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공동 주관
노무현 시민학교 5기 사회강좌
특강 : “미래 한국을 향한 구상”
총 7강으로 구성된 ‘노무현 시민학교 5기 사회강좌’가 강금실 변호사의 특강으로 막을 내렸다. 영하 10도의 혹한에도 불구하고 성북구청 아트홀은 수강생으로 가득찼다. 강금실 변호사는 특유의 발랄하고 솔직한 화법으로 청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강금실 변호사는 강의 시작 전에 상영된 노무현 대통령의 영상에 대한 얘기를 꺼내며, 광주 경선에서 1등 할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는 회상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스텝 원! 시대정신 찾아내기
이날 강연을 관통한 키워드는 ‘시대정신’이다. 강금실 변호사는 이 시대정신을 더없이 잘 보여준 것이 광주 경선이었다고 평가했다. 2000년 직후 우리나라는 문화적 변화가 실로 급격히 진행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월드컵을 통해 '대한민국!'을 외치며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표현하게 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90년대 말부터 시작된 한국 대중문화의 해외 진출에 대해, 중국 언론이 2000년 2월 처음으로 ‘한류’라는 현상으로 명명하기에 이르렀다. 2000년에는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매체가 등장했고, 이후 많은 인터넷 소사이어티가 형성되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만이 이러한 시대 흐름을 이야기했고, 그 내용이 새로운 것이었다. 때문에 광주 경선은 미래를 향해 후보를 결정하는 높은 유권자 의식이 발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이 시대정신이고, 새로운 사회의 이미지와 설계를 보여준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다.
스텝 투!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강 변호사는 미래 구상의 기본은 새로운 생각, 새로운 세계관 즉,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러다임의 기본을 이루는 것으로 경제구조와 과학기술을 들었다. 둘 다 사람의 사고체계를 지배하는 요인이고, 19세기 이후 세계를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시대의 경제구조나 과학기술을 수용해서, 한 사회의 구성원이 같이 살아갈 수 있게끔 그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이를 한 단계 뛰어넘어 신선한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강금실 변호사는 “사심으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드는 집단의 파워도 만만치 않지만, 우리 사회가 같이 꿔야 할 꿈을 꾸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자각된 시민의 결집된 힘’이 결국 모든 것을 이기지 않겠는가. 미래를 준비하려면 이 몇 가지 조건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금실 변호사는 패러다임의 범위가 인간을 넘어서 자연과 생명을 모두 포함하는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우주 안에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것을 깨달을 시기가 왔다며,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도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20세기가 인간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연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였다면, 21세기적인 패러다임은 자연과도 더불어 사는 것이다. ‘생명’은 중요한 키워드이다. 강을 개발하려면 강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사람만이 생각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들으려고 하면 자연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사람도 자연도 같이 잘사는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고, 바뀔 수밖에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눈앞에 와 있는데,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지금은 변화할 때
시스템은 바뀔 때 바뀌지 않으면 반드시 폐단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것은 국가의 존폐를 뒤흔들 수 있다. 현재 한반도는 중국의 급부상과 북한 체제의 위기, 그 와중에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상당한 위기에 있다. 변혁이 필요한 때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동아시아 전체와 한반도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의 그림을 잘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 이 전체적 그림 속에서 복지, 교육, 의료, 정치구조, 개인까지를 포괄해서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1조는 국가의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선언이고, 10조는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중시한다는 선언이다. 이 두 구문을 중심으로 국가는 국민을 위해 대의제를 시행하고, 개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현실은 헌법의 선언에서 한참 동떨어져 있다. 국가가 권력을 갖는 시스템 자체에서 본질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폭력을 독점한 공동체 시스템’과 ‘내가 주인인 사회’와는 상당한 긴장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해답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내 삶과 내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주인답게 거시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사심으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드는 집단의 파워도 만만치 않지만, 우리 사회가 같이 꿔야 할 꿈을
꾸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자각된 시민의 결집된 힘’이 결국 모든 것을 이기지 않겠습니까?"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검찰 개혁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강 변호사는 법무장관 시절, 국가의 기능과 국가가 폭력을 독점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오늘날 한국이 이만큼 발전한 데에는 관료들의 공이 컸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관료파워가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2~3년 후에는 관료 중심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의 가장 큰 문제는 수사의 정치화라고 진단하고, 이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풀어야한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을 단계적으로 한다면, 검찰이 독립적으로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어떻게 수사를 기술적으로 인권과 부합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지를 고민해야 한다, 검찰은 국가권력에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잘 가져가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보기 싫은 것을 보면서 증오하고 비판하면 끝이 없다며 내 안의 추한 모습을 인정하듯, 남을 인정하고 화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현재 한국이 위기상황이므로 대외 외교정책과 남북관계를 잘 이끌어갈 지도자가 집권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고, 우리 모두가 위기를 잘 극복해 갔으면 좋겠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노무현 시민학교 종강
강연 후 노무현 시민학교 5기 사회강좌의 종강식이 이어졌다. 김용익 교장선생님의 인사말 후, 각기 대표성을 지닌 6명의 수강생들이 대표로 수료증을 받았다. 그 중 민경현 학생은 수능을 마치고 수강한 최연소 학생이다. 수상 소감에서 그는 촛불집회에 30번 이상 참여하였으며, 집시법 위반으로 체포된 바 있고, 그 일로 최영희 의원실을 통해 법안을 발의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했다. 또한 한겨레 주주이고, 노무현재단 후원자라고 소개했다. 얼마 전에 모 대학에 합격했다는 그는 ‘자신 같은 대학생도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마시라‘는 말로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5기 동창회장 선거가 있었으며, 윤태규 법무사가 당선되었다. 윤태규 회장은 “맡은 바 소임은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며, “김희원 총회장이 동문회를 힘들게 이끌어 오셨는데,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봉사를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