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13년 04월13일~14일
누구와 : 우리가족
어디로 : 덕유산(1,614m)
오랜만에 가족여행이다. 애들이 성장하면서 가족이 함께 여행가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어쩌다 계획을 세우고 갈 수 있는지 물어보면 아들이 시간이 안되어 못 가고 어떤 때는 딸이 안되어 못 가고 가족이 함께한 여행이 언제인지 모르게 많은 세월이 흘러 모처럼 모두의 일정이 맞는 날이 왔기에 지난번 방장산 휴양림 신청에서 경험했듯이 이번에도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운 국립휴양림을 도전해본다. 예약이 쉽지 않기에 약간의 머리 굴리기를 한다. 4월이면 스키시즌이 끝나갈 무렵, 비수기가 될 덕유산 쪽을 공략해보자는…… 그리고 예약하는 날 아침 9시 시작을 알리면서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딱 2개가 남아 있다 조바심이 나면서 연습한대로 크릭, 크릭. ㅋ ㅋ 한 건이 예약 완료라는 메시지가 들어 온다. 그렇게 하여 우리가족이 13일부터 14일까지 여행길에 들어간다.
덕유산 하면 나름 추억거리가 많은 곳이다. 사시사철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곳이고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곳도 이곳이다. 등산을 시작하면서 초창기 그러니까 아주 어였을 적에 친구들과 무모하게 산행하다 길을 잊어 힘들어 했던 기억이며 한여름 밤 쏟아지는 별을 보며 감동했던 기억과 가을의 백두대간길에서 느껴 던 총천연색의 산세며 그리고 온 산을 덮고 있는 백색의 장쾌한 능선 등 필자가 좋아하는 몇몇 산중에 하나다. 지난 2월 산악회에서 남덕유산 산행이 있었지만 형님 칠순 잔치가 있어 참석을 못하여 아쉬웠는데 기회가 생겨 다행이다. 덕유산은 전라북도 2개군(무주, 장수)과 경상남도 2개군(거창, 함양)에 걸쳐 있으며 면적 219㎢에 이르는 지역으로 주로 무주군이 중심이 된다. 1975년 2월 1일에 오대산과 같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세를 보면 백두대간의 등줄기인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소백산맥이 서남쪽으로 뻗으면서 소백산, 속리산 등을 솟아오르게 한 후, 마지막으로 힘을 모아 지리산으로 가는 도중 그 중심부에 빚어 놓은 또 하나의 명산이라고 할 수 있다.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일천 고지가 넘는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장장 30여km를 달리고 있으며 그 가운데 주봉인 향적봉을 비롯해서 동쪽에는 지봉, 북쪽에는 칠봉이 자리하고 있는데 덕이 많고 너그러운 산이라 해서 덕유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요즘은 교통이 편해지고 리조트가 조성되어 있으며 무주구천동이라는 계곡도 있어 관광을 겸한 여름피서 등 가족 산행에 적극 추천하고 싶은 산이다.
토요일 아침 아들은 일찌감치 학교에 가기 위하여 출발한다. 참 안되 보인다.ㅋ 작년 여름 졸업하기 전 해양관련 학과라 수산연구소에 시험이 있다고 하더니 얼마 후 합격했다며 바로 출근이 시작되어 근무가 시작되더니 공부를 더해야 대우를 받는다며 인하대 대학원에 지원 3월부터 회사와 학교 두 가지를 하고 있다. 맨날 피곤하다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만 다니라고 하기엔 우리 집 형편도 그렇고 요즘은 그렇게 안 하면 안 되는 시대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만 해주고 만다. 누구나 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하여 좋은 직장 취직하고 좋은 여자 만나서 평생을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지만 경쟁하기가 너무 힘들다 보니 옆에서 보는 부모마음이야 오죽하랴 우리나라 부모들 처지는 다들 이해할 것으로 느낀다. 11시경 인천으로 출발 학교에서 바로 픽업하여 도로를 헤매어 어스름한 저녁이 시작되어가는 4시 넘어 휴양림에 도착 입소 확인 후 숙소에 들어가니 지난번 방장산 휴양림보다 질이 한참 떨어지는 듯하지만 그래도 아늑하게 우리식구들이 하룻밤 지낼 수 있겠다. 아들은 피곤하다며 외출을 안하고 딸과 셋이 산책로를 이용하여 주변의 시설을 돌아 본다. 와이프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어 나에게 준다. 받아보니 칼이다. 주변에 널려있는 쑥을 채취하여 저녁에 고기 구워먹으며 쌈 싸먹자고 한다. 좋은 생각이라며 산책로 주변에 막 피어나는 쑥을 채취하는 것도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중 하나로서 조금씩 비닐봉투가 부풀어 오르듯이 우리가족의 행복도 조금씩 커질 수 있기를 바라며 와이프와 모처럼 오순도순 이야기 꽃을 피운다. 딸은 아들하고는 대조적으로 건강을 무척 챙기는 처녀로서, 그러다 보니 집 냉장고에는 야채며 건강식품이 찬거리보다 더 많이 쌓여 있다.^^ 오늘도 운동 겸 산림욕을 한다면서 좌측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이용 약 1.5Km의 산행을 하겠다며 숲 속으로 올라간다. 우리는 저녁거리에 만족하며 순환 임도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니 국내 최대 독일가문비 나무 숲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잠시 산림욕도하며 자연휴양림 일대를 한 바퀴 돌아본다. 우측의 야영장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포크레인이 기계음을 내며 막바지 조성작업에 열중이며, 각각의 숙소에는 저녁 준비들을 하는지 구수한 냄새가 산골을 메운다. 한 시간 정도를 산림욕을 겸비한 데이트를 즐기고 숙소로 들어와 산책과 겸하여 조금씩 채취한 쑥과 출발 전 준비해 온 야채로 모처럼 아들과 늦은 저녁까지 주거니 받거니 술판이 벌어진다. 누구 아들 아니라고 할까 봐…… 지난 1월 달 사용한 방장산 휴양림에서는 외부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손님들이 여럿 보였는데 봄철로 들어서며 요즘 산불이 여기저기 발생하여 휴양림에서도 불조심 강조기간을 마련하여 외부에서 불을 사용 못하게 바비큐를 금지사항으로 넣어 놓아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우리식구가 모처럼 모여서 못다한 이야기로 밤잠을 설친다. 일기예보로는 내일 새벽에 비소식이 있다고 하여 산행은 간단하게 곤돌라를 이용하여 정상에 오른 후 애들은 다시 곤돌라를 이용하여 하산 아들보고 차량 회수하여 백련사에 와서 기다리라고 하고 우리부부는 백련사를 거처 무주구천 동으로 하산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늦은 취침에 들어 간다.
다음날 새벽에 약간 내린다는 비가 조금씩 을씨년스럽게 내리니 산행하기가 좀 난처해진다. 정상에는 눈이 있을 법하고 우선은 휴양림에서 여유롭게 퇴실 준비, 짐을 챙겨 나오니 주변은 아직도 고요하다. 아직도 기상시간이 이른 듯 이런 곳에 오면 잠도 더 자고 피로가 사라질 때까지 휴식을 해야 되는데 우리가 좀 서두른 기분, 아님 비가 내리는 관계로 나들이하기가 곤란하니까 그냥 방에서 쉬고 있는지 하여 든 휴양림은 조용한 산골이다. 정상에서 사진을 찍어야 되는 관계로 우리는 10시가 좀 지나서 퇴소를 실시 덕이 많고 너그러운 산이라 해서 아들, 딸에게 정상에 올라 멋진 산세를 보여줘야 되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코스를 설천봉에서 정상만 다녀오기로 결정하고 관광곤돌라가 위치해 있는 무주리조트로 출발한다. 바람이 많이 불어 곤돌라도 운행이 안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서지만 그건 지나친 걱정 있었다. 리조트 주차장에는 이미 수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으며 매표소에도 길게 줄이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차량에서 하차하니 바람이 아침보다 더 강하게 불어 아들넘 등산화 안 신는다는 걸 위쪽은 눈이 많이 있을 거라 달래어 만반의 준비 후 중국 여행가서 몇 번 이용해본 곤돌라에 탑승한다. 몇 시간 이상 산행해야 되는 구간을 약 15분 정도 소비해서 산 정상가까이에 도착한다는 것이 뭔가 마음이 내키질 안지만 자주 와본 산이라 이렇게 저렇게 접해보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 곤돌라가 조금씩 흔들리기는 해도 성수기 때는 6명이 승차해야 한다지만 요즘은 차량 하나에 가족, 또는 연인들이 골라서 승차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안개가 자욱하여 조망도 없고 고공에서 내려다 보는 철 지난 스키장은 을씨년스럽다. 한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 안하고 속도를 즐기던 스키어들의 그 많은 열정은 봄이 되면 파릇한 새싹을 키우며 또 다시 추운 계절을 기다리겠지. 긴 시간(?)이 지나 도착한 설천봉은 수많은 등산객(?)들이 올라와 있고 우리는 팔각정 상제루를 지나 약 20분 정도 소요되는 향적봉으로 향한다. 곤돌라를 이용하여 올라온 사람들은 관광 목적으로 올라왔기에 대부분은 이곳에서 있다 내려가는 듯 우리처럼 정상방향으로 진행하는 등산객은 얼마 안 된다. 안개가 자욱하여 조망이 엉망이라 실망들이 큰 뜻 바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눈에 보이며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카페에 들여 따듯한 커피라도 마시고 가자는 이들은 커피 향이 풍기는 카페로 들어간다. 날씨가 좋았으면 기분들이 얼마나 좋았겠나 싶고……
초임에 목재계단을 좀 지나 조금씩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등산로는 눈이 녹아 빙판이 도사리고 있다. 다행이 등산로 외 출입금지를 위하여 만들어 놓은 안전휀스를 의지해서 거북이 걸음으로 11시35분경 운무가 자욱한 정상에 도착한다. 가족 사진을 찍으려니 딸이 안 보인다. 걱정스럽게 주변을 살피니 정상석 위쪽에서 내려오며 아무것도 안 보인다며 푸념을 한다. 이곳은 어디로 도망 안가고 그대로 있을 거니까 다음에 날씨 좋은 날 다시 와서 정석적으로 산행하여 땀 흘리고 온 보람을 느껴보라고 한마디 던지니 “아빠나 열심히 다니세요” 한다. 우쒸~ 정상 표시석은 약간 아래에 설치 해 있어 바람의 영향이 없어 다행이라 몇 장의 사진으로 우리가족이 덕유산 정상에 도착했다는 기쁨을 함께한다. 주변에는 우리처럼 인증을 위하여 올라온 등산객들의 사진도 찍어주고 백두대간의 멋진 산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 왔던 길을 이용 다시 설천봉을 향한다. 하산 길에는 배낭을 멘 등산객들이 단체로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관계로 약간씩 지체현상을 나타나며 미끄럼으로 엉덩이에 물기가 묻어있는 등산객의 뒷모습도 보며 정각 12시에 설천봉으로 다시 원점 회귀하여 돌아 선다. 목적이 이루어진 관계로 주차장에 도착하니 모두들 집에 가자고 한다.^^ 최단코스로 해본 이번 산행(?)의 아쉬움은 날씨 탓으로 정상에서 애들에게 최고의 조망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하기사 이런 날씨가 아니었으면 백련사를 이용 긴 코스로 산행이 되었고 그러면 애들이 불만이 있었으리라. 어른들 욕심만 채우려 하지 말고 애들 마음도 헤아려야 서로가 즐거운 여행이 되기에 막내(딸)가 하자고 한 곤돌라 산행도 가족과 함께하여 의미가 큰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자기보금자리가 최고 인 듯 인근에 있는 양수발전을 위하여 만들어 놓은 산정호수와 조선시대의 사고지 그리고 안국사가 위치한 적상산에나 다녀갈까도 생각했지만 가을에 한번 더 가족여행을 계획하자는 핑계로 우리가 안주하는 서울의 보금자리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