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며 듣는 음악 7
Kevin Kern – Return to Love
호세 펠리시아노
안드레아 보첼리
레이 찰스
전제덕
케빈 컨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그렇습니다. 다들 시각장애를 가진 음악가들입니다.
물론 이들 말고도 아주 많은 시각 장애를 가진 음악가들이 있더군요.
일단은 우리가 쉽게 접하고 들어봤음직한 몇몇을 예로 들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지요.
우리는 손끝에 박힌 가시 하나가 아파 온갖 뒤틀린 감정을 쏟아내는데
이들은 절망을 넘어 아름다운 음악으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한 아름다운 존재들입니다.
케빈 컨(Kevin Kern)
58년 12월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출신.
태어날 때부터 시각 장애를 가졌지만 약하게 빛과 빛의 부재(不在)는 느낄 수 있는 상태
18개월 때 들은 것만으로 처음 피아노 연주를 했고
4세 때 정규 피아노 교육을 받기 시작해서 8세 때 작곡을 했다는 천재.
그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게 믿어지시나요?
하도 멀쩡하게 보여서 그와 관련된 자료에선 항상
“선천성 시각장애인(Born legally blind)”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그가 실제 음악을 만들고 스튜디오에서 연주할 땐
특수음향 장치와 점자(點字) 기구를 통해 도움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뉴에이지 계열이면서도 그가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것은
그의 음악이 국내 드라마 “가을 동화”의 배경음악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의 3집 앨범 “Summer Daydreams”에서
1번 트랙의 타이틀곡 “Le Jardin(정원)”과
마지막 10번째 트랙 “Return to Love”가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반복 사용되며 우리들의 기억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저는 “가을 동화”라는 드라마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주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를 보셨고
더불어 이 음악을 아주 많이 사랑해 주셨답니다.
“Return to Love”
앨범에서 10번째 트랙곡이면 만든 이의 입장에선
사실 그 곡에 대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느끼고 반응하는 것은
만든 이의 노력과 의도와는 전혀 다르지요.
그도 이젠 그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몇 차례 연주여행을 와서 그 곡을 꼭 연주하고
그의 공식 웹사이트에도 그 곡이 한국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쓰였다고 밝히고 있네요.
그의 곡 대부분이 조용하고 아름답습니다.
뉴에이지 계열의 음악이 대부분 그렇지만(일부 유럽 쪽을 제외하곤) 말이죠.^^
하지만 특별히 그의 음악의 도입부는 남다른 데가 있습니다.
매우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조심스런 모습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짐작으론 그의 정서적인 바탕이 그럴 수도 있지만
그가 가진 장애가 그렇게 늘 조심스럽고 섬세한 모습을 이끌어내는 것 같습니다.
특히 “Return to Love”의 도입부에서 느껴지는
관악기의 매우 어눌한 듯 하면서도 매우 섬세한 감성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음악을 들어보시지요.
(앨범 누르시면 유투브로 연결. 광고가 있으면 스킵, 그리고 본문 복귀^^)
어떠세요? 참으로 섬세하면서 아름다운 음악이지요?
곡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도입부에서 관악기로 주제 선율이 흐르고
이어 케빈 컨의 연주로 피아노가 주제 선율을 다룹니다.
다시 관악기로 주제 선율을 반복하고
피아노 연주로 주제 선율을 다양하게 변주한 다음
짧은 관악기의 반복
그리고 마지막 한 소절 피아노로 마무리.
매우 단순한 구조이면서도
반복과 강조를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보시기에(혹은 들으시기에^^) 도입부에 나오는 관악기는 도대체 어떤 악기일까요?
저는 처음 듣고 이건 분명 클라리넷(Clarinet)이라 확신했습니다.
헌데, 아니랍니다.
무엇일까요?
글쎄 프렌치 혼(French Horn) - 흔히 우리가 호른이라고 하는 그 악기랍니다.
케빈 컨이 국내에서 연주한 실황 화면을 보실까요.
화면으로 보시면 분명 클라리넷이지요.
헌데 정규앨범에선 도입부 악기가 클라리넷이 아닌 혼(Horn)이랍니다.
국내에서 단지 클라리넷으로 편곡하여 연주한 것이라고 합니다.
궁금합니다.
미치겠습니다.
저는 왜 유독 이런 데 광분하게 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몇날 며칠을 이 음악의 도입부를 연주한 악기가
도대체 정확히 뭔가를 확인하기 위해 돌아다녔습니다.
말들이 섞여 헤깔립니다.
클라리넷이다. 혼(Horn)이다. 주장이 난무합니다.
이러.....ㄴ 젠장!
할 수 없지요. 또 확인할 때까지 가봐야지요.
호른(Horn, 혼으로 읽는 게 더 정확할 수도.... 흔히들 French Horn으로 알려져 있음)
목관악기와 금관악기의 중간을 이어주는 악기.
오보(Oboe)와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 가운데 하나.
F관과 B플랫관 두 개의 로타리식 관으로 저음부와 고음부를 달리 연주할 수 있는 악기.
클라리넷(Clarinet)
전형적인 목관악기로 플롯과 더불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악기 자체론 무려 24종 이상의 변종이 있는 잘 안 알려져 있는 악기
사실 경험으로 익히 들어온
두 악기의 음색이나 음역은 매우 뚜렷이 구분되는 편이라
쉽게 결론을 내리라 생각했는데, 이토록 고민을 하게 되리라곤 짐작도 못했습니다.
저의 저열한 막귀는 적어도 “Return to Love”에서
혼(Horn)과 클라리넷을 구분하지 못하네요. 암만해도 클라리넷 같은데.....
앨범에는 Luis Baez라는 클라리넷 연주자와
Bob Ward라는 프렌치 혼 연주자의 이름이 버젓이 나와 있습니다.
다른 트랙의 곡(5번, Pan’s Return)에선 혼(Horn)의 소리가 아주 분명합니다.
헌데, 유독 이 곡 “Return to Love”에서는 도저히 구분이 안 됩니다.
수없이 많은 자료를 검토하며 듣고 살피지만 구분하지 못하다 보니
최종적으론 앨범의 자료에 기초해서 혼(Horn)이라고 주장하는
그 사람의 말이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마저 서슴없이 하게 되는군요.
이럴 때 방법이 없지요.
심증이 확증이 될 때까지 무작정 들어보며 느끼는 수밖에.
처음에 스피커로 약 스무 번 정도 케빈 컨의 “Return to Love”를 들었습니다.
답이 잘 안 나옵니다.
결국 아들이 군에 가기 전 제게 맡긴 고가의 헤드셋으로 다시 무한 반복 청취
(글쎄 아들내미한테 암만 물어도 그 헤드셋의 가격을 알려주질 않아요.
단, 무지 비싸다고만 말하고 나더러 귀하게 다루라고 엄포만 놓고 군댈 갔네요.....^^)
꼭 그렇게 좋고 비싼 장비가 아니더라도
헤드셋으로 집중해서 한 30여 번을 반복해서 들으니 소리가 조금씩 달리 들립니다.
억지로 꿰맞춘 것일 순 있지만(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저의 분석으론 이렇게 들리네요.
혼(Horn)과 클라리넷의 혼주!
“Return to Love”의 관악기 연주부분만 구분해서 봅니다.
처음 주제선율 연주는 혼(Horn)
이어 클라리넷으로 주제선율을 반복해서 연주한 다음 피아노로 연결
다음 관악기부에서 주제선율은 클라리넷으로 연주되고
긴 피아노 부분이 끝나고 나오는 관악부에선
그 짧은 소절에서 클라리넷으로 시작해서
혼으로 이어져 주제 선율의 연주를 마친 다음
마지막 부분에서 클라리넷으로 한 소절로 마무리합니다.
이어 같은 소절을 피아노건반으로 마무리.
후후후....
비전문가의 설움이란 이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검토해서 결론을 내려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제가 악기를 구분한 기준은 딱 하나, 음색.
클라리넷의 마우스피스에 있는 리드(Reed)의 떨림이 있느냐 없느냐.
반대로 혼(Horn)에서 나오는 금속성의 청아한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
저의 막귀에선 실제 구분하지 못하지만 억지로 짜 맞춰서 결론을 내려 애씁니다.
리드(Reed)는 리드악기의 소리를 내는 떨림판으로
말 그대로 갈대로 만들었다가 여러 시도 후 요즘은 주로 사탕수수 나무를 가공해 쓴답니다.
클라리넷은 싱글 리드 악기로 이 리드의 떨림이 악기의 특색을 이끌어 낸답니다.
반대로 혼(Horn)은 금관악기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조화로운 음색의 악기로 사랑받는답니다.
참고로 혼(Horn)은 고음역을 여리고 작게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답니다.
호흡을 잘 갖춘 내공이 없다면 거의 100% ‘삑사리’가 난답니다.
모든 악기연주에서 ‘여리고 작게’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지만 혼(Horn)의 경운 특히 어렵답니다.
일단 저의 어거지 분석(결코 답이 아님--;;)은 여기까진데....
어디 전문가께서 나서서 저의 이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실 분 안 계신가요?
한참을 온갖 주접을 떨며 글을 적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차~암 인생, 씰 데 없는 짓 많이 하고 다닌다!
그 악기가 혼(Horn)이던 클라리넷이던 무슨 의미냐!
Kevin Kern은 단지 “Return to Love”를 통해
사랑으로 돌아오는 그 길은 강하고 드센 그 무엇이 아니라
부드럽고 섬세한 어떤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인데.....
느리고 부드러우며
섬세하고도 여린 사랑의 그것만이
닫힌 마음을 열고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임을 말하는 것인데.....
사랑을 모르는 헛똑똑이는 악기 분석만 열심히 하고 있었으니.....
언제 쯤 철이 들어
보이는 것이나 드러난 것이 아닌
조용히 수줍은 듯 나직이 말하며 숨어 있는.... 그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런지.....
차(茶) 맛이 무지 쓰네요....
그리고 이렇게 어리석은 인간을
20년이 넘게 사랑이라 믿고 버텨 준
아내에게 괜시리 고맙고.... 또 미안하네요.
첫댓글 몇 년 전 한 해가 저물 무렵 What a Wonderful Dayf라는 레이 찰스의 노래를 듣고 찌질하게 울었습니다. 앞을 못보는 흑인으로 미국 사회에서 차별과 설움을 많이 당했을 텐데도 세상이 아름답다며 노래를 했으니 ... 잊었던 기억을 되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체적이던 심리적이던 모든 장애를 극복한 모습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줍니다.
레이 찰스....I can't stop loving you! 멋진 곡입니다. 즐거워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너무 실감이 나서....웃을 분위기가 아닌데 웃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처럼 뭔가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타입의 인간은
그렇게 빠져들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 부럽답니다.
ㅎㅎㅎ 사돈 남말 할 처지가 아니신 듯.... 솔바람님은 차에 빠지셨잖아요^^