고 하여도 절대로 되지 않는다.
초보자의 감각이라는 것이 고수의 감각과 같을 수가 없으며, 자신이 감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감각이라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당구 실력이 늘 수 있다.
(다음에 계속 됩니다....)
첫댓글 아.......나의 감각은 무감각.........
잘 읽고 있습니다............
먼가 심오한듯 어렵네요..사실 시스템보다는 숫자 놀음이 맘에 들지 않아서 그런것 모릅니다하고 넘어가는데,,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